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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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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구 북아현동에는 강제철거에 맞서 700일이 훨씬 넘는 기간 동안 노숙 농성을 하던 부부가 있었다. 지금은 길고 긴 농성 투쟁에서 승리해 서교동에서 곱창집을 운영하는 그 부부는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었음에도 오롯이 외로움과 두려움에 맞서야만 했다.
2014년 1월 2일, 북아현동 북아현 1-2구역에 있던 반파된 집. 장난감 자동차를 비롯해 가져가지 못한 가재도구와 파편들이 나뒹굴고 있다. ⓒ 장성열
그 부부만 강제철거를 당한 것은 아니었다. 농성장을 넘어 추계예대 근처에서 북아현동의 언덕길을 오르면 철거된 집들, 철거를 기다리고 있는 집들, 아직 사람이 살고 있는 집들이 뒤엉켜 있었다. 이곳은 마치 뉴스에서나 보던 분쟁지역을 연상케 했다. 나는 농성장에 들리게 된 것을 계기로, 긴 호흡으로 여러 번에 걸쳐 북아현동을 찾아 사진을 찍었다.
2015년 3월 1일, 북아현동 반쯤 철거된 빈집들 사이로 아직 거주중인 주민이 수레를 끌고 지나가고 있다. ⓒ 장성열
2012년에 처음 갔을 때도 이미 철거와 재개발이 진행 중이던 북아현동 재개발지역은 2014년과 그 이듬해에 갔을 때는 죽어버린 동네 같았다. 보이는 집마다 창문이 깨져 있거나, 붉은 래커로 X자가 그어져 있거나 '아시바' 라고 부르는 철제 구조물이 집을 감싸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그곳에 남은 사람들은 정말 한 줌도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개중에는 폐품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노인도 있었고, 근처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도 있었는데 구태여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지금까지 살아온 곳에서 쫓겨나기 싫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그리고 기존의 건물들과 사람이 있던 자리에는 아파트들이 들어서고 있었고, 높은 펜스들이 아파트를 보호하려는 듯 망가진 집들과 그것들을 사진으로 담는 나를 내내 노려보곤 했다.
2014년 10월 12일, 북아현동. 2014년 10월의 북아현동. 당시에도 이미 철거가 상당부분 진행되어, 전쟁터를 연상시키는 모습이다. ⓒ 장성열
2014년 10월 12일, 북아현동. 북아현동의 반쯤 철거되어 풀까지 자란 집 뒤로 고층 아파트가 건설중인 모습이다. ⓒ 장성열
사람들이 집을 잃고, 그들이 살던 집이 철거되는 것은 비단 북아현동만 그런 것은 아니다. 전국의 수많은 곳에서 철거와 재개발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서강대학교 바로 뒤편에 있는 마포구 염리동 또한그 중 하나인데, 한 친구는 내가 개인 SNS에 염리동 재개발 지역에서 촬영을 했다는 사실을 알리자 자신이 그곳에 살았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주기도 했다. 가림막에 난 구멍과 노출된 부분을 촬영하면서 본 염리동 또한 북아현동처럼 철거되기 전의 모습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2015년 11월 20일, 염리동 철거 공사장 가림막의 헤진 곳 너머로 철거된 집과 그 위를 지나는 덤프트럭이 보인다. ⓒ 장성열
기존의 집들을 허문 자리에는 대개 높은 아파트가 들어선다. 그러나 많은 경우 그 아파트에는 원래 그 곳에 살던 이들이 들어갈 자리는 없다. 살던 곳에서 내쫓는 것도 모자라, 철거와 이주에 대한 보상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길에서 농성했던 부부도, 망가진 주변 집들 사이에서 혼자 남아 살고 있던 노인도 내게 같은 이야기를 해 주었다. 제대로 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어디 가서 살고, 또 어디에서 장사를 하겠느냐고.
2015년 11월 20일, 염리동 철거된 집의 잔해 넘어로 고층 아파트가 보인다. 가까워 보이지만 아파트와 철거가 진행중인 지역은 사실상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 ⓒ 장성열
집이 없으면 우리는 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없는 것이 더 많아진다. 집이 없어진다는 것은 곧 생활이 불가능해진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집을 잃는 사람들은 대개 집이 전 재산인 사람들이다. 결국 강제철거는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채 무너트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태그:#북아현동, #염리동, #강제철거, #재개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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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글로 기억하는 정치학도, 사진가. 아나키즘과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가장자리(Frontier) 라는 다큐멘터리/르포르타주 사진가 팀의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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