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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계양<갑> 출마를 선언한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 그는 삼성전자 해외법무 사장과 유엔 대사 등을 역임했지만, 한ㆍ미 FTA를 주도하면서 ‘검은 머리 외국인’이란 비아냥 소리도 들었다.
 인천 계양<갑> 출마를 선언한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 그는 삼성전자 해외법무 사장과 유엔 대사 등을 역임했지만, 한ㆍ미 FTA를 주도하면서 ‘검은 머리 외국인’이란 비아냥 소리도 들었다.
ⓒ 한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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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통령이 써 본 사람이다. 써보시고 믿어주셨던 경제통상 협상 전문가다. 성남·판교와 파주처럼 계양에서 숨은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아래 더민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주도하고 삼성전자 사장을 지낸 김현종(56) 전 통상교섭본부장을 영입한 가운데, 김 전 본부장이 인천 계양 갑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25일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운산업단지 활성화, 도시 리모델링, 한국지엠 생산라인 확대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는 이날 계양 갑을 선택한 배경에 대해 "국내 경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젊은 층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계양을 한국의 실리콘벨리처럼 만든다면 많은 사람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한 뒤 "대통령이 쓴 전문가로 당이 저를 선택했고, 이제는 계양구민이 저를 선택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당 중앙이나 지역과 협의를 거쳤느냐'는 질문엔 "논의를 수차례 했다"고 답했다.

장관급인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내고 삼성전자 해외법무 사장까지 지낸 그의 출마 기자회견에 지역 언론은 큰 관심을 보이진 않았다.

인천시민사회·노동계 "낙선운동 할 것"

넓게 보아 야권에 우호적 태도를 유지해온 인천지역 진보적 시민사회단체와 노동계 등은 김 전 본부장의 계양 갑 출마를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사회 양극화를 심화한 한·미 FTA를 주도한 것을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25일 오후 밝힌 성명서에서 "위키리크스(정부나 기업의 불법행위 등 자체적으로 입수한 비공개 문건을 폭로하는 인터넷 사이트) 문건을 보면 김 전 본부장은 미국계 초국적 제약회사에 불리한 '약가 적정화 방안'이 한국에서 시행되지 않게 노력했고, 이 정책이 청와대와 논의 중이란 것을 미국 대사관에 미리 귀띔까지 해줬다고 한다"며 "한·미 FTA 협상에서 국익을 위해 일한 인물인지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개성공단 폐쇄 후 '북한에 대해 단호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개성공단을 폐쇄시킬 수도 있어야 한다'고 말해, 개성공단으로 고통을 겪는 국민에게 큰 상처를 줬다"며 "이런 발언을 한 김 전 본부장은 평화도시 인천이라는 곳에 적합한 인물이 아니다"라고 했다.

아울러 "한·미 FTA 체결 지원위원회 지원단장을 지낸 홍영표 국회의원, 더민주당 내 한미FTA 찬성론자 대표주자인 송영길 전 인천시장까지, 한·미 FTA 3인방이 부평과 계양에 출마하는 꼴이 됐다"고 혹평했다. 김 전 본부장에 대한 비난 여론이 야권 분열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홍영표(부평 을) 의원과 송영길(계양 을) 예비후보에게로 확산되는 모양이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더민주당이 김 전 본부장을 공천한다면 인천시민사회와 논의해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노동계에서도 반발이 예상된다.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 관계자는 지난 25일 <시사인천>과 한 전화통화에서 "민주노총은 반 노동자 정치인을 반대하는 운동을 벌일 계획"이라며 "사회 양극화 심화를 초래한 한·미 FTA 주도 인물의 출마를 가만히 놔두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당 안에서도 반대 여론, "검은 머리 미국공무원 안 돼"

장하나(비례) 더민주당 국회의원은 김 전 본부장 영입에 대해 "국민은 아직 용서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 검은 머리 미국공무원은 안 된다"고 영입 철회를 요구한 바 있다.

장 의원은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주간지 <시사IN>의 2011년 9월 보도된 기사를 공유했다. 해당 기사는 그해 9월 2일 <위키리스크>가 미국의 외교 전문 25만여 건을 공개한 것으로 각국 정부가 그동안 자국민들에게 숨겨온 비밀 정보다. 이 기사엔 '김 전 본부장이 한국보다 미국에 더 협조적이었다'고 게재돼있다.

김 전 본부장의 출마 소식을 접한 같은 당 유동수 계양 갑 예비후보는 매우 반발하고 있다. 더민주당 인천시당 관계자들도 갸우뚱하는 분위기다.

<시사인천>이 만난 더민주당 핵심 관계자들은 "중앙이나 지역에서 상의가 거의 없었다"며 "송파나 용산 출마설이 있었는데 갑자기 인천 출마를 선언해 모두 당황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홍영표 인천시당 위원장도 그의 계양 갑 출마에 부정적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 전 본부장 쪽 관계자는 "중앙이나 지역에서 어느 정도 이야기됐고, 그런 조율 속에서 출마를 선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FTA를 주도한 것에 대한 반대 여론에 대해선 "대한민국은 개방형 통상 국가라 FTA 추진은 불가피했고, 외면할 수 없다"고 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김현종, #한미FTA, #인천 계양갑, #인천평화복지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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