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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와인터널'은 생각보다 길고 커서 너무 깊이가 있었다. 이 와인숙성 저장고는 일제가 1904년 완공한 철도터널로 길이 1,015m, 폭 4.5m, 높이 5.3m 규모다. 개설 이후 증기기관차를 운행하였으나 경사가 급하고 운행거리가 멀어 1937년 인근에 신규로 터널을 만들면서 사용이 중단되었다. 이후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다가 지난 2006년부터 청도와인(주)에서 감와인 숙성고와 시음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청도
▲ 청도 와인 터널 청도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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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터널은 일본의 표준터널 굴착도면에 따라 직육면체의 화강암과 적벽돌을 3겹의 아치형으로 조적하여 건설한 것이다. 완공 이후 10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내부 상태가 잘 보존되어 있으며, 연중 온도 15~16℃에 습도 60∼70%로 와인 숙성을 위한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개장 당시에는 터널의 앞부분인 200m 정도만 시음공간과 와인 저장고로 활용했다. 차츰 터널 전체를 100∼200m 단위로 나누어 역사기행박물관, 빛이 없는 어둠의 공간, 와인 맛 감별 공간, 갤러리 공간, 숙성, 전시, 판매 시음장 등으로 추가 개발했다. 

천천히 걸으면서 와인 숙성고, 판매장, 전시장, 갤러리, 시음장, 공연장 등을 둘러보았다. 생각보다 길고 어두웠지만, 중간 중간에 다양한 볼거리와 이벤트가 있어 보기에 좋았고 지루하지도 않았다. 끝까지 갔다가 나오는 길에 감와인 시음도 했다.
 
와인터널에서
▲ 청도와인 한잔 와인터널에서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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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시큼한 맛과 향이 있기는 했지만, 나름 한두 잔은 식사나 다과회 때 쓰기에는 좋을 것 같았다. 치즈와 비스킷을 함께하여 두어 잔 마시고는 밖으로 나왔다. 규모가 크고 볼거리가 많아 국내외 어디에 내어 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멋진 곳이다. 그래서 사람도 무지 많은 듯 했다.

이어 우리 일행은 국내 최대 규모의 '루미나리에(luminarie-조명으로 건축물을 만들거나 치장하는 축제로서 빛의 예술 또는 빛의 조각)'를 365일 상설 치장하고 있는 '청도프로방스'로 갔다. 1000만개가 넘는 LED등을 이용하여 화려하고 환상적인 빛의 향연장을 만들어 놓은 곳으로 20여 년 전에 설립되었으며, 루미나리에는 3년 전부터 설치했다고 한다.

청도
▲ 프로방스 청도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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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공원과 거울 미로, 야광물고기, 연중무휴 눈썰매장, 귀신열차, 세계명화전시장, 식당, 카페 등을 둘러보았다. 조만간 산타마을 빛 축제도 새롭게 준비 중에 있다고 한다. 아이들이나 젊은 연인들이 오면 좋을 것 같아 보였다. 나는 너무 밝고 현란하여 오랫동안 걸어 다니는 것이 힘들 정도로 약간은 어지러웠다. 그래도 나름 볼거리가 있어 한참을 둘러보았다.

아이들과 함께 와서 놀게 하고, 어른들은 차를 한 잔 하면서 천천히 산책을 하거나 사진을 찍어주면 좋을 것 같아 보였다. 어린 시절 꿈 속에서나 본 적이 있는 불빛과 나무, 다양한 모양의 조형물들이 재미있기도 했다. 이어 인근에 있는 숙소로 갔다.

숙박을 한 작은 호텔은 온천과 만나 지역민들에게 인기가 높은 곳으로 특히 지하 1008M에서 올라오는 암반수가 좋아서 주말이면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고 한다. 오후 11시가 넘어서 방에 들어 잠시 쉬다가 씻고는 이내 잠들었다.

17일(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바로 건물 1층의 온천탕으로 향했다. 정말 무지 큰 온천탕과 찜질방, 노천탕 등에 놀랐다. 물이 좋아서 한참을 온탕에 들어가 몸을 풀고 나왔다. 아침 식사는 구내에 있는 식당에 맛있게 먹었다. 간단한 뷔페식이었지만, 음식이 정갈하여 편하게 즐겼다.

처진 소나무
▲ 청도 운문사 처진 소나무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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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이후 오늘의 목적지 중에 하나인 '운문사(雲門寺)'로 이동했다. 운문사는 신라의 고찰로 560년(진흥왕 21)에 창건되었다고 한다. 

경내에는 보물 835호인 대웅보전, 193호인 금당 앞 석등, 208호인 동호(銅壺), 316호인 원응국사비(圓應國師碑), 317호인 석조여래좌상, 318호인 사천왕석주(四天王石柱), 678호인 삼층석탑, 천연기념물 제180호인 운문사의 처진 소나무가 있다.

