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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떨결에 치른 장례식, 비용이 너무 비싼 편이다. 경황이 없는 틈에 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위 사진은 본 기사의 내용과 무관합니다.)
 얼떨결에 치른 장례식, 비용이 너무 비싼 편이다. 경황이 없는 틈에 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위 사진은 본 기사의 내용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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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화요일(9월 29일) 시아버님께서 운명하셨다. 투병하셨던 지난 5개월, 하루가 다르게 눈에 띄게 기력을 잃어가는 아버님을 보며 언젠가는 치러야만 하는 장례가 두려운 동시에 걱정되곤 했다. 직접 치러본 적이 없어서 아는 것이 너무나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시부모님께서 칠순 중반을 넘기면서부터, 그리고 주변에 고인이 되시는 분들이 늘면서 장례 관련 막연한 걱정이 밀려들었다가 사라지곤 했었다.

무엇보다 장례비용이 가장 큰 걱정이었다. 몇 년 전 누군가 "상조에 가입하면 큰 비용 없이 장례를 치를 수 있다. 그 사람들이 다 알아서 해준다"라며 상조회 가입을 권유했고, 그때 가입해 6년째 꼬박꼬박 부어오고 있었다.

그럼에도 막연히 걱정됐다. "돈 없는 사람은 죽지도 못하는 세상이다"며 턱없이 비싼 장례비용의 현실에 분노하는 사람도 봤고, "상조만으로 턱없이 부족하더라. 장례식장에서 추가로 들어가는 것들이 너무 많더라"고 푸념한 지인도 있었기 때문이다.

신간 목록에서 <장례비용 팍팍 줄이는 방법>이 반갑게 들어왔음은 당연하다.

아버님 온기가 아직 남아 있었는데...

(백성인 지음 / 글빛나라 펴냄 / 2015.09  / 1만5000원)
▲ <장례비용 팍팍 줄이는 방법> (백성인 지음 / 글빛나라 펴냄 / 2015.09 / 1만5000원)
ⓒ 글빛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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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정성을 들여 최고로 품위 있는 장례식을 치르고 싶은 것은 가족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근래에 관계 기관이나 업계, 언론사 등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장례식 한번 치르는 비용이 대체로 2천만 원 내외로 파악되었다. 서민들은 여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장례비 무서워 죽지도 못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2013년 4월 모 일간신문의 보도에는 시신을 기증하면 장례비용을 대줄 수 있는가 하고 병원에 문의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필자는 장기간 교우나 그 가족을 위한 장례봉사와 아울러 장례관련 업무의 기획과 교육을 주관하면서 실로 다양한 경우를 많이 접했다. 갑자기 겪게 되는 무지한 분야이기에 불필요한 낭비를 하는 경우도 많이 보았고, 보란 듯이 펑펑 쓰며 돈 자랑 하는 사람도 많아 보았으며 비용 마련이 어려워 고생하는 사람도 많이 보았다. 돈 자랑 삼아 펑펑 쓰는 사람은 많을수록 좋다. 관련업계 종사하는 서민들에게 다소나마 도움이 될 것이고 나라경제에도 해 될 일은 아닐테니까. 그러나 몰라서 바가지 쓰는 사람이나 돈 없어 쩔쩔 매는 사람 보면 마음이 안타깝다." - <장례비용 팍팍 줄이는 방법> 저자의 말 중에서

운명하셨다는 최종진단을 받은 후 1시간 반이 지났는데도 아버님의 겨드랑이에는 아직 온기가 남아 있었다. 그런 아버님을 장례식장의 영안실에 모신 후 수의와 관은 각각 얼마짜리로 할 것인가부터 어떤 음식들을 할 것인가, 제단은 얼마짜리로 할 것이며, 도우미는 몇 명을 쓸 것인가 등 일종의 계약을 장례식장 측과 했다.

아버님은 화장을 해 선산에 모셨다. 화장하는데도 수의와 관은 어지간한 금액의 것들을 선택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마지막 가는 길인데다가, 마지막으로 해드릴 수 있는 것이니 '좋은 것'을 해드리고 싶어 이미 좀 무리를 했는데도 '좀 더 비싼 것'에 마음이 자꾸 기울곤 했기 때문이다.

여하간 얼떨결에 장례를 치렀다. 다행히 병원 업무를 오랫동안 해온 지인의 도움으로 외부에서 제단꽃이나 일부 음식 반입하는 것을 허용하는 등, 꽤 양심적인 장례식장을 소개 받았다. 거기에다 장례식장 일부 시설의 비용을 받지 않거나, 접객실도 하루 대여료만 받는 등의 혜택까지 받은 덕분에 언론 매체에서 평균 장례비용으로 보도한 절반 정도의 비용으로 말이다.

