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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신 : 21일 오후 7시 48분]
백남기씨 가족 "아빠도 여러분의 행진을 아실 것"
21일 백남기 농민 쾌유기원 도보행진에 참여한 중앙대 동문들이 보신각 앞에서 경찰 진압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1일 백남기 농민 쾌유기원 도보행진에 참여한 중앙대 동문들이 보신각 앞에서 경찰 진압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안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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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보신각 앞에서 잠시 집회를 열었던 도보행진단은 '의혈 중앙' 깃발을 앞세우고 다시 행진을 시작했다.

종로5가를 거쳐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정문 앞에 도착했다. 오후 12시 25분 흑석동 중앙대를 출발해 오후 4시 40분 서울대병원까지 약 11km 거리를 4시간 15분 동안 걸어 백남기씨가 의식불명 상태로 누워있는 곳에 당도한 것이다.

백남기씨의 자녀들인 백도라지, 백두산, 백민주화씨는 아버지의 쾌유를 빌며 도보행진을 마친 이들을 맞이했다. 첫째 딸인 백도라지씨는 가족 대표로 다음과 같이 감사 인사를 했다. 백씨는 인사 도중 몇 차례 감정이 북받쳐 말을 잇지 못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한마음으로 한 자리 모여서 중앙대서부터 여기까지 아빠의 쾌유를 빌어주시면서 걸어주신 것을 정말 감사드리고요. 며칠 전 페이스북에 올린 (쾌유기원 도보행진) 대자보를 읽고 가족 모두 정말 감동했습니다.

아빠가 의식 없이 누워계시지만 아빠도 아빠를 생각하는 여러 후배들과 시민분들이 이렇게 행진을 해주셨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계시리라고 생각하고요. 날씨도 쌀쌀한데 다들 모여서 찾아와주시고 가족을 대표해서 감사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뜨거운 박수로 응원의 마음을 표현한 행진 참가자들은 병원 앞에서 "살인적인 폭력진압 책임자를 처벌하라!", "위헌적인 차벽 설치 물대포를 추방하자!", "살인진압 민주파괴 박근혜는 사과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오후 5시경 이날의 도보행진을 마무리했다.

[2신 : 21일 오후 5시]
"80년에도 한강 건넜는데... 의혈 중앙 다시 거리로"

백남기 농민 쾌유 기원 도보 행진에 참가한 중앙대 동문들은 70~80년대 학번이 많았다. 중앙대 민주동문회 깃발을 들고 행진한 이도경(법대 07학번)씨는 "고연령 학번들이 많이 오시고 우리 연배는 거의 없어 좀 부끄럽다"며 "하지만 둘러보면 취업을 위해 발버둥 치는 친구들, 주말도 반납하고 회사에 묶여 있는 친구들이 많아 나오고 싶어도 못 나오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오늘 얼마나 많이 모였느냐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며 "백남기 선배님의 상황에 여러 동문들이 마음을 모았다는 게 중요하고 앞으로 부당한 탄압에 싸워나가는 데에 동문들이 역할을 하는 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영구 좌파노동자회 대표(중앙대 77학번)는 "물대포에 다친 분이 학교 선배란 걸 뉴스를 보고 알았다. 안타까워 하고 있었는데 페이스북에 오늘 행진이 열린다는 걸 보고 나왔다"며 "우리가 80년 5월 10일 한강을 건너서 서울역 진출했을 때 학교 기숙사에서 계엄군에 잡혀간 분이 백남기 선배님"이라고 말했다.

