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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노동 찾기>는 10여 명의 노동자를 찾아서 인터뷰한 책이다. 급식조리원부터 아르바이트 노동자, 장례지도사, 콜센터 상담원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주목할 점이라면 특별한 사례를 지닌 사람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들었다는 점이다.

'근로계약서'라는 게 있는지도 몰랐다는 알바 노동자, 노조가 어떤 존재인지 알지 못했다는 급식조리원. TV에 나온다고 좋아했다가 72시간 대기했다는 보조출연자의 이야기는 읽다 보면 기가 막힐 지경이다. 감정노동에 온갖 모욕을 당하기도 하는 콜센터 노동자의 사연은 '노동자'를 대하는 한국 사회의 인식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노동자들의 이야기

<숨은 노동 찾기> 표지사진
 <숨은 노동 찾기> 표지사진
ⓒ 오월의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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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을 가진 사람이 술 마신 후에 부르는 대리운전 노동자의 삶은 또 어떤가. 먼 외지까지 고객의 차를 운전하고 갔다가 복귀하는 길에 지원하는 차량이 없어 택시비를 써야 하는 신세라는 고백도 이어진다.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는 마트 노동자, 청소 노동자의 이야기를 듣는 부분도 인상적이다.

"고객센터로 연락해서 계산원을 주차장으로 불러낸 고객도 있어요. 계산할 때 마음에 안 들었다면서 상품 리스트를 주면서 장을 봐오라고 했대요. 계산원이 그대로 장을 봐오니까 '원산지가 다르다, 무게가 안 맞는다'면서 다시 돌려보냈대요.

집까지 찾아오게 해서 사과를 받는 사람도 있고요. 또 어떤 고객은 전화로 여러 직원에게 문의한 후 자신과 통화한 직원들의 말이 조금씩 달랐다면서 전화받은 직원 모두에게 반성문을 쓰게 한 적도 있어요." - 본문 249쪽 중에서

이들은 밤에 일하고도 야간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해고당하기도 한다. 근무에 필요한 장갑이나 도구를 지급받지 못하거나 휴식시간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부당한 처우에 항의하다가 해고 당한 사례도 본문에 나온다.

열악하고 불안정한 한국 노동자 사례 모음집

각자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특정 직업군'의 대표자가 아닌 개인의 목소리를 담으려 애쓴 부분이 인상적이다. 각 인터뷰는 현장에서 일하는 10명의 이야기지만, 책으로 엮은 순간 열악하고 불안정한 한국 노동자의 사례 모음집이 된다.

주변에서 매일 접할 수 있는 사람들이지만, 마치 그림자처럼 '풍경'이 되어버린 노동자들의 사연. <숨은 노동 찾기>는 마치 '숨은 그림 찾기' 하듯이 한 사람씩 노동자의 삶을 끌어내서 독자에게 보여준다.

이들 중 일부가 해고 당한 후 복직을 위해 싸우는 모습마저도 한국에선 드물지 않은 장면 아닌가. 씁쓸하면서도 점점 더 흔해지는 노동자의 현실을 바꾸려면, 먼저 그들의 숨은 노동을 평등한 시선으로 보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영화 <카트>에 나오던 대사처럼, 이 사회 어디에서 일하든 사람이든 "투명인간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도록.

덧붙이는 글 | <숨은 노동 찾기>(송기역, 최규화, 정윤영, 신정임 씀/ 오월의봄/ 1만3천 원/ 2015.12.24)



숨은 노동 찾기 - 당신이 매일 만나는 노동자들 이야기

최규화.정윤영.신정임 지음, 송기역 기획, 오월의봄(2015)


태그:#숨은 노동 찾기, #노동자, #감정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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