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시간 18분' 필리버스터 마친 은수미의 '눈물'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오후 '테러방지법' 직권상정 저지를 위해 국회 본회의에서 10시간 18분동안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진행 한 뒤 이종걸 원내대표 등 동료들과 포옹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권우성
▲ 눈물 닦는 은수미 의원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오후 '테러방지법' 직권상정 저지를 위해 국회 본회의에서 10시간 18분동안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진행 한 뒤 동료들의 격려를 받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권우성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낮 12시 48분 테러방지법 제정 반대 무제한 토론을 마쳤다. 장장 10시간 18분의 토론이었다. 은 의원은 토론을 마무리하며 울먹였다. 그는 "대한민국 국민을 믿는다, 이 법이 통과되더라도 언젠가는 바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 "한 사람이라도 덜 고통받는 방법을 제발 정부·여당이 찾아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다음은 <오마이뉴스>가 정리한 은 의원의 마지막 발언 전문이다.
"제가 처음 시작을 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 말씀을 드렸습니다. 김 전 대통령께서는 1964년 4월 20일 필리버스터를 써서 동료 의원의 구속을 막으셨습니다. 그렇게 막고 그 이후로도 계속 평화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정치를 하기 전에, 김 전 대통령은 매우 용감한 사람일 거라고 상상했습니다. 아마 1971년도 장충단 공원, 수만 명이 모였던 장충단 공원 연설 때 전 아주 아기였지만 거기 있었습니다. 저와 김 전 대통령이 만난 것이지요. 하지만 제가 기억하는 건 사람이 너무 많았고 너무 덥고 죽을 것 같이 힘들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정치인이 되고 나서 김 전 대통령 떠올리게 됩니다. 참 오랜 세월을, 불안하고 앞을 알 수 없는데 (어떻게) 오랫동안 정치를 하셨을까. 그 분이 정치를 하게 된 동력은 뭘까. 이 분은 그렇게 얘기하셨다고 한다. (침묵, 울먹임)
'우리는 아무리 강해도 약합니다. 두렵지 않기 때문에 나서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두렵지만 나서야하기 때문에 나서는 것입니다. 그것이 참된 용기입니다.'
참된 용기, 왜 가지게 되는지 정치인에겐 참 중요한 자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초선 비례인 저, 제가 더 용기를 내면, 그래서 내린 결론은 (제 나이가) 20대 때 간절한 것 이상으로 간절하다는 사실입니다. 더 이상 청년들이 누구를 밟거나 누구에게 밟힌 경험만으로 20대를 살아가지 않기를 바랍니다.
'청년'으로 네이버 검색을 해봤더니 검색어 1위가 '알바'가 아니라 '글자 수 세기'예요. 한 번 이상 '글자 수 세기' 프로그램을 했어야 하기 때문에 회사를 지원하는데 소개서를 1000자 이내로 써라, (그래서) 글자수 세기 프로그램을 씁니다. 청년 하면 떠오른 키워드가 '젊음', '정열', '축제', '사람', '욕망'이 아니고, 그런 모습으로 (청년을) 살게 해선 안 된다. 특히 자기의 인권과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은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를 뿐 아니라 타인의 권리도 주장하기 어렵다. 우리 미래가 그렇게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왜? 어쨌든 대한민국을 바꿔온 흐름이 있습니다. 저 역시 젊은 시절에 제가 나이를 들면 우리 아이들이 저보다 훨씬 더 찬란한 세상을 향해 날아갈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대학에 들어가 처음 본 것이 전경이었는데, 전경으로 대표되는 독재였는데 2학년 때 '누가 죽었단다', '누가 강간당했단다' 그런 것이었는데, 그런 경험하지 않고 더 나은 미래가 생길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가장 가슴 아팠던 것은 2007년 87년 항쟁 20주년 기념식 때였는데, 그 때 세종문화회관에서 기념식을 했습니다. 전 그 건너편에서 비정규노동자들이랑 모임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기념식 현수막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1987년은 어떤 의미인가. 할 만큼 했노라 했는데 그렇지 않구나. 민주화되는 세상에서 누구는 비정규직으로 살고 누구는 청년 실업자로 살고, 누구는 자살해야 하고, 그래서 세상을 바꿔야 된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은수미, 눈물로 마친 '10시간 18분' 필리버스터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오후 '테러방지법' 직권상정 저지를 위해 국회 본회의에서 10시간 18분동안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진행 한 뒤 눈물을 흘리며 발언대에서 내려오고 있다. ⓒ 권우성
제가 왜 테러방지법을 (처리해선 안 된다고) 얘기하는지 굳이 얘기를 드리면, 사람은 밥만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닙니다. 밥 이상의 것을 배려하는 것이 사람입니다. 그래서 헌법이 있습니다. 헌법엔 노동·복지 이상의, 언론의 자유, 집회의 자유, 불가침의 인권, 행복 같은 것이 있습니다. 인간은 그런 존재입니다. 어떤 사람도 탄압 받아선 안 되고.. (또 다시 울먹임, 물을 마시며 가슴을 침) 다시 말씀드리지만 헌법에 보장된 시민은 밥만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닙니다. 언론의 자유 누리고 표현의 자유 누려야 합니다. 어떤 억압으로부터도. 자기 운명을 자기가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것을 못하게 할 수 있는 법이라고 누차 이야기, 끊임없이 주장하는데 제발 바른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하는데.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서 일하는가? 부정하지 않겠다. 국민을 위해 일하는 방향이, 나와 박 대통령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거든요. 여당과 야당이 다름을 인정하거든요. (그러나 저는) 어떻게 사람이 단 한 명도 인권을 훼손당하지 않고 자기 운명을, 자기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는지 2012년 이후 박근혜 정부에게 요구해왔다고 생각합니다. 테러방지법부터 모든 법안이 그렇습니다. 항상 (박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것 같지만 저는 포기하지 못합니다. 저의 주인이신 국민이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그 분들은 포기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헬조선을 외치는 청년들은 도망치는 것 외에 둥지가 없습니다. 정치도, 정치하는 사람도 자기 둥지를 부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둥지를 부쉈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둥지를 부수면서 같이 하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저로서는 최선을 다 했습니다.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저는 대한민국 국민을 믿는다. 이 법이 통과돼도 언젠가는 바뀔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또 누군가 (그 전까지)고통을 당해야 할지도 모른다. (목메임) 한 사람이라도 덜 고통 받는 방법을 제발 정부·여당이 찾아주십시오. 이것은 사람을 위한 약자를 위한 정치. (눈물 보임, 물 한잔 마심)네. 여당도, 야당도 없고, 오직 국민을 위해서 생각하고요. 박 대통령도 현장에서 붙잡고 보면 다르다. 다른데 어떻게 하면 같이 살까 이 생각 좀 하자. 제발 피를 토한다던가 하는 낡은 표현들 말고 어떻게 하면 화해하고 사랑하고 함께 할지. 어떻게 하면 응원하고 격려하고 힘내게 할 수 있는지 생각 좀 했으면 좋겠다. 이 이야기를 끝으로 저의 필리버스터를 끝냅니다."'10시간 필리버스터 은수미 의원 인터뷰 모음' ☞ "의료원 폐업하면서 고용률 높이겠다고?" - 2013년 6월 11일☞ "이효리 덕분에 설명 필요없는 이야기 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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