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기도를 올리고 나가는 사람들
 기도를 올리고 나가는 사람들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인도의 8월은 도도히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호들갑스럽지 않은 움직임, 커다란 뭔가가 전체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 느껴졌습니다. 인도 인구 중 불교신도가 0.4∼0.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설명에 반쯤은 놀라고 반쯤을 실망했습니다.

불교발상지라는 막연한 선입감, 불교국가일 거라는 막연한 편견이 무참히 무너지면서 일어나는 뽀얀 먼지 같은 실망감이었습니다.

8월 인도는 '성지순례 중'

인도의 8월은 '성지순례기간'이라고 하였습니다. 8월 3일, 견문 일정으로 찾아간 바라나시는 성지 갠지스 강(Ganges River)을 찾은 인파로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고 있었다. 혼잡함이 극치를 이루는 축제의 장이나 흔히 말하는 도떼기시장 풍경을 연상하면 됩니다.

진한 황토색 옷을 입고 맨발을 한 사람들이 무더기로 쏟아집니다. 황토색옷을 입지 않았어도 그들의 발이 향하는 곳은 성지입니다. 일몰이 내려 않고 있는 거리는 북적거렸고, 어둠이 짙어져 가고 있는 갠지스 강변은 기도하는 인파로 넘실거렸습니다.

기도 중인 사람들
 기도 중인 사람들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갠지스 강으로 가고있는 사람들
 갠지스 강으로 가고있는 사람들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밀려드는 사람들을 줄 세우기 위한 시설도 설비 중
 밀려드는 사람들을 줄 세우기 위한 시설도 설비 중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갠지스 강으로 가고 있는 사람들
 갠지스 강으로 가고 있는 사람들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성지 갠지스 강을 찾은 사람들
 성지 갠지스 강을 찾은 사람들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비위를 상하게 하는 열악한 환경과 신의 가호를 바라는 간절한 모습은 차라리 처절했습니다. 시대(時代)가 무색해지고 이성(理性)이 무모할 만큼 미개해 보이는 행색으로 기도하는 모습이 묘한 대조를 이뤘습니다.

그들의 행색은 산뜻해 보이지 않았지만 성지 갠지스 강을 대하는 그들 모습은 애틋할 만큼 절절하고 엄숙할 만큼 성스러운 기도 자체였습니다.

갠지스 강은 누런 빛깔로 흐르고 있는 거대한 흙탕물 강이었습니다. 우기(雨期)라서 강물이 많이 불어나 있는 상태라고 했습니다. 사람들은 그런 흙탕물로 아무런 거리낌 없이 뛰어들어 목욕을 합니다. 심지어 마시기조차 한다고 합니다. 미리 준비해온 병에 담아가기도 합니다.

맨발로, 쏟아지는 비 철철 맞으며 수백리 길 마다않고 찾아온 인도사람들 마음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그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이방인의 눈에는 그저 누런 흙탕물로만 보이는 갠지스강 물이 그들 눈에는 어쩜 우리 할머니들이 떠놓던 정화수만큼이나 맑고 신성해 보일 거라 생각하니 이해 못할 것도 없었습니다.

갠지스 강변 으로 모여 든 사람들
 갠지스 강변 으로 모여 든 사람들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갠지스 강변으로 모여든 사람들
 갠지스 강변으로 모여든 사람들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갠지스 강변으로 모여든 사람들
 갠지스 강변으로 모여든 사람들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엄청나게 쏟아지는 비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도를 올리고 있는 인도 여인들
 엄청나게 쏟아지는 비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도를 올리고 있는 인도 여인들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갠지스 강변에 모여든 사람들
 갠지스 강변에 모여든 사람들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흙탕물로 보이는 갠지스 강에 기꺼이 몸을 담근 사람들
 흙탕물로 보이는 갠지스 강에 기꺼이 몸을 담근 사람들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꽤나 많은 사람들이 갠지스 강물을 병에 담아서 들고 나섰다.
 꽤나 많은 사람들이 갠지스 강물을 병에 담아서 들고 나섰다.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그들은 흙탕물로 뛰어든 것이 아니라 신의 가호가 가득한 어머니 품으로 안긴 것일지도 모릅니다. 거기서 위안을 받고, 거기가 편안했다면 그곳이 어머니 품이기 때문입니다. 비가 갑자기 엄청나게 쏟아져도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비를 피할 공간이 분명 있음에도 그들은 앉아있는 그 자리에서 쏟아지는 비 온전히 맞으며 기도를 올리고 있었습니다.

