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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정부의 개혁 프로그램 발표를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
 이라크 정부의 개혁 프로그램 발표를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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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가 폭염에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대대적인 국가 개혁에 나섰다.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9일(현지시각) 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는 성명을 통해 정부 조직과 의회의 만성 부패와 비효율성을 청산하기 위한 대규모 개혁 프로그램을 전격 발표했다.

알아바디 총리는 민간·학계 인사와 법관으로 구성된 부패청산위원회를 발족하고 부통령과 부총리를 비롯한 중앙 정부의 고위 공무원을 줄이고, 예산 절감으로 경제 성장을 촉발하는 개혁안을 내놓았다.

개혁안에 따르면 이라크 정부는 부통령과 부총리직을 폐지하기로 했다. 무려 3명씩 재직하고 있는 이라크 부통령과 부총리직은 그동안 부패의 온상과 예산 낭비의 본보기로 지적받아왔다.

또한 각 정부 부처의 과잉 인력을 줄이고, 특별 교부금을 취소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각 장관과 산하 기관의 주요 간부들에 대한 업무 경쟁력을 평가해 효율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담겼다.

특히 이라크 정부는 고위 관료의 경호 인력을 축소하고 내무부 소속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그동안 고위 관료들이 법령의 경호 인력보다 적은 인원을 채용한 뒤 국가 보조금을 착취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알아바디 총리는 이라크 최대 민족인 무슬림 시아파가 가장 권력이 막강한 국무총리를 맡고, 무슬림 수니파와 쿠르드족이 각각 국회의장과 대통령은 맡아온 암묵적인 '나눠 먹기' 관행도 폐지할 것을 주장했다.

알아바디 총리는 이번 개혁안의 시행을 위해 긴급 내각회의를 열어 만장일치로 가결했고, 의회가 조속히 승인해줄 것을 요청했다.

알아바디 총리, 개혁 내세워 국정 장악?

이번 개혁은 이라크의 살인적인 폭염으로 촉발됐다. 최근 이라크는 섭씨 50도를 넘는 더위에도 불구하고 전기와 상수도 공급 부족으로 정전이나 단수가 자주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불만이 쌓였다.

폭염에 지친 이라크 시민들은 열악한 사회 인프라를 정부의 무능과 부패의 책임으로 돌렸고, 급기야 지난달부터 수도 바그다드를 비롯해 이라크 전역에서 개혁을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알아바디 총리는 시민들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는 개혁안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일각에서는 알아바디 총리가 정치적 라이벌을 제거하기 위해 서둘러 개혁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개혁안이 통과된다면 현재 부통령을 맡고있는 누리 알말리키 전 총리에게 큰 타격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알말리키 부통령은 지난해 총리 연임에 도전했다가 실패했지만, 정부와 의회에서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따라서 알아바디 총리가 개혁을 명분으로 내세워 알말리치 부통령의 권력을 축소하고, 자신의 국정 장악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태그:#이라크, #폭염, #하이데르 알아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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