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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양양군이 오색에서 설악산 정상부를 연결하는 케이블카를 놓으려고 환경부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미 2012년, 2013년 두 번이나 시도했지만 환경부가 정한 기준에 맞지 않아 실패했던 사업이다. 달라진 점은 이번엔 박근혜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산지관광사업의 일환이라는 것.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산으로 간 4대강 사업의 첫 삽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환경부의 기준에 비추어 이번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타당한지를 살펴보았다.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놓으려면 정부와 민간으로 구성된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사업의 진행 여부를 심사받아야 한다. 국립공원위원회는 환경부의 '국립공원 삭도 시범사업 검토기준'에 따라 심의를 하는데 이 환경부의 검토기준에는 다음과 같은 항목이 있다.

1. 정류장 및 지주 설치지점은 다음 항목을 최대한 회피
❍ 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 등 법적 보호종의 주요 서식지·산란처✴ 및 분포지
✴ 산란처 및 번식지 포함
2. 선로 위치는 다음 항목 경유를 최대한 회피
❍ 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 등 법적보호동물의 주요 산란처
<국립공원 삭도 시범사업 검토기준 중 일부발췌>

이 항목은 지난 두 번의 오색케이블카 심의가 부결된 것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매우 중요한 항목이다. 특히 국립공원위원회 소속의 민간전문위원회가 2013년 오색케이블카 심의 때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특히, 산양은 우리나라에서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으로 분류되어 복원사업이 진행 중이며, 우리나라 전체에 700여 개체 밖에 서식하지 않는 적은 수임에도, 계획노선 전체에서 서식 흔적이 다량 발견되어 서식밀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됨에 따라, 양양군에서 제출한 계획노선은 멸종위기야생동물의 주요서식지로서 이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이 큰 것으로 판단됨'

이라고 밝히며 케이블카 노선 구간의 야생동물 중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인 산양의 서식지에 대한 보호를 강조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산양의 서식지가 아니라 이동통로다?

그럼, 2015년 양양군이 환경부에 제출한 오색케이블카 사업 계획서엔 '산양'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 하고 있을까? 양양군은 국립공원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하기 위해 이번 세 번째 오색케이블카 설치 예정지는 산양의 주요 서식지가 아니라 단순한 '이동통로'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환경부의 기준엔 '서식지'와 '산란지'를 회피하라고 되어 있지, '이동통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는 것을 염두에 둔 노림수다.

양양군 자체 조사 결과 케이블카 설치 예정지에서 산양 배설물(똥)은 단 세 곳에서만 발견되었고 9대의 무인카메라를 설치해 4개월 동안 조사했지만 산양은 단 1회 촬영되었기 때문에 산양의 서식지가 아니라 이동통로일 뿐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산양이 무인카메라에 단1회 촬영되었다.
▲ 양양군 산양조사결과 산양이 무인카메라에 단1회 촬영되었다.
ⓒ 양양군사업계획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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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일대가 산양의 서식지임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서식 분포에 차이가 조금씩 있지만, 선을 그어 어디까지는 서식지이고 어디까지는 이동통로라고 구분하는 것조차 무의미하다.

단 한번밖에 산양이 촬영되지 않았다는 것 역시 믿기 어려운 결과다. 그러나 야생동물 조사는 직접 조사하지 않고서는 사실여부를 증명하기 어렵다. 그래서 환경단체도 같은 구간을 다시 조사했다. 양양군의 조사와 달리 4개월 동안의 조사에서 산양 흔적이 53군데에서 발견되었으며, 무인카메라에 총 14회나 산양 모습이 촬영되었다.

특히 양양군의 정밀 조사에서는 흔적이 전혀 없다던 곳에서도 20곳 이상의 산양 흔적이 발견되었다. 멸종위기종 Ⅰ급인 산양 뿐만 아니라 Ⅱ급인 하늘다람쥐, 삵, 담비도 보였다.

산양흔적 53군데 발견, 무인카메라에 산양이 14회 촬영되었다.
▲ 환경단체의 산양조사결과 산양흔적 53군데 발견, 무인카메라에 산양이 14회 촬영되었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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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케이블카 예정지에서 촬영된 산양.
▲ 산양 오색케이블카 예정지에서 촬영된 산양.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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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양이 이대로의 모습으로 건강히 살아갈 수 있도록 오색케이블카 사업계획은 취소되어야 한다.
▲ 오색케이블카 예정지의 산양 산양이 이대로의 모습으로 건강히 살아갈 수 있도록 오색케이블카 사업계획은 취소되어야 한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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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곳이 산양의 이동통로가 아닌 주 서식지이자 산란처라는 명백한 증거가 무인 카메라에 잡혔다. 케이블카 상부가이드타워와 상부정류장 사이에서 1년 미만의 새끼산양의 모습이 어미와 함께 있는 모습이 촬영된 것이다. 새끼산양의 똥자리도 발견되었다. 어미가 새끼를 데리고 먹이를 먹고 똥을 누고 쉬는 곳. 이보다 분명한 '서식지'의 증거가 또 있을 순 없다.

어미와 함께 있는 새끼산양의 모습이 무인카메라에 촬영되었다. 오색케이블카 예정지가 산양산란처이자 서식지임을 보여주는 증거다.
▲ 새끼산양 어미와 함께 있는 새끼산양의 모습이 무인카메라에 촬영되었다. 오색케이블카 예정지가 산양산란처이자 서식지임을 보여주는 증거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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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양은 우리나라에 약 800여 마리만 생존해 있고 설악산에 200여 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적인 보호종이자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 천연기념물 217호인 산양의 주요서식지에 케이블카가 들어서게 될지는 오는 8월28일에 열리는 국립공원위원회 심의에서 결정이 된다.

○ 편집ㅣ홍현진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이장교님은 녹색연합 평화생태팀 활동가입니다.



태그:#설악산케이블카, #산양, #오색케이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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