허 대표는 "'의혈 중앙'은 4·19때부터 붙은 명칭이다. '의에 죽고 참에 산다'는 교훈 때문에 의혈 중앙이 됐다"며 "80년처럼 중앙대생 수천명이 한강대교를 건널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의 민주주의 후퇴 상황, 재벌 중심의 경제로 일자리 나누기가 안 되는 상황 때문에 젊은이들이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21일 백남기 농민 쾌유기원 도보행진에 참여한 중앙대생과 동문, 농민 등 참가자들이 보신각 앞에 도착했다.
 21일 백남기 농민 쾌유기원 도보행진에 참여한 중앙대생과 동문, 농민 등 참가자들이 보신각 앞에 도착했다.
ⓒ 안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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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백남기 농민 쾌유기원 도보행진에 참여한 중앙대생과 동문, 농민 등 참가자들이 서울역앞을 행진하고 있다.
 21일 백남기 농민 쾌유기원 도보행진에 참여한 중앙대생과 동문, 농민 등 참가자들이 서울역앞을 행진하고 있다.
ⓒ 안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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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63세 남성은 중앙대 동문도 아니고 농민도 아니었지만 행진 내내 묵묵히 걸었다. 그는 "현 정권이 너무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농민 분이 물대포에 맞고 쓰려졌다는 소식을 들었고 사진과 영상을 보고는 놀랐다. 학생 때 이후로 데모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호주에서 30년 간 살다가 잠시 한국에 돌아왔다는 그는 여당 정치인 등이 '선진국 경찰은 폴리스라인만 벗어나도 두들겨 팬다'는 식의 발언에 어이없어 했다. 그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가지고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며 "그런 수압으로 사람을 쏜다는 건 선진국에선 상상도 못할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밖에서 살면서 보니 정부는 한국이 소위 선진국이 되는 문턱에 있는 것처럼 홍보하는데, 내가 보기엔 한참 멀었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이어 "지금 정부는 국민들을 자기들이 원하는 바보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면서 "역사는 여러 관점으로 생각해서 기술하는 것인데 역사를 국정화해서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 가르치겠다는 발상을 하는데 어떻게 선진국으로 갈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날 오후 12시 25분 중앙대 정문을 출발한 도보행진은 한강대교를 건너 오후 2시 20분께 서울역 앞을 거쳐 오후 3시 20분 백남기씨가 물대포에 다친 종각역 앞에서 짧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다시 연건동 서울대병원을 향해 행진을 시작했다.

[1신 : 21일 오후 2시 28분]
"백남기 선배의 쾌유를 빌며" 중앙대 후배들 행진
중앙대 재학생과 동문, 농민 등 200여 명은 이날 오후 12시 25분 서울 흑석동 중앙대 정문 앞 광장에 모여 도보행진에 들어갔다.
 중앙대 재학생과 동문, 농민 등 200여 명은 이날 오후 12시 25분 서울 흑석동 중앙대 정문 앞 광장에 모여 도보행진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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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민중총궐기 때 경찰이 직사한 물대포에 맞아 중태에 빠진 백남기씨의 쾌유를 기원하는 학생과 농민 등이 모여 거리행진을 시작했다.

중앙대 재학생과 동문, 농민 등 200여 명은 이날 오후 12시 25분 서울 흑석동 중앙대 정문 앞 광장에 모여 도보행진에 들어갔다. 이번 행진은 차도를 점거하지 않은 채 평화롭게 진행됐다.

대자보를 통해 이번 거리행진을 제안한 신지영씨는 "물대포는 폭력 저지 수단이 아니라 국민의 입을 막으려는 국가의 폭력"이라며 "농민의 목소리를 전하러 온 농민을 물대포로 살인진압하는 이 나라가 민주주의 국가가 맞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씨는 이어 "우리 학교 68학번 선배인 백남기 선배님은 젊어서 민주화를 위해 싸우시다 투옥되셨고 2015년엔 또다시 국가폭력에 맞서다 쓰러지셨다"며 "추운 날씨지만 선배님의 쾌유를 위해 함께 힘차게 행진하자"고 독려했다.

이번 거리행진을 제안한 신지영씨가 발언하고 있다.
 이번 거리행진을 제안한 신지영씨가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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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진에 참가한 졸업생 홍성범(정치외교학과 85학번)씨도 "뉴스를 보며 농민의 희생에 가슴이 아팠는데 뒤에 알고보니 다름 아닌 68학번 선배님이셨다"며 "학생 시절엔 박정희에게, 지금은 그 딸인 박근혜에 희생되는 걸 보며 도저히 가만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중앙대 정문 앞 광장을 출발한 거리행진은 한강대교 - 신용산역 - 서울역 - 한국은행 앞 - 을지로입구역 - 종각역 - 종로5가역 을 거쳐 백남기 농민이 입원한 서울대병원에 도착할 계획이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태그:#백남기, #중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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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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