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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은 특정 정당이 독점하는 구조다. 제가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 게 아니라, 한 정당이 좌지우지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여러 측면에서 정치가 균형을 잡아야 서로 견제와 법치를 통해 상호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한 쪽이 지나치게 커져버리면 긴장감이 사라지고, 활력이 없어 우리 사회에 도움이 안 된다."

16년간 마산YMCA 사무총장을 하다 퇴임한 차윤재(60) 경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가 한 말이다. 마산YMCA는 3일 저녁 마산3·15아트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차윤재 사무총장 퇴임식'을 열었다.

충북 청주 출신인 그는 2000년부터 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해 왔다. 마산YMCA 사무총장 정년은 65세인데, 그는 5년 앞당겨 물러났다. 차기 마산YMCA 사무총장은 그와 함께 일해 왔던 이윤기 사무총장이 맡았다.

마산YMCA는 3일 저녁 마산3.15아트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차윤재 사무총장 퇴임식을 열었다.
 마산YMCA는 3일 저녁 마산3.15아트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차윤재 사무총장 퇴임식을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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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대표는 마산YMCA 일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현안에도 적극 나섰다. 그는 진주의료원 폐업, 학교 무상급식 중단, 마산해양신도시 건설, 옛 마산·창원·진해 통합, 창원도시철도 건설 등 굵직한 지역 현안마다 앞장서서 반대하거나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고, 선거 때는 야권연대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퇴임사에서 그는 16년 전 마산에 왔을 때부터 회상했다. 그는 "2000년 2월, 마산역 광장에 내렸는데 당시 광장에는 화단이 없어 넓어보였고, 그 때 많은 사람들은 '새천년'을 노래하고 있을 때였다"며 "역 광장에 내려보니 첫 인상은 '나에게 새로운 신천지가 열리는구나' 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6년을 돌아보니, 제 인생에 최고의 순간이었다고 서슴없이 말할 수 있겠다. 신나게 운동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했던 다짐 하나는 들추어냈다.

"마산역광장을 나오면서 다짐한 게 있었다. 마산YMCA에서 직원들한테 화내지 않는 사무총장이 되겠다는 다짐이었다. YMCA 운동 목적의 하나는 '하나님 나라를 건설하는 것'이다. 시민운동을 하는데 내부에서 작은 하나님의 나라가 이미 실현되어야 한다. 화를 내면 직원들은 상처를 받고 부담을 받고, 분위기가 경직된다. 16년을 지나오면서 한번도 화를 내지 않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잘 참아왔다고 생각한다."

차윤재 대표는 지역사회 현안과 관련한 일을 하면서 마산YMCA 이사들로부터 간섭을 받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경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로 지역의 예민한 이슈에 대해 참여했지만, 시민들은 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보게 된다"며 "이사나 직원들이 사무총장이 '왜 저런 걸 해' 하는 소리를 할 수도 있었을 것이지만 저한테 공석이든 사석이든 지역사회 일을 하지 말라고 하는 사람은 한 분도 없었다. 감사한다"고 말했다.

실무자들한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차윤재 대표는 "지역 여러 단위 실무자들을 만나면 마산YMCA 실무자들은 인상이 좋다는 말을 들었다"며 "그동안 실무자들 사이에 갈등이 표면화 되어 공동체를 흔들 정도까지 가는 일은 없었다. 상근실무자한테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제가 출장을 가게 되면 실무자들한테 되도록 전화를 하지 말라고 한다. 회관에 있는 사람들 끼리 논의해서 결정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논의를 했는데도 잘 모르겠으면 전화를 하라고 한다. 저는 그것이 나름대로 자치라 생각한다. 마산YMCA는 본관과 두 곳의 센터가 있다. 사무총장 한 사람만 크게 보이는 조직은 바람직하지 않다. 거리낌 없이 돌아갈 수 있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 왜 지방자치가 좋은지를 마산YMCA 하면서 느꼈다. 제가 안에 일에 신경쓰지 않아도 장애 없이 잘 운영되는 순간이 많았다는 게 행복이었다."

차윤재 대표이사는 다른 단체에도 감사인사를 전했다. 그는 "제가 처음에 왔을 때 '경상도가 배타적 지역'이라는 소개를 받았다. 그동안 여기서 활동하면서 배타적이라는 것을 한번도 실감하지 않았다"며 "다른 지역에서 왔다고 차별을 피부로 느낄 정도는 한번도 없었고, 함께 시민연대하면서 과제로 씨름을 해왔다.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차윤재 경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
 차윤재 경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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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윤재 대표는 마산YMCA 회관 마련 과정을 더듬었다.

"2001년 회관을 장만했을 때 행복했다. 그 전에 회관은 작았고, 그 때 번뜩한 건물을 가졌다. 기가 막힌 것은 당시에 돈을 한 푼도 모아 놓지 않았는데 회관을 장만했다는 것이다. 2001년 3월, 지금의 회관 건물이 법원 경매에 나왔고, 두 차례 유찰된 상태였다. 3차 입찰을 앞두고 이사들이 긴급히 모였다. 경매가를 얼마로 낼 것인지를 논의했는데, 5억 5290만원에 하기로 했다.

당일 현장 분위기를 보니 그 금액으로는 안심할 수 없다는 연락을 받고 이사들과 전화로 다시 논의를 해서 3000만원을 더 써내기로 했다. 그것 때문에 2등과 불과 230만원 차이로 낙찰을 받을 수 있었다. 그것으로 바로 은행에 건물을 저당 잡히고 돈을 빌려 대금을 처리했다. 정말 행운이었다."

차 대표는 "최근 마산YMCA 건물을 팔기로 하고 계약을 했다. 회관은 저와 함께 해온 것 같다"며 "집이 없다가 있는 사람의 느낌을 그 때 알았다. 한동안 회관 계단을 오르내리는 게 새로움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 지방선거 때 '좋은교육감운동'을 벌였던 게 행복이었다고 했다. 당시 교육감선거에서는 '진보' 박종훈 교육감이 당선되었다.

"시민사회가 많은 힘을 모았다. 100개 가까운 단체들이 좋은 교육감 만들기를 위한 활동을 했고, 후보도 뽑았으며, 당선도 시켰다. 경남의 정치 풍토에서 정말 감격적으로 기억에 남는 성과였다. 박종훈 교육감이 경남 교육에서 새로운 상을 보여주고 있다."

시민운동의 방향도 제시했다. 그는 "누구는 시민운동이 실패만 한다고 한다. 그러나 처음에 우리가 했던 주장대로 되지 않는 일들이 많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맞는 말이구나 깨달게 된다. 우리의 이야기가 쌓여 시민의식이 점진적으로 바뀌는 것"이라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실패를 하면 실망도 되지만, 조금 하다 보면 적응력도 생긴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하자는 것"이라며 "시민단체의 여러 활동으로 시민의식이 성장하고, 우리 지역의 균형된 정치구조가 되기를 원했지만,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아 아쉬움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년 5년 앞서 퇴임한 배경도 설명했다.

"이윤기 새 사무총장은 1990년부터 마산YMCA에서 일했고, 26년째다. 새로운 마인드, 새로운 생각을 가진 지도력으로, 새로운 도약을 하는 게 맞다. 정년까지 5년이 더 남았지만, 제가 16년이면 한 사람이 할 수 있을만큼 긴 시간을 했다고 생각한다. 퇴임한다고 하니 실감이 잘 나지 않았다. 이 자리에 서고 보니 퇴임하게 되는구나 싶다. 마산YMCA 사무총장에서 퇴임하지만,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


태그:#차윤재, #마산YM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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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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