장례를 치러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수의와 관은 각각 십여만 원부터 몇백만 원까지 한다. 유족들이 수의나 관을 볼 수 있는 것은 입관 때 그 잠깐이다. 그런데 고인과 영영 이별을 하는 그 슬프고 경황없는 순간 어떤 천으로 만든 수의인지 구별하자는 사람이 있을까? 내가 선택한 비싼 값의 수의와 관이라는 것을 구별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거의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 경험만으로 말하지만 말이다. 설령 내가 선택한 것과 전혀 다른 물건임을 눈치 챘다고 해도 그 경황에 따질 사람이 있을까? 과연 얼마나 있을까?

우리는 누구를 위해 비싼 수의와 관을 선택하나

나는 왜 좀 무리해서라도 가급 비싼 수의나 관을 선택하려고 했을까? 정말 순수하게 아버님의 마지막 길을 좋은 것들로 보내드리고 싶은 마음만으로 그랬을까? 솔직히 말하면 "아니다"이다. 한편으론 누군가의 눈이 신경 쓰이기도 했다. 그래서 누구나 이름만 대면 아는 유명한 대학병원에서 장례를 치르려고 했고, '같은 수의와 관인데도 장례식장마다 값이 다르다, 거품이 많다'고 익히 들었음에도 저렴한 수의와 관이 부끄러워 선뜻 선택하지 못하기도 했다.

책에 의하면, "돈이 없어 맘대로 죽을 수도 없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장례비용이 많이 드는 그 이유 중 하나는 유족들의 이와 같은 마음과, 가뜩이나 경황없는 정황을 돈벌이에 이용해먹는 일부 장례업체들 때문이다.

"장례비용이 비싸다, 바가지상술이 활개를 친다. 가짜를 진품으로 둔갑시켜 판매한다.… 매스컴이나 이웃으로부터 자주 듣는 얘기다. 그러나 장례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관련업의 경영자나 종사자들은 그 방법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제 살 깎아 남 주고 싶지 않은 일이기에 꾹꾹 입 다물고 벌기에만 열중이다.

그동안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장례비용의 실상을 파헤치고 본의 아니게 엄청난 부담을 져야만 되는 원인을 분석하고 장례비용 팍팍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쉽고 자세하게 풀이했다. 일반적으로 소요되는 비용의 절반으로도 훨씬 품위 있는 대사를 치르는 방법을 제시한다." - <장례비용 팍팍 줄이는 방법> 본문 중에서

<장례비용 팍팍 줄이는 방법> 이 책은 그간 사람들 사이에서만 공공연히 이야기되던 우리나라의 거품 많은 장례문화(1억 원짜리 수의도 있고, 천만 원짜리 수의도 잘 팔린다나!)와, 장례식장들의 행태를 낱낱이 따지는 동시에 현명한 선택을 하도록 돕는다. 장례를 치러야만 알 수 있는 장례 과정과 절차대로 우리나라 장례 그 실태를 짚어나가기 때문에 이해가 쉽다.

이 글을 쓰는 10월 7일 밤 현재, 모 방송의 정기 뉴스에 장례식장의 그릇된 행태와 대책이 보도됐다. 그동안 거의 대부분의 장례식장에선 이런저런 이유로 외부에서의 음식 반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음료수나 술을 비롯한 필요 물품들도 시중보다 비싼 가격에 공급해왔다고 한다. 이런 관행들은 이제 그만, 음료수나 술, 과일 등처럼 조리하지 않는 음식들의 외부 반입을 허용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다. 같은 물건인데도 장례식장마다 천차만별인 수의와 관 가격을 표준화하거나, 비교적 조촐한 차례상 정도인데도 50만 원을 웃도는 제사상 비용을 현실화 하는 등, 아직 개선해야할 부분이 훨씬 많지만 말이다.

아쉽게도 아버님이 운명하시던 날 5일 전쯤 신청한 이 책은 장례를 치르고 집에 오니 와 있어 얼떨결에 치른 장례를 돌아보며 읽은 책이 되었다. 책의 도움을 받진 못했으나 장례를 이미 치른 때문에 실용성을 제대로 따지며 읽은 책이 되었다. 그리고 결과, '도움이 많은 책이다'고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책이 되었다.

우리는 누구나 한번은 장례를 통해 삶을 마감하고, 누군가의 삶을 장례를 통해 마무리해준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나 모른다. 장례는 '한 번이라는 것, 마지막이라는 것' 때문에 허례허식이 끼어들기 쉽다. 장례식장 측의 횡포로 장례를 치르며 큰소리가 나는 일도 종종 있다고 한다. 누구나 한번은 치르기 마련인 장례에 대한 이해는 물론 우리의 거품 많은 장례 현실을 아는 사람들이 많아져 가족 누군가를 영영 보내야 하는 슬픔이 바가지 상술로 얼룩지는 일이 사라지기를 바라며 이 책을 권한다.

○ 편집ㅣ이준호 기자

덧붙이는 글 | <장례비용 팍팍 줄이는 방법>(백성인 지음 / 글빛나라 펴냄 / 2015.09 / 1만5000원)



장례비용 팍팍 줄이는 방법 - 절반의 비용으로 고품격 대사를 치르는 지혜를 담다

백성인 지음, 글빛나라(2015)


태그:#장례식, #황금수의, #장례비용절감운동본부, #백성인, #실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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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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