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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 슈트라세 주변 건축물
 링 슈트라세 주변 건축물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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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베데레 궁전을 나온 우리는 버스를 타고 프린츠 오이겐 슈트라세를 지나 링 슈트라세(Ringstrasse)로 들어선다. 링 슈트라세는 1200년대까지 성곽이 있던 곳으로, 그 안이 빈의 구도심에 해당한다. 그리고 1550년대 도시가 커지면서 성곽 밖에 있던 녹지지역까지 도심이 확장되었다. 그 결과 신도심에는 시청, 국회, 대학 등이 들어서게 되었다. 이에 비해 구도심에는 왕궁과 성당, 극장과 오페라하우스 등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이곳 도심에 있는 건물들은 대부분 1800년대 후반에 세워졌다.

버스는 링 슈트라세를 왼쪽으로 돌아 도나우 운하까지 링의 2/3 정도를 돌 것이다. 여기서 링은 원을 말한다. 먼저 들어선 캐른텐 링(Kärntenring)에는 음악협회가 있는 예술가의 집(Künstlerhaus)이 있다. 다음이 오페라 링인데, 그곳에는 국립 오페라 하우스(Staatsoper)가 있다. 이 건물은 1860년대 르네상스 양식으로 세워졌다. 오페라 공연시 빈 필하모니커가 음악을 맡는 것으로 유명하다.

링 슈트라세에 있는 의회 건물
 링 슈트라세에 있는 의회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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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링을 지나면 부르크 링이 나온다. 부르크는 성 또는 궁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로, 오른쪽에는 합스부르크 황궁인 호프부르크(Hofburg)가 있다. 호프부르크는 1918년까지 합스부르크 출신의 황제가 거처하던 장소였다. 호프부르크는 빈에서 단일 건물로는 가장 큰 면적을 가지고 있다. 현재의 건물 중 상당부분은 젬퍼(Gottfried Semper)와 하제나우어(Karl Freiherr von Hasenauer)에 의해 1869년 완성되었다.

부르크 링 왼쪽에는 미술사 박물관과 자연사 박물관이 있다. 이들 건물은 쌍둥이처럼 보이는데, 젬퍼와 하제나우어에 의해 1871~1891년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졌다. 미술사 박물관은 이집트 예술부터 근대 예술까지 다양한 수집품이 전시되어 있다. 그 중 회화관이 가장 유명하다. 회화관에는 르네상스에서 바로크까지 유럽의 대표적인 예술품이 전시되어 있다.

보티프교회
 보티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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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적으로는 16, 17세기, 지역적으로는 베네치아, 이탈리아. 플랑드르, 네덜란드, 독일 작품이 많다. 대표적인 작가로는 베네치아의 티치아노, 베로네제, 틴토레토, 이탈리아의 라파엘로, 카라밧지오, 플랑드르의 루벤스, 네덜란드의 렘브란트, 브뤼겔, 얀 반 아이크, 독일의 뒤러와 크라나흐가 있다. 특히 페터 브뤼겔의 그림은 이곳에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술사 박물관 건물을 지나면 의회 건물이 나온다. 이 건물은 1874~1883년 한젠에 의해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지어졌다. 의회를 지나면 오른쪽에 궁정극장이 있고, 왼쪽에 시청이 있다. 궁정극장은 젬퍼와 하제나우어에 의해 1874~1888년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졌다. 그리고 시청은 1872~1883년 슈미트에 의해 신고딕 양식으로 지어졌다. 그 다음에는 빈 대학이 있다. 이 건물은 1877~1884년 페르스텔에 의해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졌다. 그 다음에 있는 보티프교회는 1857~1879년 역시 페르스텔에 의해 신고딕양식으로 지어졌다.

마리아 다리 아래로 흐르는 도나우 운하: 운하 왼쪽으로 프란츠-요셉-부둣길이 이어진다.
 마리아 다리 아래로 흐르는 도나우 운하: 운하 왼쪽으로 프란츠-요셉-부둣길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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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링 슈트라세는 과거의 건축양식을 모두 볼 수 있는 건축사박물관이다. 이들을 보면서 쇼텐 링(Schottenring)을 지나면 도나우 운하를 따라 나있는 프란츠-요셉-부둣길에 이르게 된다. 우리는 모르친 광장에서 버스를 내린 다음, 마리아 다리(Marienbrücke)에서 슈테판 성당으로 이어지는 로텐투름 슈트라세를 따라 도심으로 들어간다. 이 길은 택시와 마차 그리고 시티투어 버스만 다닐 수 있다.  

슈테판 성당의 위용에 놀라다

500m쯤 걸어가자 슈테판 성당의 외관이 보이기 시작한다. 전면의 흰색과 측면의 검은색이 대조적이다. 우리는 서쪽으로 나 있는 입구로 향해간다. 서쪽 입구 앞을 슈테판 광장이라 부르는데, 사람들로 북적인다. 여기서 슈테판은 기독교 최초의 순교자로, 이 성당의 주보성인이다. 슈테판 성당은 기본적으로 고딕 양식이지만, 서쪽 일부에서 후기 로마네스크 양식을 볼 수 있다.

슈테판 성당
 슈테판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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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1230년부터 1263년까지 서쪽 출입구에서 안쪽까지 건물이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주 출입문인 리젠토어(Riesentor), 그 위쪽의 창문, 그 위로 솟아오른 두 개의 첨탑이 웅장한 느낌과 함께 안정감을 더해준다. 이 탑의 높이는 65m나 된다, 그러나 슈테판 성당에서 가장 높은 탑은 남쪽에 있는 탑으로 높이가 136.4m에 이른다. 그에 비해 북쪽에 있는 탑은 완성되지 못한 채 68m로 남아있다.

