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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 아내가 초등학교 동창모임이 있다고 했습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일 년에 한두 번, 봄가을로 만났던 모임입니다. 하지만 어떤 사정이 있었던 것인지는 잘 모르지만 거반 10여 년 동안 중단이 됐다 오랜만에 다시 모이는 모임입니다. 

아내는 들떠 보일만큼 그날을 기다렸습니다. 모임이 있던 날, 아내는 기분 좋게 동창모임엘 나갔습니다. 어느새 50대 중반, 이미 할머니가 된 친구들도 있지만 어릴 적 친구들을 만나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재밌게 놀다오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모임에서 돌아온 이후, 아내는 모임에 나가기 전과는 달리 표정이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시무룩했습니다. 걱정스런 표정입니다. 시름시름 노후를 걱정했습니다. 늙어서 어떻게 살 거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걱정과 불안을 가져오는 '평균' 비교

사연인즉 그랬습니다. 동창들끼리 만나 옛일을 이야기하는 것까지는 좋았습니다. 하지만 사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비교하게 되더랍니다. 현실적으로 비교되는 것들이야 이미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으니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답니다. 하지만 앞일에 대한 일들을 걱정하고 비교하다 보니 대부분의 친구들이 다들 자신이 없어지는 분위기가 되더랍니다.

자식들 결혼시키는 데 평균 비용이 얼마나 들고, 또래 나이의 평균수명이 어떻고, 노후를 위해서는 평균 재산이 어느 정도는 돼야하고, 그럭저럭 살려면 평균 월수입은 얼마가 돼야 한다는 둥… 여기저기 붙어 나오는 '평균'에 비교를 하다 보니 왠지 그에 훨씬 못 미친다는 생각이 들며 불안해지더랍니다. 

아내가 하는 말을 듣고 있다 보니 일견 그럴싸합니다. 은근히 걱정도 되고, 염려도 됩니다. '어떻게 살지?' 하는 걱정, '괜찮을까?' 하는 염려가 어느새 마음조차 불안하게 합니다.

아직 맞닥뜨리지 않은 걱정, 다가오지 않은 염려, 그 실체조차도 불분명한 불안한 마음으로 며칠 전 배달돼 온 책을 읽다보니 지금껏 고민하고 있던 불안을 한꺼번에 싹 날려주는 '마침표'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그래도 우리는 무의식중에 누군가와 자신을 비교합니다. 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절대 비교하지 말아야 할 대상이 있습니다. '세상의 평균'이라는 실체가 없는 존재입니다. 이 세상에는 '평균'이 넘쳐 나고 있습니다. 평균 수입부터 시작해서 평균 수명이나 평균 저축액 등 실체가 없는 숫자가 세상을 활보합니다. 저는 그런 숫자에 현혹되기에 불안이 생겨난다고 생각합니다. - <불안과 외로움을 다스리는 인생의 약상자> 137쪽

스님이 챙겨주는 '걱정병을 위한 응급약상자'

<불안과 외로움을 다스리는 인생의 약상자> (지은이 마스노 순묘 / 옮긴이 김정환 / 펴낸곳 담앤북스 / 2015년 9월 11일 / 값 13,000원>
 <불안과 외로움을 다스리는 인생의 약상자> (지은이 마스노 순묘 / 옮긴이 김정환 / 펴낸곳 담앤북스 / 2015년 9월 11일 / 값 13,000원>
ⓒ 담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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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 외로움을 다스리는 인생의 약상자>(지은이 마스노 순묘, 옮긴이 김정환, 펴낸곳 담앤북스)는 일본 겐코지(建功寺) 주지 마스노 순묘 스님이, '불안한 시대'를 살며 '걱정병'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이 '응급약상자'처럼 활용할 수 있도록 쓴 내용입니다.

사실 좀 더 이성적으로 곰곰이 생각해 보면 지금 여기서 우리가 걱정하고 염려하는 대부분의 것들은 그 실체가 불분명합니다. 앞으로 다가올지도 모를 일이기도 하지만,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는 일들입니다. 그런 불분명한 일들을 가지고 우린 걱정하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나간 일을 걱정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과거에도 걱정은 했었습니다. 과거에 걱정하고 고민했던 대부분의 일들은 별것 아닌 것처럼 이미 지나갔거나, 지금 여기서 맞닥뜨리고 있는 현재입니다.

