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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가토 다쓰야(加藤達也)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이 19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가토 다쓰야(加藤達也)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이 19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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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기자의 대통령 명예훼손'이라는 이례적인 구도가 만들어진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사건의 끝은 어떨 것인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이동근)는 11월 26일 오후 2시, 그 결론을 내놓는다.

19일 재판부는 심리를 마무리하는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피고인 신문과 검찰과 변호인의 최종 의견진술을 포함, 6시간 가까이 재판이 이어졌고 법정 안은 양쪽의 팽팽한 공방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150여 명이 앉을 수 있는 방청석에서도 좀처럼 빈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기소된 지 377일 만에 1심을 마무리하는 가토 전 지국장은 재판 시작 20여 분 전 일찌감치 법정에 도착해 준비해온 서류들을 살펴봤다. 그는 피고인 신문 동안에도 차분한 태도를 유지했다. 자신은 일본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박 대통령과 측근 정윤회씨의 문제를 다룬 칼럼을 작성, 지난해 8월 3일 보도했을 뿐 두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게 아니었다는 발언에도 거침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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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사안 전달했을 뿐" VS "청와대 출입 제재에 보복"

"일본 독자들은 한국 정치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세월호 침몰 사고에 굉장히 궁금해 했다. 사고 발생 직후 일시 귀국했을 때, 제 일에 별 관심 없던 84세 노모도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사건이니 독자들에게 진실을 알려 달라'고 했다."

가토 전 지국장은 칼럼에서 이름을 밝히지 않은 '증권가 관계자' 등을 인용해 "무리하게 (대통령과 정윤회씨의) 남녀관계를 묘사했다는 검찰의 지적에도 '공익성'을 강조하며 맞섰다. 그는 "박 대통령은 공인 중의 공인으로 일상생활이 없다고 말할 정도"라며 "저로선 관련 정보를 일본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의무"라고 했다.

또 자신이 같은 내용을 다룬 최보식 <조선일보> 기자의 글만 참고한 게 아니라 충분한 취재를 거쳐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이 묘연한 7시간 동안 정윤회씨와 같이 있었다는 소문이 돈다'고 보도한 것이라 말했다. 그의 변호인 역시 "피고인은 소문을 소개한 것"이라며 "그 내용이 사실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가토 전 지국장이 '타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사실이나 허위 사실을 퍼뜨려 사회적 평가를 침해했다'는 명예훼손의 요건을 모두 갖췄다고 공세를 펼쳤다.

검찰은 우선 가토 전 지국장의 글은 ▲ 박 대통령과 정윤회씨는 물론 정씨의 장인, 고 최태민 목사까지 언급하면서 세 사람이 비정상적인 관계를 맺었고, ▲ 박 대통령과 정씨가 세월호 참사 당일 만난 것처럼 암시하는 만큼 의견 표명이 아니라고 했다. 또 ▲ 이 내용은 정씨 등의 진술과 휴대전화 위치추적 자료 등으로 충분히 거짓임이 드러난 만큼 허위 사실을 퍼뜨린 셈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조건, '고의성' 역시 분명하다고 검찰은 말했다. 검찰은 가토 전 지국장의 범행 동기로 <산케이>가 2014년 7월 22일 엠바고(기자단과 해당기관이 보도시점을 정하는 것) 파기 때문에 청와대 출입기자단 등록을 무기한 취소 당한 일을 꼽았다. 제재 후 12일 만에 문제의 칼럼이 나온 점이 석연찮다는 것이었다.

검찰은 또 가토 전 지국장이 박 대통령과 정윤회씨 관련 소문이 허위라는 점을 충분히 알았다고 주장했다. 그가 한국어 실력이 유창해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제대로 보고받았다'는 대통령 비서실 해명을 기사 등으로 접할 수 있었는데도 "항의 내지는 보복성" 기사를 썼다는 얘기였다. 검찰은 그럼에도 가토 전 지국장이 반성하거나 피해자들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며 징역 1년 6개월에 처해야 한다고 했다.

세계가 주목하는데... '기자 처벌하는 대통령'으로 남나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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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명예훼손죄는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피고인을 처벌하지 않는 '반의사 불벌죄'다. 만약 피해자인 박 대통령과 정윤회씨 두 사람이 모두 가토 전 지국장의 처벌을 바라지 않으면 재판부는 '공소 기각' 판결을 해야 한다.

이 때문에 가토 전 지국장 쪽은 사건 초기 피해자들이 처벌을 바라는지가 불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정윤회씨가 지난 1월 19일 직접 법정에 나와 가토 전 지국장의 처벌을 원한다고 말한 배경이다(관련 기사 : "박근혜 대통령과 남녀관계? 터무니없다").

하지만 또 다른 피해자 박근혜 대통령은 단 한번도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8월 7일 윤두헌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 기자들을 만나 "민·형사상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한 적이 있다. 검찰은 이 발언이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관련 기사 : 박 대통령 vs <산케이신문> 재판 관전법).

하지만 가토 전 지국장은 '피해자들이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는 검찰의 말에 "박근혜 대통령 본인이 제 처벌을 원한다는 것은 처음 듣는다"며 반문했다. 그는 최후 진술 때 "이 재판은 국제적으로 주목 받는다"고도 했다. 실제로 19일 법정에는 다른 공판기일과 마찬가지로 수십 명의 외신 기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11월 26일 오후 2시 열리는 선고공판에는 더 많은 외신 기자들이 몰려올 가능성이 높다.

이미 해외 언론들은 지난해 기소 당시 이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한국의 언론자유를 두고 의문을 제기했다. 미 국무부는 대변인이 직접 "이 사건을 수사 초기부터 주시했다"며 "우리는 연설과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지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피해자'로 불리는 박 대통령은 과연 세계의 관심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그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힐 수 있는 시간은 이제 39일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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