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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학과 폐지 위기에 놓인 신라대학교 무용학과 학생들의 호소가 화제였습니다. "그저 춤추고 싶었을 뿐"이라는 학생들은 이날 부산 사상구 대학본부 앞에서 학과 존속을 요구하는 기원제를 오전 내내 열었습니다. 새벽부터 참가했던 한 학생은 이 자리에서 쓰러져 응급차에 실려 가기도 했습니다. 학생들은 요구합니다. 취업률이라는 잣대로 기초학문과 문화예술의 근간인 예술분야를 폐지해선 안 된다고 말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신라대학교 무용학과 존속위원회(아래 존속위원회) 측의 동의를 얻어 그날의 영상을 싣습니다. 더불어 이태우 존속위원회 공동대표의 편지도 동봉합니다. [편집자말]


지난 1일 신라대학교에서는 재학생과 졸업생뿐만 아니라 우리와 뜻을 함께하는 무용 협회, 각지의 예술인이 모여 문화예술 유지 발전을 위한 기원제를 시작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학생들은 한국 고유의 춤을 선보였습니다. 원래는 분홍색 연꽃을 들어야 하지만 학생들은 '다시 피어난다'는 뜻에서 흰색 연꽃으로 바꿔 들었습니다. 학과 폐지 기로에 놓인 무용학과가 다시 일어나길 기원하는 마음을 담은 것입니다.

그런데 행사 도중 재학생 한 명이 마비로 쓰러지는 일이 발생했고, 신라대 무용학과 대표들은 긴급회의를 열었습니다. "마음으로 호소하려고 이 자리에 섰는데, 몸을 다치면 다 필요 없지 않겠느냐"며 이후 일정을 수정했습니다. 그리고 안타까운 마음을 부총장님에게 호소했고, 결국 만남이 이뤄졌습니다.

학교 측은 "구조조정은 반드시 필요하니 논의해보자"며 15일 이후에 대책을 논의하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학생들은 "재검토를 기다리는 시간 동안 우리도 학교와 공존할 수 있는 대책방안을 함께 고민해보겠다"며 복잡한 심정을 전했습니다.

영남 최초 무용학과의 반세기 역사, 이렇게 저물 순...

지난 1일 신라대학교 무용학과 학생들이 학과 존속을 염원하는 기원제를 여는 모습.
 지난 1일 신라대학교 무용학과 학생들이 학과 존속을 염원하는 기원제를 여는 모습.
ⓒ 신라대학교 무용학과 존속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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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신라대학교 무용학과 학생들이 학과 존속을 염원하는 기원제를 여는 모습.
 지난 1일 신라대학교 무용학과 학생들이 학과 존속을 염원하는 기원제를 여는 모습.
ⓒ 신라대학교 무용학과 존속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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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대, 동아대, 경성대에 이어 신라대학교 무용학과까지 지역에서 인문예술대학이 잇따라 통폐합되거나 정원이 감축되고 있습니다. 이는 수도권도 예외는 아닙니다. 인문학과 예술대학의 존폐에 대한 대책강구가 시급합니다. 신라대학교 무용학과는 영남지방 최초로 개설된 무용학과로 반세기의 역사를 이어왔습니다. 이런 역사의 운명이 하루아침에 결정될 순 없습니다.

대학의 본분을 위해, 우리가 아니더라도 우리를 따라올 후학 양성을 위해, 교육의 본질을 잊어선 안 됩니다. 그를 위한 간절하고 강인한 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상 신입생을 받지 않는다는 건 이미 결정된 사항입니다.
그런데 왜 나서서 싸우느냐고요? 
우리뿐만 아니라 모두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으면 정말 아무것도 이룰 수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예술을 생각하는 사람이 변화의 목소리를 함께 낼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예술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예술이 무엇인지 한 번쯤 생각할 수 있도록,
비록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우리는 무엇이라도 하고 싶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어떤 고민을 했고, 어떤 행동을 했는지 남기고 싶습니다.

나 자신만 생각했다면 이렇게 까지 간절히 노력하지 않았을 겁니다. 아래 노래 가사로 짧은 글을 마무리지으려 합니다.

가끔 힘이 들 때면 고개 떨구기 전에
나 첫걸음을 내딛던 때를 떠올려봐
많은 다짐 속에서 찾을 수 있을 걸
당연한 고비 두려워 않기를
숨 가쁘게 달려도 한 번씩 뒤돌아봐
미소를 나누던 친구 뒤쳐져있는지
손을 내밀어 당겨주는 나의 따뜻한 손은
그 누구보다 날 앞서게 하지
- <신라인의 노래> 2절 중

신라대학교 무용학과 학생들이 학과 폐지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신라대학교 무용학과 학생들이 학과 폐지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신라대학교 무용학과 존속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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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신라대학교 무용학과 학생들이 학과 존속을 염원하는 기원제를 여는 모습.
 지난 1일 신라대학교 무용학과 학생들이 학과 존속을 염원하는 기원제를 여는 모습.
ⓒ 신라대학교 무용학과 존속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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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신라대학교 무용학과 학생들이 총장 차 앞에서 학과 존속을 요구하는 모습.
 지난 1일 신라대학교 무용학과 학생들이 총장 차 앞에서 학과 존속을 요구하는 모습.
ⓒ 신라대학교 무용학과 존속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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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신라대학교 무용학과 학생들이 총장 차 앞에서 무릎을 꿇고 학과 존속을 요구하는 모습.
 지난 1일 신라대학교 무용학과 학생들이 총장 차 앞에서 무릎을 꿇고 학과 존속을 요구하는 모습.
ⓒ 신라대학교 무용학과 존속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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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신라대학교 , #무용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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