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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이 바뀌면 창조경제혁신센터도 문 닫는 거 아냐?"

지난 12월 31일에 나온 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창조경제혁신센터의 현황과 과제')에 청와대와 미래창조과학부가 발칵 뒤집혔다. 임기를 2년 남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기조인 '창조경제'의 지속 가능성에 '돌직구'를 던졌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까지 대기업과 연계해 중소·벤처기업 창업을 지원하는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전국 17개 시·도에 설치했다. 하지만 정작 센터 종사자들은 정부 예산 지원에 법적 근거가 없어 정권이 바뀌면 센터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팽배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법조사처 "혁신센터 법적 근거 없어 불안감"... 미래부 "이미 법 개정"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6일 오전 경기도 과천 정부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회 입법조사처의 창조경제혁신센터 보고서 내용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6일 오전 경기도 과천 정부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회 입법조사처의 창조경제혁신센터 보고서 내용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미래창조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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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창조경제 주무부처인 미래부는 지난 5일 부랴부랴 해명자료를 낸 것도 모자라 장관이 직접 나서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최양희 장관은 6일 오전 과천정부청사에서 "창조경제혁신센터 재정 지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고 만든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이 지난해 11월 30일 국회를 통과했다"면서 "입법조사처 조사 과정에서 입법 사실을 몰랐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과연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위한 법적 근거는 마련됐고, 정권이 바뀌더라도 계속 살아남을 수 있는 걸까?

그 해답은 이미 90쪽짜리 입법조사처 현장조사보고서(보고서 전문 보기) 안에 모두 담겨있었다. 심지어 최 장관 우려와 달리, 지난해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 입법 사실까지 보고서에 이미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도 입법조사처가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보고서를 작성한 정준화 국회 입법조사처 과학방송통신팀 입법조사관과 6일 직접 통화했다. 정 조사관은 "개정안은 통과됐지만 올해 6월 말 시행을 앞두고 아직 시행령을 만들지 않았다"면서 "입법조사처는 시행령이 구체화돼야 (창조경제혁신센터 재정 지원 근거가) 완성된다는 관점이고 미래부는 법률 통과로 이미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고 보는 관점의 차이"라고 밝혔다.

실제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제16조의 4)에는 정부가 기술 창업과 중소벤처기업 혁신을 지원하는 '전담기관'을 지역별로 지정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예산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지만, 창조경제혁신센터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진 않고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정부기관이 아닌 '민간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국가나 지자체의 재정 지원 없이 유지되기 어렵다. 지금까지 대통령령인 '창조경제민관협의회 등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라 재정 지원을 받았지만, 대통령령은 대통령이 바뀌면 쉽게 고치거나 없앨 수 있어 조직의 지속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반면 전국 17개 시도에 설치된 '테크노파크'(산업기술단지)는 지난 1998년에 만든 '산업기술단지 지원에 관한 특례법', 전국 창업보육센터는 '중소기업창업지원법'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 지원을 안정적으로 받고 있다.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속에 가장 큰 걸림돌은 '박근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7월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및 지원기업 대표단 간담회를 마치고 기념촬영하고 나서 간담회장을 나서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7월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및 지원기업 대표단 간담회를 마치고 기념촬영하고 나서 간담회장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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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핵심 공약이라는 '정치적 태생'도 넘어야 할 벽이다. 입법조사처는 센터 직원 인터뷰를 토대로 "창조경제혁신센터는 '현 정부의 사업'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차기 정부가 집권하는 2018년 이후에는 현 정부와의 거리를 두기 위해 대통령령을 개정·폐지하여 센터에 대한 재정 지원이 중단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상당수 직원들이 "근거 법률이 없는 상황에서 정권이 교체되고 나면 센터에 대한 예산 지원뿐만 아니라 센터의 존립 자체도 불확실해질 것이라는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직원 신분 보장이 불확실하다 보니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입법조사처는 기존 대통령령을 법률로 격상하거나 '창조경제혁신센터 설치 운영에 관한 근거 법률' 제정, 기존 법률에 센터 재정 지원을 추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정 조사관도 "조사 시점이 9월에서 11월 사이였고 개정안은 11월 말에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에 대부분 기본법 발의 사실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인터뷰했다"고 인정했다.

그렇다면 재정 지원의 법적 근거만 마련되면 정권이 바뀌어도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정 조사관은 "법보다 정책이고, 결국 정부의 집행 기술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해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를 비롯한 많은 기관을 만들었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위상이 깎이거나 유명무실해진 전례가 있다. 바로 박근혜 정부에서 벌어진 일이다.

정 조사관은 "과거 녹색성장과 달리 창조경제는 창업, 일자리와 직결돼 있고 정치적 환경에서 출발했지만 (창조경제혁신센터의) 기능은 시대가 원하는 것"이라면서 "이제 설립한 지 1년 정도 지났기 때문에 2016년부터 안정돼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디캠프'를 비롯한 기존 창업 지원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전국에 흩어진 창조경제혁신센터가 각 지역 창업 지원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센터가 안정되기도 전에 조급하게 성과를 점검하여 그 기능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를 경계하기도 했다.

정권 바뀌어도 살아남으려면 '법보다 공감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7월 26일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 참석해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왼쪽) 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7월 26일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 참석해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왼쪽) 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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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창조경제'와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박근혜 정부 이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오마이팩트>는 '대체로 진실'이라고 봤다. 현 정부에서 법적 근거까지 마련한다면 어떤 형태로든 명맥은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차기 정부와 지자체의 관심이나 재정 지원이 줄면 유명무실해질 수도 있다. 대기업의 '보여주기식' 지원도 곧 바닥을 드러낼 것이다. 아울러 박근혜 색깔이 강한 '창조경제'란 용어 역시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당장 창조경제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의 미래도 불투명한 상태다. 

이처럼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가능한 정책을 만들기란 쉽지 않다. 어떻게든 임기 안에 성과를 보려는 근시안적 치적 쌓기일 경우 더 그렇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살리기'가 대표적이다. 반면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앞세운 참여정부의 혁신도시와 행정중심복합도시 사업이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도 지속되는 건 법적 근거 이전에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국민 열망과 여야 정치권의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입법조사처도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지속가능하려면 그 개념과 기능의 '사회적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정치적 탄생 배경까지 감출 수는 없겠지만 지역 벤처·중소기업 창업 활성화라는 순기능을 인정받는다면 다음 정부도 마냥 외면할 순 없기 때문이다. 


태그:#창조경제, #창조경제혁신센터, #미래창조과학부, #박근혜, #최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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