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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8일 최근 현안이 되고 있는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 구입 관련 내용이 포함된 유서를 남기고 숨진 국정원 직원 임모(45)씨가 발견된 승용차. 임씨는 자신 소유 이 승용차의 운전석에서 번개탄을 피워 숨진 채 발견됐다.
 7월 18일 최근 현안이 되고 있는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 구입 관련 내용이 포함된 유서를 남기고 숨진 국정원 직원 임모(45)씨가 발견된 승용차. 임씨는 자신 소유 이 승용차의 운전석에서 번개탄을 피워 숨진 채 발견됐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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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해킹 의혹과 관련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직원 임아무개 과장의 배우자에게 112가 아닌 "119에 신고하라"라고 직접 지시한 사실이 확인됐다. 국정원이 실종수사 단계에서 경찰을 배제하기 위해 조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국정원 관계자가 소방관들보다 수색 현장에 먼저 투입된 정황도 드러났다. 야당은 국정원이 숨진 임씨를 먼저 발견해 현장을 '오염'시켰다는 의혹을 제기해왔지만, 국정원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임 과장 사망 현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국정원에 15개 자료를 추가로 요구하기로 했다.

119 신고 지시받은 임씨 배우자, 112 신고는 취소→재신고... 왜?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관계자에 따르면, 국정원 3차장은 지난달 27일 정보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사건 당일인 18일 오전 9시께 관련 부서 직원이 임씨 배우자에게 전화를 걸어 119에 신고하도록 조치했다"라고 전했다.

사건 당일 오전 8시 40분께 사무실로 출근했다는 국정원 3차장은 임씨가 출근하지 않은 사실을 파악한 뒤 위치추적장치(MDM)을 가동시켰다고 설명했다. 이후 용인의 한 저수지 근처에서 임씨의 휴대전화가 발견됐다는 위치추적 결과를 확인했고, 바로 '용인의 옆 부서 직원'을 보내 현장 파악에 나서도록 조치했다고 한다. 야당은 국정원이 언급한 '관련 부서 직원'과 '용인의 옆부서 직원'을 감찰 담당 직원으로 보고 있다.

이에 정보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 112에도 신고하도록 조치했는지 ▲ 실종수사 단계에서 경찰에 협조를 구했는지 등을 물었지만, 국정원은 구체적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앞서 임씨의 배우자는 사건 당일 오전 10시 4분 경기도재난안전본부 재난종합지휘센터에 처음으로 신고전화를 걸었다. 소방대원이 경찰에 실종신고를 할 것을 권유하자, 배우자는 112에도 신고해 위치추적을 요청했다.

그러나 임씨의 배우자는 오전 10시 32분쯤 112에 다시 연락해 "남편이 갈만한 데를 한번 가보겠다"라며 신고를 취소했다. 그는 "신고가 취소되지 않은 것 같다"라며 재차 확인 전화를 걸기도 했지만, 오전 11시 51분께 다시 112에 실종신고를 했다. 그로부터 4분 뒤, 먼저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관이 빨간 마티즈 차량에서 임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소방관이 임씨를 발견한 지 30분 정도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했다.

결국 경찰은 수색 단계부터 시신을 발견할 때까지 자연스럽게 배제된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국정원이 경찰의 현장 개입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임씨의 배우자가 소방서에만 신고하고 경찰에는 신고를 취소하도록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왔다.

"숨진 임씨 수색 현장에 국정원 직원이 먼저 갔다"

국정원이 위치추적 수단 등을 이용해 소방관보다 사건 현장을 먼저 파악했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양근서 경기도의회 의원(새정치민주연합·안산6)은 경기도재난안전본부에서 제출받은 소방대원과 상황실 등의 무전·전화통화 녹취록을 공개하며 "임씨 수색 현장에 국정원 직원이 먼저 갔다"라고 주장했다.