제사장이 기도식을 집전하고 있는 옥상 위 제단만을 응시하고 있을 뿐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눈빛은 진지했고, 그들의 얼굴에서 흘러내리는 빗물은 정화수만큼이나 맑고 영롱했습니다. 서툰 감성으로 기도하는 사람들 마음을 더듬어보고 또 더듬어보지만 지금까지도 실감나지 않습니다.

갠지스 강 일출은 백두일출

갠지스 강에서 보는 일출을 백두일출, 백번은 찾아야 겨우 한두 번 정도를 볼 수 있을 만큼 보기가 쉽지 않은 일출이라고 했습니다. 그런 갠지스 강 일출을 봤습니다.

황토색 갠지스 강은 붉은 빛 여명을 받아 점점 짙은 황토 빛을 띠었습니다. 깜깜하기만 동쪽 하늘이 붉은 수줍음으로 밝아 옵니다. 붉은 수줍음을 더해가던 동쪽 하늘에서 빨간 불덩이 하나가 찡끗하고 솟아오릅니다. 

백번을 찾아야 한두 번 볼 수 있다는 갠지스강 백두일출
 백번을 찾아야 한두 번 볼 수 있다는 갠지스강 백두일출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개지스 강변에 있는 화장터 입구
 개지스 강변에 있는 화장터 입구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화장터 주변을 서성이고 있는 개
 화장터 주변을 서성이고 있는 개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엄청난 인파라 일출을 맞이하는 환호성 또한 엄청날 거라 기대했지만 갠지스 강 주변은 조용했습니다. 그저 바라보기만 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한사람 한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감명을 받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조용해서 더 경이로웠습니다.

갠지스 강 한쪽에서는 누군가의 주검을 불태우고 있었습니다. 장작더미가 수북이 쌓여있는 골목으로 들어섭니다. 흐릿한 하늘, 꾸역꾸역 피어오르는 연기, 장작더미를 헤집고 날름거리는 불꽃, 주변을 맴돌고 있는 개 한 마리, 그것을 구경하겠노라 서성이고 있는 사람들, 그 사람들 속에 뒤섞여 좀 더 자세히 보겠노라 발꿈치를 들고 서있는 나...

자리를 옮겨 녹야원으로 갔습니다. 녹야원은 깨달음을 얻은 석가모니부처님이 최초로 법(法, 깨달음)을 설한 곳입니다. 세월의 풍상이 물씬 느껴지는 녹야원은 깨끗하고 조용하고 엄숙했습니다. 

깨달음을 얻은 석가모니부처님이 최초로 설법을 했다는 녹야원
 깨달음을 얻은 석가모니부처님이 최초로 설법을 했다는 녹야원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녹야원을 찾은 스리랑카 불교 신자들
 녹야원을 찾은 스리랑카 불교 신자들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스리랑카 사원도 성지순례 중
 스리랑카 사원도 성지순례 중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스리랑카에서 온 할머니불자들이 하얗게 피어있는 연꽃처럼 무더기로 움직입니다. 하얗게 차려입은 단체복이 구릿빛 얼굴을 더 까만색으로 각색합니다. 할머니들은 조용했고 진지했습니다.

아침에 보았던 갠지스 강 일출은 가슴을 들뜨게 하고, 연기가 꾸역꾸역 피어오르는 화장터 주변을 서성이던 개는 타다 만 주검 한 덩어리를 물고 다니는 끔찍한 모습을 연상시킵니다. 영혼늘 냄새 맡으려 킁킁 거려 보지만 연기 냄새만 매캐합니다.

8월에 찾아간 인도는 기도 중이었고, 8월을 맞이한 인도는 성지순례 중이었습니다. 어쭙잖을지라도 얼떨결에 찾아간 인도에서 나 또한 8월을 맞게 되니 어부지리 성지순례로 더부살이 기도를 함께하였습니다.

소가 매장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어도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소가 매장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어도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짧게 다녀와 길게 쓰는 신왕오천축국전>은
인도는 빵! 빵! 천국①, 8월 인도는 ‘성지순례 중’②, 이방인도 기꺼이 하객으로 맞아주는 인도 전통결혼식③, 카주라호는 ‘19금’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④, 인도에는 누드교도 있다.⑤, 산토스! 한국말 어디서 배웠어?⑥ 순으로 이어집니다.



태그:#인도, #성지순례, #갠지스 강, #녹야원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