원래는 비구승(比丘僧)들이 수도하던 사찰이었다. <삼국유사>를 집필한 일연스님이 주지를 지내면서 책의 초안을 잡은 곳이기도 했다. 1958년 불교정화를 하면서 비구니(比丘尼)교육기관으로 새롭게 출발해 20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운문승가대학'이 있는 곳이다. 이곳에는 한문불전대학원과 선원, 율원 등이 있어 국내 최대의 비구니 교육기관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기념촬영
▲ 운문사에서 김수종 기념촬영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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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속에 있지만, 평지에 자리 잡은 절의 대단한 규모에 우선 놀랐고, 입구의 범종루를 지나 바로 눈앞을 가리는 처진 소나무에 더 감탄했다. 500년이 넘는 큰 소나무가 가지를 내리고 절의 모든 것을 품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비로전 앞에 있는 두 개의 삼층석탑도 좋았다.

10시를 넘기니 단체로 법회를
▲ 운문사 대웅전 10시를 넘기니 단체로 법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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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응진전, 전향각, 만세루, 관음전, 명부전, 오백전, 작압전, 비로전, 대웅보전 등을 둘러보았다. 두 개나 되는 대웅보전에서는 잠시 기도를 했고, 뒤편으로 나와 단풍나무와 감나무, 개울 등도 보았다. 주변 산의 풍광도 좋고, 조용한 것이 공부하기 정말 좋은 학교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화재청장을 지낸 유홍준 선생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비구니의 장삼 소매 나폴거리며 울려 퍼지는 새벽 종소리는 기암절벽을 감돌고, 약야계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소리는 만주를 타는 듯하다"라고 표현하며 운문사의 새벽과 종소리를 극찬한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운문사 대웅전
▲ 청도 운문사 대웅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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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기회가 되면 청도에서 1박을 한 다음, 새벽시간에 방문하여 아침을 가르는 종소리를 듣고 세상의 걱정과 근심을 훌훌 벗어던지고 마음을 가볍게 하고 싶어진다. 오전 10시를 조금 넘자 스님들의 불경소리가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것이 하늘의 음성 같아 이것으로 우선 만족하고 발걸음을 돌린다.

청도 시내로 이동하여 점심을 먹고는 '청도반시축제'와 '코아페(comedy art festival)'가 열리고 있는 청도야외공연장으로 갔다. 씨 없는 감으로 유명한 청도는 매년 육질이 연하고 당도가 높은 우수한 품질의 감을 생산하여 먹기 편하며 생긴 모습이 둥글납작하여 반시(盤柿)라고 불리는 홍시를 생산, 유통, 판매하고 있는 고장이다.

반시, 감말랭이
▲ 청도 반시, 감말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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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반시는 꽃이 피는 시기에 안개가 많은 청도지방의 특성상 감꽃이 수정되지 않아 씨가 없는 감이 열린다고 전한다. 최근에는 반시로도 판매를 하지만, 감을 4등분 하여 말린 감말랭이와 감식초, 감와인, 감초콜릿, 아이스 홍시 등을 판매하고 있으며, 감물염색을 통하여 감물염색한복, 스카프 등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특히 감물한복은 원산지인 제주를 앞지르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축제의 도시 청도
▲ 청도 축제의 도시 청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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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반시와 감말랭이를 한 상자씩 구매한 다음, 코미디공연장으로 가서 한 시간 반 동안 코미디극을 관람했다. 서울에서 활동하던 개그맨 전유성이 청도에 자리를 잡으면서 관청과 주변인들의 도움으로 마련된 철가방극장은 웃음도 배달을 해준다는 의미에서 만들었다. 청도를 국내 최고의 웃음이 있는 농촌으로 탈바꿈하게 했다.

전석 60석 정도의 작은 공연장이지만, 무대 뒤편의 커튼을 열면 호수 전체가 보이는 조망이 세상에서 가장 큰 무대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현재 청도에서는 매년 코미디 아트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어 지역을 알리고 감과 한우 등 농특산물 판매에도 일조하고 있다.

청도
▲ 청도 코미디극장 청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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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서도 수준 높은 문화를 배달받으면서 즐길 수 있는 농촌 청도, 감과 감와인, 빛의 공원, 온천, 운문사 등이 너무 멋지고 좋은 청도를 주마간산으로 둘러보고는 우리는 서울로 다시 길을 잡았다. 다음에 오면 소싸움도 한번 보리라! 즐겁고 행복한 1박 2일의 여행이었다. 공부도 많이 되었다.


태그:#청도군, #운문사, #코미디철가방극장, #청도불빛열차, #청도와인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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