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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에 참석한 한 농민이 박근혜 대통령 후보 시절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는 약속을 지적하며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지난 7월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에 참석한 한 농민이 박근혜 대통령 후보 시절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는 약속을 지적하며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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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을 갈무리하는 농민들의 마음은 절망적이다. 쌀은 농민 소득을 대표하는 주곡이며, 국가적으로는 식량 안보상 절대적으로 생산안정이 요구되는 곡식이다. 쌀값은 지난 2005년 '공공비축수매제도'로 대표되는 새로운 양정 정책 시행 뒤, 10년 동안 제자리 걸음을 하며 농심을 속터지게 만들더니 급기야 올해 구렁텅이로 떨어졌다.

농민들은 입을 모아 "쌀값이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으니 이제 벼농사를 지어서는 살 수가 없다"며 절망감에 빠져 있다.

"20년 전 쌀값 그대로"라는 농민들의 말이 사실일까. 한국은행 경제통계자료(화폐가치계산)를 보면, 1996년 80㎏ 쌀 한 가마 값은 13만 6713원이었다. 최근에는 쌀값이 14만 원 이하로 떨어졌으니 농민들의 말은 과장이 아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자료(1월 기준)에 나타난 쌀값 추이를 보면, ▲ 1980년-4만7600여 원 ▲ 1990년-9만5100여 원 ▲ 2000년-16만5000여 원 ▲ 2010년-13만여 원, 그리고 2015년 15만9000여 원이다.

35년 동안 쌀값 세 배 올랐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소속 농민이 지난 7월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밥쌀용 쌀 수입 정책을 규탄하며 미국산 칼로스 쌀 포대를 망치로 내리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소속 농민이 지난 7월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밥쌀용 쌀 수입 정책을 규탄하며 미국산 칼로스 쌀 포대를 망치로 내리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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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에 따르면, 지난 35년 동안 쌀값은 겨우 3배가 오른 셈이다. 다른 품목과 비교하면 어떨까? 같은 기간 동안 국립대 등록금 인상폭(언론보도자료)을 살펴보자. 1980년 국립대 1년 평균 등록금은 34만4000여 원이었다. 그리고, 2015년에는 418만여 원으로 12배가 올랐다.

35년 전에는 쌀 열네 가마면 국립대학 1년 등록금을 해결할 수 있었다. 지금은 어떨까. 올해 12월 충남 예산군 농민들이 농협통합RPC에 판 쌀값(80㎏ 1가마당 11만5000원)으로 계산하면, 무려 서른여섯 가마를 팔아야 국립대 1년 등록금을 댈 수 있다. 사립대를 가르치려면 평균등록금 730만 원 기준, 예순 세 가마가 들어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충남 예산군농협RPC 수매가는 조곡 40㎏ 한 포대당 4만3000원(1등 기준)으로 작년 5만3400원과 견줘 무려 19% 이상 떨어졌다. 조곡은 방아를 찧기 전 상태의 벼를 가리키는데, 통상 조곡 40kg 세 포대를 도정하면 쌀 90kg이 나온다.

논 1마지기(200평)를 농사 지으면 평균 쌀 80㎏ 네 가마가 나온다고 한다. 여기에서 농자재값 등 투자비용을 빼면 세 가마를 차지하기 어렵다. "30여 년 전만 해도 논 스무 마지기만 있으면 먹고 살고 애들 교육은 시킨다고 했는데 요즘은 백마지기(2만 평)를 지어도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짜장면 값만 해도 1980년 평균 350원에서 2015년 4500원으로 13배 가까이 올랐다.

지난 7월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에 참석한 한 농민이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밥쌀용 쌀 수입 정책을 규탄하며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의 가면을 쓴 채 수입쌀을 손수레에 싣고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지난 7월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에 참석한 한 농민이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밥쌀용 쌀 수입 정책을 규탄하며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의 가면을 쓴 채 수입쌀을 손수레에 싣고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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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변동 추이를 분석해 보면, 지난 10년 전인 2005년 추곡수매제 폐지, 공공비축제 도입을 골자로 해 정부가 새롭게 도입한 양정 정책이 완전히 실패했음을 알 수 있다. 그 이전에는 이중곡가정책인 추곡수매제도로 인해 쌀값이 물가상승률을 따라잡지는 못했어도, 약간의 상승세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2005년 이후 15만 원대에서 제자리 걸음만 하다 결국 폭락했다.

'수입개방으로 밥쌀까지 수입하는 상황에서 쌀 가격을 시장논리에 맡기겠다는 정부의 발상은 애초에 실현불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이 농업농촌연구학계의 주장이기도 하다.

"쌀값 올려주겠다던 박 대통령, 어찌된 일이냐"

더욱이 올해부터 쌀이 전면개방됐다. 쌀 소비량은 30년 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 그럼에도 올해 국내 쌀소비량의 10%가 넘는 40만9000여 톤의 TRQ(저율관세할당물량)가 변함없이 들어온다. 또한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한중FTA)이 지난 20일 공식 발효, 농민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데도 정부의 이렇다할 대책이 없는 것이 농촌 현실이다.

구만뜰(충남 예산군 고덕면)에서 논 100여 마지기 농사를 짓는 김아무개씨는 "쌀값이 오르지 않았어도 기계화가 되고 경지규모가 늘어 그나마 간신히 버텨왔다. 그런데 작년보다 (조곡 40㎏ 1포대당) 가격이 1만 원이 넘게 떨어져 앉은 자리에서 1500만 원 손실이 생겼다. 이렇게는 살 수가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또 "지난 대선 때 지금 대통령이 '쌀 한 가마에 17만 원인데 당선이 되면 21만 원으로 올려 주겠다'고 현수막을 내걸고 공약을 했다. 그런데 지금 쌀값이 13만 원이다. 어찌된 일이냐"고 반문했다.

덧붙이는 글 |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신문>과 인터넷신문 <예스무한>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쌀값, #쌀값 폭락, #추곡수매제도, #대학등록금,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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