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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공무원노조 충북본부가 지난 25일 사랑의 연탄 나눔행사 주최 측인 (사)징검다리를 방문해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조 충북본부가 지난 25일 사랑의 연탄 나눔행사 주최 측인 (사)징검다리를 방문해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
ⓒ 이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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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공무원노동조합 충북지역본부(아래 충북본부)가 공무원을 동원해 이뤄지는 연탄나눔 순회모금 행사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충북본부는 지난 28일 오후 제천시청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에서 '충북 2015 사랑의 연탄나눔 순회모금'에 대한 주최단체 면담 결과를 보고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공무원들을 불법과 탈법으로 내모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충북본부는 지난 25일 행사 주최 측인 (사)징검다리를 방문해 "공무원이 기부금품을 모금하는 행위가 자체가 부정부패의 온상으로 변질 될 수 있다"며 "지도감독 권한이 있는 공무원이 기업 등에게 기부금품을 요구할 경우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참여하고, 기업이 불법을 저질러도 눈감아 주는 고리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충북본부는 또한 "좋은 일을 해놓고 이런저런 문제가 불거지면 의미가 퇴색되기 때문에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등 기부 형태도 바뀌어야 한다"면서 "소외계층을 돕는 숭고한 목적으로 활동한다고 해서 수단의 불법성을 덮을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징검다리 임동현 대표이사는 "일을 시작할 때 목표금액을 정하거나 할당을 하지 않기, 기관에 기대지 않기 등 형식적 틀에서 벗어나 일을 하려 했다"며 "기부자들의 자발적 참여가 이상적이지만 기관의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임 대표는 "사회복지 사업이 앵벌이로 전락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기부에 대한 불신이 생기지 않고, 취지에 담긴 순수성을 살려 문제없게 행사를 치르겠다"고 밝혔다.

충북본부는 이날 주최 측 면담에 이어 충북도 복지정책과를 방문, 기부금 모금과 관련해 공무원이 법을 위반하는 일이 없도록 조치해줄 것을 요구했다. 또 청주시 등을 찾아 행정기관이 기업이나 단체에 모금행사 참여를 유도하는 등의 공문을 보내지 말 것을 주문했다.

기부금 모금 무엇이 문제인가?

전국공무원노조 울산지역본부(본부장 권찬우)가 지난해 11월 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무원을 동원한 적십자회비 모금은 위법이라며 업무 지원 전면 중단을 선언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조 울산지역본부(본부장 권찬우)가 지난해 11월 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무원을 동원한 적십자회비 모금은 위법이라며 업무 지원 전면 중단을 선언하고 있다.
ⓒ 공무원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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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본부가 지난 2012년 11월 이시종 충북도지사와 성영용 충북적십자사 회장를 검찰에 고발했다. 공무원을 모금에 동원하는 것은 직권 남용일 뿐만 아니라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했다는 게 고발 이유다.

이후 적십자사가 행정기관을 통하지 않고 지로용지를 직접 읍·면·동에 전달키로 하면서 고발 취하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적십자사의 모금 방식을 뜯어고치겠다는 충북본부 측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사건은 그대로 진행됐다.

고발 사건을 수사한 청주지검은 2013년 2월 불기소(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선 충북도지사가 기부금 모금을 교사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일선 공무원에 대한 처벌이 전제돼야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적십자사 모금 업무 지원 중단이 전국적으로 들불처럼 번졌다. 전국공무원노조를 중심으로 울산시를 비롯해 제주, 전북 등에서 '공무원을 동원한 적십자회비 모금은 위법'이라며 업무 지원 중단을 선언했다.

연말이면 각종 기부금품 모금행사가 봇물을 이룬다. 행사 주관단체에선 성과를 내기 위해 방송사나 신문사를 끼고 행사를 진행하고, 실무적인 업무지원은 행정기관에서 담당하면서 법 위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제5조(국가 등 기부금품 모집ㆍ접수 제한 등) 제1항에는 '공무원은 기부금품을 모집할 수 없다'고 못 박아 놨다. 같은 법 제2조에는 '기부금품의 모집'을 서신, 광고, 그 밖의 방법으로 기부금품의 출연(出捐)을 타인에게 의뢰·권유 또는 요구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같은 법 제16조(벌칙)에는 제5조 제1항을 위반해 기부금품을 모집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이는 결코 가볍지 않은 벌칙으로 공무원의 개입을 철저히 차단해 부정부패가 싹트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법률사무소 평민의 정정훈 변호사는 "법에서 공무원의 기부금품 모집을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접수만 허용하고 있다"며 "공무원이 기업 등에 공문을 보내는 등 현재 이루어지는 모금 방식은 법에 규정하는 '자발적으로 기탁하는 금품의 접수'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모금에 해당하므로 처벌 대상"이라고 잘라 말했다.

정 변호사는 적십자 회비 모금과 관련해 "'대한적십자사 조직법' 제8조에 의해 허용될 수 있는 한계는 자료제공에 한한다"며 "공무원이 이장 등을 동원해 회비 납부를 권유하고 모금 액수를 관리하는 방식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전했다.

세경대학교 오승하 교수(47.여)는 30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기부문화 형태가 자율에 맡겨 져야하고 상시 기부문화가 정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개인과 기업의 기부를 늘리기 위해선 세금 혜택 더욱 늘리는 등 정부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태그:#기부금 모금, #적십자, #전국공무원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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