경기도재난안전본부 상황실 근무자와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이 지난달 18일 오전 11시 20분 29초~11시 24분 12초 사이에 통화한 내용을 보면, 소방관은 상황실에 "보호자는 이쪽에 나온 거 같진 않고 집에 있는 직장동료분이 근방에 계셔서 저희랑 한번 만났다"라며 "직장은 서울인데, 낚시하러 (용인시 이동면) 화산리 쪽을 자주 왔다갔다한다고 했다"라고 보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은 "직장 동료분이 인근에 있어서 보호자의 연락을 받고 저희랑 지금 만났다"라고도 부연했다. 임씨 배우자의 연락을 받고 현장에서 국정원 직원과 접촉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한, 다른 소방관과 상황실 근무자가 이날 오전 11시 35분 10초~11시 36분 33초 사이 통화한 녹취록을 보면, 상황실은 위치 추적 중인 소방관에게 "그 관계자한테 한번 물어보라"라고 지시한다. 이에 현장 소방관이 "어디 관계자?"라고 답하자, 상황실에서는 "그 위치추적 관계자 같이 없어요?"라고 되물었다.

현장 소방관은 "없다, 그 사람들(양 의원은 "녹음파일을 확인한 결과 '들'이 아니고 조사 '~은 '이었다"라고 정정했다 – 기자 주) 차 가지고 가서 그 사람도 나름대로 찾아준다고 (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상황실은 "그럼 그 사람한테 전화해서 도라지골이 어디로 올라가는 건지 (물어보라)"라고 지시했다.

정청래 "국정원, 현장 인근에 1분 만에 나타나는 게 가능한가"

양근서 의원은 7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용인소방서장 등에게 녹취록에 나온 상세한 내용을 파악한 결과, 수색 현장에 나타난 임씨의 동료 국정원 직원은 1명이었다"라며 "흰색 SM5 차량을 타고 온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말했다.

양 의원에 따르면, 수색 작업에 투입된 소방관은 사건 당일 오전 11시 10분께 용인 화산리 삼거리 버스정류장에서 국정원 직원을 만났다. 현장에 있던 한 소방관은 "임씨의 배우자와 통화하는 과정에서 인근에 직장 동료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라고 했다고 양 의원은 전했다. 이후 소방관과 국정원 직원은 용인의 저수지 쪽을 각자 다시 수색하기로 하고 헤어졌다. 이날 오전 11시 55분 소방관이 숨진 임씨와 빨간 마티즈 차량을 발견했다.

양 의원은 "소방관이 당시 경찰에 현장을 인계할 때까지 국정원 직원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라며 "같이 수색하기로 했던 국정원 직원이 40여 분이 넘는 시간 동안 어디서 뭘 했는지 밝혀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7월 31일 국회 정론관에서 국정원 직원 임모씨 변사 사건에 대한 7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7월 31일 국회 정론관에서 국정원 직원 임모씨 변사 사건에 대한 7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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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정청래 새정치연합 의원은 사건 당일인 오전 11시 10분께 소방관들이 모여 있던 화정리 버스정류장에 국정원 직원이 나타나 대화를 나누고 사라진 부분을 주목하기도 했다. 야당 등 정치권에서는 국정원 직원이 소방관보다 사건 발생 장소를 먼저 찾아 현장이 '오염'됐을 수도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정청래 의원은 7일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장윤선의 팟짱>에 출연해 "소방관들이 버스정류장에 집결한 지 1분 만에 국정원 직원이 나타나 소방관들과 2~3분간 대화를 나누다 헤어졌다"라며 "수색 현장에 금세 나타났다는 것은 그곳에서 대기하고 있었다는 뜻 아니겠는가"라고 주장했다.

국회 정보위 야당 간사인 신경민 새정치연합 의원은 임씨의 수색 현장 의혹과 관련된 자료를 국정원에 추가로 요청했다고 이날 밝혔다.

신 의원이 추가로 요구한 자료는 ▲ 국정원 3차장에게 임씨 출근상황을 보고한 직원 ▲ 국정원이 현장으로 보낸 직원 ▲국정원 위치추적 관련 자료 등이다. 또한 ▲ 임씨의 배우자가 112에 신고했다가 취소한 뒤 재신고하는 과정에서 국정원이 개입했는지 여부 ▲ 배우자에게 직접 119에 신고하도록 지시한 직원이 누구인지 등도 밝힐 것을 요구했다.

새정치연합은 이러한 자료들을 토대로 오는 10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임씨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을 두고 질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태그:#국가정보원, #국정원 해킹, #정청래, #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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