슈테판 성당은 폭이 34m, 길이가 107m 에 이르는 대형 건물이다. 안으로 들어가면 철문과 철장을 설치해 일반 관광객이 신자석으로 들어가는 것을 차단했다. 요즘 성당이 관광의 대상으로 변해 아주 시끄럽고 어수선한 건 사실이지만, 출입을 전면 차단하는 경우는 처음 본다. 아마 일요일이라 그런 것 같다. 안타깝지만 철창 밖에서 안을 들여다 볼 수밖에 없다.

주 제대가 있는 성당 내부
 주 제대가 있는 성당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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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성당 내부는 세 부분으로 나눠진다. 가운데 주 제대가 있고, 왼쪽에 마리아를 위한 공간이, 오른쪽에 사도들을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주 제대는 바로크 양식으로, 대리석 조각과 그림으로 화려하게 장식했다. 그리고 그 앞에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상이 걸려 있다. 제대 앞에서는 신자들이 성찬식을 거행하고 있다.

왼쪽의 마리아 제대는 좀 특이한 편이다.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그림이 이콘 느낌이 난다. 그것은 동방정교회의 이콘을 복제한 것으로, 헝가리의 푀취(현재 Máriapócs) 지역에 있었다. 그 그림이 눈물의 기적을 보여준다는 얘기가 전해졌고, 오스트리아군은 그 그림을 터키와의 전쟁시 지니고 다녔다고 한다.

전쟁이 끝난 후인 1697년  레오폴트 1세는 이 그림을 빈으로 가져와 슈테판 성당의 주 제단에 설치했다고 한다. 그러나 1945년 이후 현재의 위치로 옮겨져 신자들의 경배를 받고 있다.

마리아 제대의 이콘
 마리아 제대의 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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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제대로는 노이슈타트로부터 이곳으로 옮겨진 노이슈타트 제대가 유명하다. 1447년 고딕양식으로 만들어진 2면짜리 그림 형식의 제대다. 이곳에는 성모 마리아의 생을 여덟 개 그림으로 표현했다. 또 베드로와 바울의 그림이 있는 대리석 제대도 유명하다. 이 제대는 성당 가운데 주 제대처럼 토비아스 폭(Tobias Pock)에 의해 바로크 양식으로 만들어졌다.

빈 도심에서 도나우 운하로

슈테판 성당의 서쪽 주 줄입구
 슈테판 성당의 서쪽 주 줄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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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을 보고 나서 우리에게는 20분 정도의 자유시간이 주어진다. 성당의 서쪽으로는 그라벤 거리, 남쪽으로는 캐른텐 거리가 있다. 이 두 거리는 빈에서 가장 관광객이 많은 곳으로, 식당, 카페, 기념품점, 명품점 등이 즐비하다. 그러나 이 거리를 자세히 살펴볼 시간적 여유가 없다. 가까운 돔 가쎄(Domgasse)에는 모차르트 하우스가 있다고 하는데 그곳에 갈 수도 없다. 그래서 성당주변을 한 바퀴 돈다.

우리 일행은 잠시 후 가이드를 만나 성당 인근으로 쇼핑을 하러 간다. 그곳에서는 가이거 시계도 팔고 스와로브스키 액세서리도 팔고 기념품도 판다는데, 나는 그런 것들에는 별로 눈이 가질 않는다. 오히려 비싸지 않고 실용적인 것을 고른다. 그래서 독일산 도플러(Doppler) 아트 우산을 하나 산다. 그곳에는 클림트의 '키스'가 날염되어 있다. 아내는 이탈리아산 스카프를 하나 샀다. 이들 모두 국내에서보다는 값이 저렴하다고 한다.

관광유람선 트윈 시티 라이너
 관광유람선 트윈 시티 라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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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을 마친 우리는 이제 다시 버스를 타기 위해 도나우 운하 쪽으로 걸어간다. 그런데 아직 버스가 도착하지 않았다. 나는 마리아 다리와 스웨덴 다리(Schwedenbrücke) 사이에 있는 선착장으로 가 도나우 운하를 운행하는 유람선을 살펴본다. 빈 시내를 지나는 도나우 운하에는 관광유람선이 다니고 있다. 관광유람선은 '트윈 시티 라이너(Twin City Liner)'로, 2006년부터 빈과 브라티슬라바 사이를 운행하고 있다.

여기서 트윈 시티는 자매도시(Sister City)보다 더 가까운 사이를 지칭하는 개념으로, 2003년 빈과 브라티슬라바 사이에 새롭게 맺어졌다. 그래서 2006년부터 두 도시 사이에는 관광유람선이 매일 3회 운행되었다. 빈의 출발점은 이곳 스웨덴 광장이고 브라티슬라바의 도착점은 포펠러 하우스다. 2008년부터는 배가 2척 추가되어, 3월부터 10월까지 매일 5회 이들 두 도시 간을 운행한다.

트윈시티 라이너 여객터미널
 트윈시티 라이너 여객터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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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시내 운하를 거치지 않고 도나우 본류를 운행하는 배는 관광선과 화물선이 있다. 관광선은 라이히 다리(Reichsbrücke) 선착장에서 타고 내릴 수 있다. 이 배를 타면 하류로 브라티슬라바를 거쳐 부다페스트까지 갈 수 있고, 상류로는 린츠를 거쳐 파사우까지 갈 수 있다. 그리고 화물선은 한 해 1500척 정도 운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운반하는 물건은 석유, 농산물, 건축자재 등으로, 물동량이 1000만톤에 이른다고 한다. 


태그:#링 슈트라세, #건축사 박물관, #슈테판 성당, #마리아 제대, #도나우 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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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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