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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신연희 강남구청장
 신연희 강남구청장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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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19일 오후 8시 22분]

"박원순 시장과 새해 인사차 면담 요청했다. 새해에는 강남구와 서울시가 원활한 관계를 유지할 것이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시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나온 신연희 강남구청장의 발언이다. 언론들은 이 발언을 토대로 새해 들어 강남구와 서울시 간의 관계가 개선될 조짐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작년 초 1조7천억 원의 한전 부지 공공기여금 사용처를 둘러싼 갈등 이후 두 지자체는 작년 내내 사사건건 불협화음을 내왔다. 시민문화시설인 제2시민청을 강남구에 짓는 것도, 젊은이를 위한 행복주택을 수서역세권에 짓는 것도 강남구의 반대에 부딪혀 서울시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신 구청장은 '강남구를 서울시로부터 독립시켜달라'고 하는가 하면, 급기야 연말에는 소속 공무원들을 동원해 서울시를 비방하고 강남구를 옹호하는 '댓글부대'를 운영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서울시와 맞고소전을 벌이는 등 최악의 사태로 치달았다.

그간 두 지자체간의 사이가 워낙 좋지 않았기 때문에 '박 시장을 만나겠다'는 신 구청장의 말에 언론의 귀가 솔깃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강남구는 실제 지난 15일 박원순 시장은 물론 서울시 1, 2부시장에게도 면담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강남구 관계자는 "작년엔 서울시와 여러 가지 대립관계가 있었지만 올해는 시장님이 신년사에 '자치분권을 실현해주겠다'는 말씀도 하셨고, 영동대로 통합개발(강남구가 한전 부지 공공기여금을 우선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업)도 뜻대로 되어서 현안 보다는 새해 인사차 덕담을 나누고 차나 한잔 하고 오려고 면담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강남구 "덕담 나누고 차나 한잔 하고 오겠다"

그러나 이같은 제의를 받은 서울시의 입장은 정작 시큰둥하다. 전혀 새롭지 않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신 구청장은 평소 한전 부지 공공기여금 문제가 불거진 이후 6번이나 박 시장에게 면담 신청을 했으나 번번이 거부당했다며 박 시장을 '불통시장'으로 공격해왔다.

그렇다면 평소 '소통을 중시하는' 박 시장은 왜 면담을 거부했을까?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서로 일정이 맞는다면 구청장이 만나자는데 시장이 못 만날 이유가 전혀 없다"면서도 "만남 자체를 자꾸 정치 이슈화하고 시를 공박하는 소재로 쓰려고 하니 선뜻 수락할 수 없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만나기도 전에 언론에 자기 할 말 다해버리고 (자기 주장을) 안 받아들이면 책임지라고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만나면 무슨 얘기를 할 수 있겠냐"며 "이번에도 사전에 조용히 의사를 타진하면 원만히 만남이 이뤄질 텐데, 이렇게 언론에 대고 터뜨리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크게 한숨을 쉬었다.

신 구청장은 지난해 4월 국제교류복합지구에 잠실운동장이 포함되자 강남주민 40여 명과 함께 서울시청사에 들어와 기습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는 또한 강남구가 "영동대로 통합 개발을 이뤄냈다"며 강남구가 원하는 방향으로 사업이 이뤄진 듯 말하는 것도 전혀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11월 국토부·서울시·경기도·강남구·철도시설공단이 참여하는 영동대로 개발 실무특별팀을 과장급에서 국장급으로 격상하기로 했지만, 이후 특별히 진전된 것은 없기 때문이다.

이를 놓고 강남구는 "원하던 대로 이뤄졌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어차피 통합개발의 시기와 공공기여금 사용방법 등은 차후 더 논의해야 한다"며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신 구청장이 면담 요청을 한 이유로 든 "박 시장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지방자치 원년으로 삼겠다'고 했다"는 것도 평소 지방자치를 중시할 수밖에 없는 시장으로 당연히 해야 할 발언이므로 역시 새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박원순 서울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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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이렇게 언론에 대고 터뜨리는 이유를 모르겠다"

강남구의 '댓글부대' 의혹을 폭로해 주목을 받았던 여선웅 강남구의원은 "서울시와 지나치게 대립관계를 유지해온 데 대해 주민여론이 좋지 않고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선거를 앞두고 부담스러워한다는 얘기가 있다"며 신 구청장의 유화 제스처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 의원은 또 몇 해 전 구룡마을 개발 갈등 와중에서 강남구에 고발된 서울시 직원들 문제나 행복주택, 제2시민청 등을 예로 들고 "이중 어느 한 부분도 양보를 하지 않고 화해의 손을 내민다는 건 형식적인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일부 언론은 지난 12월 박 시장과 서울시내 구청장의 부부 동반 송년회에 신 구청장 부부가 참석해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한 데 대해 이때 부터 두 사람 간 화해기류가 싹 튼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지난 8일 열렸던 강남구 신년인사회의 풍경을 보면 신 구청장이 과연 변화할 생각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구청의 연중 가장 큰 행사를 며칠 앞두고 강남구청은 김명옥 구의회 의장에게 '이번에는 인사말 할 시간을 못 드리겠다'고 통보했다가, 의원들이 '그럼 인사말을 유인물로 만들어 배포하겠다'고 반발하자 하루 전 방침을 바꿔 우여곡절끝에 김 의장은 인사말을 할 수 있었다.

김 의장은 지난 10월 구의회 의정질문에서 강남 독립 발언과 관련한 댓글 현황을 의원들에게 배포하려는 과정에서 신 구청장과 언쟁을 벌인 끝에 마이크를 강제로 껐고, 이후 신 구청장은 두 달 넘게 구의회에 출석하지 않고 있다.


태그:#신연희, #박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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