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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을 확인한 순간, 엄마들은 수많은 걱정에 휩싸이게 된다. 뱃속의 아이가 잘 자라고 있는지, 심장은 뛰는지, 지금 내가 먹고 있는 음식이 아이에게 해가 되지는 않을지.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 때 보통 택하는 방법은 ‘포털 검색’. 육아 정보를 공유하는 카페 등을 방문해 질문하고, 답변을 본 후 위안을 얻는다. 혹은 더 큰 걱정에 짓눌려 그 길로 병원을 방문한다. 그러나 이 정보가 모두 정확하다고 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알려진 '상식'은 오히려 엄마와 태아에게 수많은 제약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이제 막 임신을 확인한 기자가 <임신, 팩트체크>를 시작해 보려 한다. [편집자말]
커피와 임신
 커피와 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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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과 커피'로 검색하면 쏟아지는 많은 글들을 살펴보면 연관 검색어로 삼을 만한 단어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죄책감.'

"한 잔의 커피에 왜 이렇게 죄책감이 느껴지는지..."
"커피 때문에 아이한테 미안한 마음이 드네요."
"다른 분들은 안 먹고 잘 참는데 저는 말만 아기 생각했지 먹는 거 보면 죄책감이 너무 많이 듭니다."

임신부들은 커피 한 잔 조차 두려워하고 꺼려하며 불안해하고 있었습니다. 임신 전부터 커피를 즐겼던 터라 쉽게 커피를 끊을 수 없어 한 잔 마시면서도 스스로를 자책하게 되는 거죠. '아이를 위해 이거 하나 못 끊나'라는 자기비판입니다.

이런 죄책감은 주변에서 가중시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담당 산부인과 의사에게서 '두 잔까지는 괜찮다'는 답변을 듣고는, '마시고 싶을 때 한 잔, 기분 좋게 마시자'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요. 커피 마시는 모습을 본 제 지인은 일장 연설을 늘어놓습니다.

"임신하면 예쁜 것만 보라잖아 왜 그러겠어. 좋은 것만 먹어야 하니까 그런 거야. 일정량만 안 넘기면 커피 마셔도 된다고? 근데 몸에 좋을까 과연? 그걸 장담할 수 있어?"

얼마 전 출산한 지인도 거듭니다. "마셔도 된다고는 하는데, 전 안 마셨어요."

그 이후로 한동안 커피를 마시기 힘들었습니다. 죄책감 때문이었죠. 그러나 억울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를 위해서라면 못할 게 없지만 명확한 근거도 없이 무조건 참아야 하나 싶었던 거죠. 그래서 직접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커피, 얼마까지 마셔도 되나!

커피, 몇 잔까지 마셔도 되나

일단 카페인 허용량. 미국 FDA(식품의약국)가 밝힌 임신부 카페인 섭취 권고량는 하루 200mg입니다. 보건복지부도 이 기준에 따라 "하루 1잔의 원두커피는 태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미국 대학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2010년 '임산부가 하루에 한 잔 정도의 커피와 탄산음료를 마시는 것으로는 조산이나 유산의 위험이 생기지 않는다'는 결론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평소에 마시는 커피 한 잔에는 카페인이 얼마큼 들어있을까요? 한국소비자원이 2012년, 커피 브랜드별 기본사이즈에 포함된 카페인 함량을 조사한 자료가 있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이 2012년 조사한 '브랜드 커피별 카페인 함유량'
 한국소비자원이 2012년 조사한 '브랜드 커피별 카페인 함유량'
ⓒ 한국소비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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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쿠찌는 아메리카노 한 잔에 2잔의 에스프레소 샷을 넣어 판매하며 여기에는 196mg의 카페인이 함유돼있습니다. 카페베네와 커피빈은 아메리카노 한 잔에 에스프레소 2샷-168mg 카페인, 투썸플레이스는 2샷에 159mg, 할리스는 2샷에 152mg, 스타벅스는 2샷에 114mg의 카페인이 들어있었습니다. 엔제리너스, 이디야, 탐앤탐스는 각각 1샷의 에스프레소가 들어있고 카페인 함유량은 100mg 미만이었습니다.

즉, 시중에 판매되는 아메리카노 한 잔이면 '태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에 포함되는 거죠. 안심하고 드셔도 됩니다.

평소에 즐겨 먹는 믹스커피 한 봉지에 들은 카페인양도 궁금하시죠. 2014년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맥심 오리지날 커피믹스에는 62.5mg의 카페인이, 맥스웰 하우스 오리지날 커피믹스에는 55mg, 네스카페 수프리모 커피믹스에는 49.1mg, 맥심 모카골드 마일드 커피믹스에는 42.5mg의 카페인이 포함돼 있습니다. 커피믹스 한 봉지 평균 52.2mg의 카페인이 들어있습니다. 이 역시 200mg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죠.

카페인이 우려돼 디카페인 커피를 선택하는 분들도 있을텐데요. 디카페인 커피에도 일반적으로는 10mg 이하의 소량의 카페인은 들어있습니다.

아, 여기서 하나 주의할 점은 평상시에 섭취하는 식품에도 카페인이 포함돼 있다는 겁니다. 한국식품영양재단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초콜릿 1개(30g)에는 16mg, 녹차 티백 하나에는 15mg, 콜라 한 캔(250ml)에는 23mg, 커피우유(200ml)에는 47mg의 카페인이 함유돼있습니다. 커피 1캔(180cc)에는 74mg의 카페인이 들어있고요. 이 부분, 함께 고려해야겠죠.

적어도 저는 '내가 마시고 싶을 때 기분 좋게 한 잔!' 이제 죄책감 없이 마시렵니다.

'술은요? 흡연은요?' 이것도 궁금하시죠
음주에 대해서는 명확한 결론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수많은 연구가 있지만, 저마다 가정이 달랐고, 임신부의 입덧 정도 및 주변 상황을 정확히 재단할 수 없어서 '이것만이 진실이다' 할 만한 조사가 없는 상황입니다.

다만, 수백 건의 논문을 검토한 미국의 보건경제학자 에밀리 오스터의 결론을 참조할 수는 있겠습니다. 그녀는 "영국 산부인과 저널에 실린 연구 결과, 가벼운 음주를 한 임신부의 자녀가 금주한 임신부보다 지능, 이상 행동 측면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라며 "(오스트리아, 프랑스, 덴마크 등에서 이뤄진) 조사 결과 '하루 1잔의 와인이 임신이나 아이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는 사실상 전혀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최근 미국 소아과학회와 텍사스대학 공동연구팀은 "임신 중에는 단 한 모금도 술을 마시지 말라"고 권고했습니다. 우리나라 보건복지부 역시 "술은 태아에게 안전한 양이 알려져 있지 않다"라며 맥주 한 잔도 금하고 있습니다.

한편, 담배는 매우 소량이어도 해롭습니다. 흡연 여성은 조산하거나 태반에 문제가 생기거나 아기의 출생 체중이 가벼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임신 중 흡연은 아이에게 위험하니, 금연하시는 게 좋겠죠.



태그:#임신, #커피, #술, #카페인, #디카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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