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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9일 오전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아래는 이종걸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9일 오전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아래는 이종걸 원내대표.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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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신임은 유신시대의 언어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13일 기자들과 한 오찬 자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유신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한 수단이 재신임 투표였다"라면서 한 말이다. 그는 또 "진보세력들에게 '재신임'이라는 단어는 트라우마로 남아있다"라고도 말했다. 사실상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카드'를 '박정희 같다'고 비난한 셈이다. 파장이 예상된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오찬 직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는 나름 '점잖은 표현'으로 문 대표에게 재신임 카드를 거둘 것을 요구했다.

먼저 그는 "문재인 대표는 매우 지혜로운 분이다, 문 대표의 지혜로운 결단으로 우리 당은 국정감사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라면서 전날 문 대표와 중진의원 모임 회동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문 대표는 이 자리에서 13~15일 예정된 재신임 투표를 잠정 연기하기로 합의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에 더해 "문 대표가 더 지혜를 발휘해주시길 바란다"라면서 "우리 당이 국민을 위한 국감에 총력을 기울이도록 지혜를 발휘해주길 바란다"라고 첨언했다. 즉, 문 대표의 재신임 카드로 국정감사에 집중해야 할 당의 역량이 흩어지고 있다는 우회적인 지적이었다.

또한, 16일 혁신안 의결이 상정된 중앙위원회를 무기한 연기하자는 같은 당 안철수 의원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이기도 하다. 앞서 안 의원은 이날 공개서한을 통해 문 대표에게 "혁신위의 공천룰이 통과된다고 해서 아무도 당이 혁신적으로 바뀌고 총선승리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앙위 무기한 연기를 주장했다(관련기사: 안철수 "재신임 강행 반대, 오픈프라이머리 왜 못하나?").

다만, 이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선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그는 "안 의원의 공개서한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안 의원의 공개서한도 국감 이후에 대안을 갖고 총력을 다하자는 말로 들었다"라면서 "이번 혼란으로 내년 봄 농사(총선)도 망칠 수 있다는 책무감을 갖고 (혁신에) 매진해달라는 뜻으로 들었다"라고만 말했다.

"국감 이후에 재신임이 다시 논의돼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성공적인 국감이 이뤄져 우리 당의 곳간에 국민의 신뢰라는 자산이 많이 쌓이고 봄농사 씨앗이 많이 쌓였을 때 좀 더 넓은, 부드러운 방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라면서 "당에서도 최대한 (재신임이) 나오게 된 경위 등을 이해하고 살펴서 문제 해결 방식의 방향으로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나름 부드럽게 문 대표에게 재신임을 거둘 것을 권고한 셈이다.

박지원 "일방적 재신임 선언으로 국감·혁신 다 사라졌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는 오찬 자리에서는 더 직접적으로 재신임 카드를 던진 문 대표를 비판했다.

그는 "영화 <변호인>의 상징인 문 대표가 재신임을 내놓으면 국민들은 박정희를 떠올릴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유신헌법) 재신임을 요구했었는데 지금이라면 국민들은 그런 것에 동의 안 할 것이라고 생각하나"라고 말했다. 또 "지금 재신임 방식은 어느 한쪽의 옳고 그름을 가려 다른 한쪽이 완전히 꺾이는 식"이라며 "이런 식은 피해야 한다"라고도 강조했다.

즉, 문 대표의 재신임 카드는 국민들의 동의를 받지 못할 뿐더러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는 얘기다.

16일 예정된 중앙위원회의 혁신안 투표에 대해서도 '무기명 투표' 필요성을 강조했다. 재신임 투표 연기 결정으로 중앙위원회의 혁신안 표결 결과가 문 대표에게 1차 관문인 된 점을 감안하면, 보다 문 대표에게 불리한 조건을 제시한 셈이다.

이 원내대표는 "원래 중앙위 등은 기명투표인데 이번 혁신안은 대표의 거취와 관련된 인사문제에 관한 표결이기 때문에 무기명 투표로 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라며 "이번 건은 '무기명투표로 하자'는 안건을 올리는 형식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원내대표는 "기명과 무기명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문 대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이 같은 이 원내대표의 발언은 지난 12일 문 대표와 중진의원 모임 간의 합의로 일단락 되던 당내 내홍을 다시 확산시킬 것으로 보인다. '혁신실패'를 외쳤던 안철수 의원이 먼저 포문을 열고 이 원내대표가 불을 지른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만 이날 나선 것도 아니다. 

박지원 새정치연합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1년 중 국감은 유일하게 야당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기회"라면서 "모든 당쟁은 국정감사 후로 미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중앙위 혁신안 표결이나 문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 모두 연기하자는 제안이다. 박 의원은 구체적으로 "중앙위원회는 16일 개최해서 혁신안을 토론하자"라며 '표결'이 아닌 '토론'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문 대표의 재신임 카드에 대해서는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김상곤 혁신위원회는 비교적 성공했고, 미진한 부분은 소통을 통해 해결이 가능한데 당 공식기구도 배제한 채 재신임을 받겠다는 일방적 선언으로 국감도, 혁신안도 실종되고 재신임만 남았다"라며 "백이면 백, 천이면 천, '이대로는 안 된다'고 한다"라고 비판했다.

또 "문 대표께선 불과 며칠 전에 당이 급속히 안정화돼 가고 분당은 없다고 선언했는데 두 달 전부터 재신임을 준비했다는 보도와는 완전 상충된다"라며 "이렇게 예측도 못하고 판단도 어두우면 당은 어디로 가느냐"라고 지적했다.

한편, 문재인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창당 60주년 사진전 개막식'에서 인사말을 통해 "오늘 사진전은 그 위대한 역사 앞에서 우리 모두가 하나였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자리"라고 단결을 강조했다.

문 대표는 "투쟁, 승리 그리고 희망은 우리당 60년이 우리에게 물려준 찬란한 유산이고 우리의 유전자"라며 "지난 60년을 되돌아보면서 앞으로 우리가 다시 만들어내야 할 새로운 승리, 새로운 희망, 그 역사를 우리가 만들어내기 위해서 우리가 다시 하나가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태그:#문재인, #재신임, #이종걸, #유신헌법, #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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