'인생의 화복은 새끼줄과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새끼줄을 풀어 보면 위와 아래가 계속해서 바뀝니다. 인생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항상 행복과 불행이 교대로 찾아옵니다. 불안 따위 전혀 느끼지 않는 날이 있는가 하면 불안으로 가득한 날도 있습니다. 요컨대 슬픔이나 불안이 평생 계속되지는 않으며, 반대로 여기에서 완전히 해방될 수도 없습니다. - <불안과 외로움을 다스리는 인생의 약상자> 77쪽

스님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읽을 수 있을 만큼 일상적으로 소소한 내용입니다. 마음이 불안해지는 여러 이유를 알려줍니다. 그러고 보니 마음이 불안해지는 이유도 몸이 아픈 여러 이유만큼이나 참 가지가지입니다.

그리고는 불안해진 마음을 달랠 수 있는 방법, 마음을 불안하게 하지 않을 비법 같은 내용을 들려줍니다. 좀 치사한 비유 같지만, 구급약상자에 들어있는 온갖 구급약처럼 내용도 분류도 아주 다양합니다. 다양한 불안과 각각의 외로움을 다스려줄 내용입니다.

걱정 없애고 행복해지는 약, 이미 마음에 있어

그러고 보니 어떤 내용은 소화제 같고, 어떤 내용은 해열제 같습니다. 어떤 내용은 지사제 같고, 어떤 내용은 진통제 같습니다. 욕심 때문에 생기는 불안은 욕심을 덜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집착 때문에 생기는 불행은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비법을 들려줍니다.

"행복해지는 약은 없습니까? 불행에 잘 듣는 약은 없습니까?" 이런 질문을 받으면 저는 이렇게 대답을 하겠습니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지금의 자신에게 행복을 느끼십시오. 불행해지고 싶지 않다면 불행하다고 느끼지 마십시오"라고 말입니다.

아주 간단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물건 같은 것은 없어도 됩니다.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기만 하면 누구나 행복해 질 수 있습니다. 자신의 주변에 수없이 떨어진 행복의 씨앗을 주우십시오. 그리고 그 씨앗에 마음의 물을 주십시오. 행복과 불행은 여러분 자신의 마음이 결정하는 것입니다. - <불안과 외로움을 다스리는 인생의 약상자> 177쪽

<불안과 외로움을 다스리는 인생의 약상자> 속에는 소화제나 반창고 대신 나만의 잣대를 세우고, 쉽게 단정하지 않고, 물건에 대한 욕심을 줄이고, 세상을 보는 관점을 바꾸고, 결과 보다는 과정에 의미를 두라는 약들이 들어있습니다.

행동하고, 양자택일의 사고를 버리고, 안심이 될 때까지 준비하고, 평균값에 연연하지 말고, 때로는 포기할 줄 알게 해줄 글들이 별다른 지식이나 고민 없이도 그냥 바르고 마시면 되는 구급상자 속 약들처럼 쉬운 내용으로 전개됩니다.

속이 더부룩할 때, 머리가 아플 때, 손발에 상처가 났을 때는 하얀색 구급약상자에 담긴 약들이 필요하고, 불안하고, 외로울 때는 <불안과 외로움을 다스리는 인생의 약상자>에 단긴 글들이 도움이 될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불안과 외로움을 다스리는 인생의 약상자> (지은이 마스노 순묘 / 옮긴이 김정환 / 펴낸곳 담앤북스 / 2015년 9월 11일 / 값 13,000원>



불안과 외로움을 다스리는 인생의 약상자 - 내면의 안정과 행복을 위한 38가지 처방전

마스노 슌묘 지음, 김정환 옮김, 담앤북스(2015)


태그:#불안과 외로움을 다스리는 인생의 약상자, #마스노 순묘, #김정환, #단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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