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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경남FC를 이끌었던 안종복(60) 전 대표이사에 이어 박치근(57) 대표이사도 구속됐다. 안․박 전 대표이사의 구속사유는 각각 다르지만, 임명은 홍준표 경남지사가 했다는 사실은 같다.

안씨에 이어 26일 박씨까지 구속되자 구단주인 홍준표 지사의 사과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홍 지사는 지난해 9월 안씨 구속 때도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 원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첫 공판을 위해 출석하고 있다. 홍 지사는 '불법자금을 받았냐?'는 질문에 "불쾌하다. 나는 받은일이 없다"며  "성완종이 잘 몰라요"라고  말했다.
▲ 홍준표, 불법자금 질문에 '불쾌한 질문'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 원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첫 공판을 위해 출석하고 있다. 홍 지사는 '불법자금을 받았냐?'는 질문에 "불쾌하다. 나는 받은일이 없다"며 "성완종이 잘 몰라요"라고 말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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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복씨는 지난해 9월 횡령 등 혐의로 구속

안종복씨는 2008년 총선 때 옛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국회의원 비례대표로 나섰다가 낙선했고, 2013년 1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경남FC 대표를 맡았다.

2012년 12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홍준표 지사가 안씨를 경남FC 대표로 맡긴 것이다. 안씨가 대표를 맡았을 때 경남FC는 성적이 형편없었고, 결국 2015년부터 2부-리그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었다.

안씨는 2015년 9월 구속되었다. 부산지방검찰청이 K-리그 외국인 선수 영입 비리를 수사했고, 안씨가 이 과정에서 뒷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안씨는 2013년 초부터 에이전트와 약 2년간 외국인 선수를 저가에 데리고 오면서 몸값을 부풀려 '업(UP) 계약서'를 작성하고, 수억 원의 뒷돈을 챙긴 혐의다.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되었던 안씨는 부산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 때 출석하지 않았다. 그날 안씨는 성산대교에서 한강으로 뛰어내려 자살을 시도했다가 구조되었다. 안씨는 지난해 9월 30일 구속되었다.

검찰 수사 결과, 안씨는 강등을 피하기 위해 심판 4명을 매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돈을 받은 심판 4명 중 2명은 구속 기소, 2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프로축구연맹은 경남FC에 7000만원의 벌금과 2016시즌 승점 10점 감점의 징계를 내렸다.

안종복 전 경남FC 대표이사.
 안종복 전 경남FC 대표이사.
ⓒ 경남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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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치근씨, 주민소환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박치근씨는 26일 창원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구속되었다. 박씨와 함께 경남FC 총괄팀장이었던 정아무개씨도 함께 구속되었다. 이들이 받은 혐의는 주민소환법 위반과 사문서 위조다.

이들은 박종훈경남도교육감 주민소환 서명부 허위작성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보수단체와 홍준표 지사 지지자 등으로 구성된 '박종훈교육감주민소환추진본부'는 지난해 9월부터 서명운동을 벌이다 허위서명 사건이 터진 뒤인 지난 1월 중단했고, 그동안 받아놓았던 서명부(51만 4000부)를 폐기했다.

지난해 12월 창원 북면 가건물 사무실에서 허위서명 작업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이 사무실은 홍준표 지사의 외곽지원조직인 '대호산악회'가 사용하고 있었고, 박치근씨가 공동소유자다. 대호산악회 여성회원 2명과 지회장 1명도 허위서명 사건에 연루되어 경찰 조사를 받았다.

박치근씨는 지난 지방선거 때 홍 지사 선거캠프에서 활동했고, 경남개발공사 상임이사와 사장 직무대행을 지냈으며, 지난해 7월부터 경남FC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박씨는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수임인으로 등록했고, 정치 중립을 위반해 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이번에 그는 허위서명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된 것이다.

그는 지난 25일 일신상의 이유로 대표이사를 사직했다. 박씨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해 왔고,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갈 때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다가 마지막에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허위서명 사건과 관련해 주민소환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치근 경남FC 대표이사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26일 오전 창원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허위서명 사건과 관련해 주민소환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치근 경남FC 대표이사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26일 오전 창원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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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정의당 여영국 의원 입장 밝혀

박치근씨가 구속되자 홍준표 지사의 사과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위원장 김경수)은 이날 오후 논평을 냈고, 정의당 경남도당 여영국 위원장(경남도의원)은 페이스북에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더민주당은 "지난 1월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불법서명 진상규명위원회가 신속․철저한 수사를 촉구한지 38일 만에 나온 결과다"며 "지지부진해 보이기만 하던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려한' 중대 범죄에 대한 수사가 이제야 제대로 진행되기 시작한 것"이라 밝혔다.

이들은 "경찰 관계자가 말했듯이 수사당국은 박씨의 윗선인 이 범죄의 '몸통'과 주소록․서명부의 출처도 철저히 밝혀내야 할 것이다. 박씨의 구속이 용두사미가 되지 않아야만 한다"며 "이미 인멸된 51만4000여 명 분의 서명부가 수사의 발목을 잡지 않길 바랄 뿐"이라 밝혔다.

더민주당은 "경남FC를 사랑하는 도민의 입장에서 경남FC 구단주께 묻고 싶다. '구단주님, 경남FC의 팬들께 사과하셔야 되는 것 아닙니까?'"라고 밝혔다.

여영국 의원은 홍준표 지사를 소환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측근 경남FC 전 대표이사 안종복 구속 이어 현 대표이사까지 구속되었다"며 "'홍 지사의 숭고한 뜻을 지켜야 한다'던 새누리당 경남도당도 사과해야한다"고 했다.

여 의원은 "홍준표 지사가 임명한 경남 FC 대표이사 가 연이어 구속위기에 있다. 이미 알려진 바 대로 안종복 사장은 선수채용비리 등으로 이미 구속되어 있지만 홍준표 지사는 지금까지 측근 비리에 대해 단 한 마디 입장표명도 없었다"며 "설령 홍 지사와 직접 연관이 없다손 치더라도 자신이 임명한 자의 금품비리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과 정도는 해야 되지 않는가?"라 했다.

박치근씨 구속과 관련해, 여 의원은 "박종훈 교육감 소환운동은 홍준표 지사의 의중이 깊이 반영되었다고 생각된다"며 "홍 지사가 교육감 주민소환을 부추기는 발언 자체가 이미 주민소환법 위반 가능성이 크고 측근이 불법서명 건으로 구속이 된 상태다. 어떤 방식이든 홍 지사는 책임을 져야 한다. 대도민 사과는 기본이고 지사직도 내려놓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태그:#홍준표, #안종복, #박치근, #경남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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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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