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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선의 희로애락 전에서 만나는 작품
▲ 문정선 문정선의 희로애락 전에서 만나는 작품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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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화려하다. 얼핏 무신도(巫神圖)를 연상케 만드는 화려한 색깔의 그림들이 눈을 현혹한다. 그 그림을 보면서 저 그림 안 중앙은 별상, 그 좌우는 오방신장 그리고 그 위는 칠성, 저것은 남녀 동자, 그리고 저승길을 안내한다는 일직사자와 월직사자, 강림도령. 그림 속의 군상들을 하나씩 짚어가며 헤아려본다. 그런 느낌이 든 것은 왜일까?

7월 30일까지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 대안공간 눈 제1전시실에서 열리는 '문정선의 희로애락(喜怒哀樂) 전'은 흡사 그런 느낌이 든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작가 문정선의 작업주체는 '꼭두'라고 한다. 꼭두란 '허깨비'를 이르는 말이다. 기력이 쇠하여 눈앞에 있지 않은 것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는 흔히 사람이 세상을 하직하면 저승길을 간다고 한다. 그 저승을 갈 때는 저승사자가 길을 안내하는데, 멀고 먼 저승길을 안내하는 꼭두를 현대인의 불안과 슬픔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희망으로 안내하는 매개체로 삼았다고 한다. 한 마디로 복잡한 혼돈을 정리하고, 슬픔과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기를 바라는 작가의 메시지라는 것이다.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 대안공간 눈의 전시실
▲ 정시실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 대안공간 눈의 전시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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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에서 안정을 찾기 위한 몸부림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이렇게 말한다. '자신을 포기하고 삶의 희망을 놓아버렸던 내면의 세계에서, 원초적인 삶의 끝인 꼭두를 통해 희망의 시작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라고. 작가의 작품 속 꼭두는 자연의 일부이자 자연 자체라고 한다. 현재를 살고 있는 현대인의 삶은 선과 악의 구분도 없어졌으며, 선을 위해 악을 행하고 악을 위해 선을 행한다.

사람들은 언젠가는 모든 것을 잃어버리거나 놓아버려야 하는 마지막 순간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그런 절망감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희망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 그런 희망조차 놓아버린다면, 인간을 그저 공허함이 남을 뿐이다. 그림 속에 선명하지 않은 군상들의 얼굴이 바로 그런 희망을 놓아버린 것은 아닐까?

문정선의 작품 주제는 꼭두라고 한다
▲ 문정선 문정선의 작품 주제는 꼭두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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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문정선은 그런 절망적인 혼돈의 세계에서 빠져나와, 인연의 의미를 이해하고 현세의 고통과 죽음이 새로운 형태의 인연과 삶일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작업에 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작가는 스스로를 자연의 일부로 되돌리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문정선의 '희로애락 전' 속에 녹아있다.

'초월세계와의 소통. 예술가들은 현재적 삶의 익숙한 일상성 안에서 미의 가치를 추구하려고 한다. 대중의 공감대 확보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기만의 독법으로 세상을 보는 개성이 강한 예술가들은 낯선 미지의 세계에서 새로운 미의식을 창출하려고 한다. 이것이 실험정신이고 아름다운 도전인 것이다. 미의 세계는 다양하다.'

소설가이자 광주대 명예교수인 문순태의 평이다.

문정선의 작품은 화려한 색이 무신도를 연상케 한다
▲ 원색 문정선의 작품은 화려한 색이 무신도를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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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성한 작업 활동을 하는 작가 문정선

작가 문정선은 2010년 오산 물향기수목원 전시장에서 제1회 개인전을 연 후, 이번 대안공간 눈의 전시가 12회째 맞는 개인전이다. 그만큼 왕성한 활동을 가졌다. 현재 한민족미술협회 회원이자 과천미술협회 회원이다. 또한 현대여성미술협회 회원이면서 재단법인 생오지문예창작촌 이사이기도 하다.

그동안 경기도미술대전 입선 2회와 서울미술대전 입선, 경향미술대전 입선, 한국문화미술대전 동상, 현대조형미술대전 특별상 외 다수의 수상경력도 있다. 매년 아트페어와 단체전에 10회 이상 작품을 출품하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문정선은 혼돈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찾아내고자 한다
▲ 작품 문정선은 혼돈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찾아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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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공간 눈에서 만나볼 수 있는 '문정선의 희로애락 展'은 오랜만에 만나는 관람의 즐거움을 주는 작품이다. 그만큼 그림 앞에 서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스스로 그림 안에 빠져들다 보면 내가 그 그림의 주인이 되는 듯하다. 그리고 그 많은 그림 속 군상들 속에서 나 스스로를 찾아보게 만든다. 그림 속에서 도대체 나는 어떤 표정으로 서 있는 것일까?라는 바보 같은 질문을 계속 던지면서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e수원뉴스와 네이버블로그 바람이 머무는 곳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문정선, #희로애락 전, #대안공간 눈, #꼭두, #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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