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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만하던 검찰이 궁지에 몰리게 됐다.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 입증에 자신하던 검찰이 홍 지사의 금품 수수 날짜를 특정하기 어렵다고 밝혀, 객관적인 증거 없이 관련자 진술과 정황만으로 홍 지사를 기소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현용선)는 23일 홍준표 지사와 윤아무개 전 경남기업 부사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심리하기 위해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홍 전 지사는 2011년 6월,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윤 전 부사장으로부터 1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의 출석은 의무가 아니어서 홍 지사는 출석하지 않고 변호인 5명이 출석했다. 반면 윤 전 부사장은 변호인 3명과 함께 출석했다.

홍준표 측 "일시 특정 못해?"... 검찰 "법리상 문제 없다"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 원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지난 5월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성완종 리스트 8명 중 최초 소환되는 홍준표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 원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지난 5월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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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검찰은 홍 지사의 금품 수수 일시를 특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홍 지사 측 이용구 변호사가 "공소장에 (1억 수수 일시가)'2011년 6월 일자불상'이라고 돼 있다, 일시를 특정할 수 있냐, 사무실에서 만났다면 의원회관 출입 기록을 확인했냐"고 따졌다. 

검찰 측 손영배 부장검사는 "의원회관의 방문 기록 보존 기간이 지났다"면서 "구체적으로 날짜를 특정하는 것은 객관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손 부장검사는 "최근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서 (수수 시점이) 2개월 안으로 특정된 경우에도 공소 사실을 입증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법리상 문제가 없다"며 "이번 사건은 오래 전 범행이기에 관련된 사람조차 날짜를 특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재판장인 현용선 부장판사가 "변호인들이 6월 전체의 알리바이를 입증할 수는 없다, 홍 지사가 당대표 입후보를 공식 선언한 2011년 6월 19일의 이전, 이후인지도 특정하기 곤란한가"라고 물었다. 이에 검찰은 "6월 19일 전후 여부는 추후에 말씀드리겠다"고만 답했다.

윤 전 부사장의 검찰 조사 진술 열람을 놓고도 팽팽하게 맞섰다. 이용구 변호사는 "검찰 측이 윤 전 부사장의 검찰 진술 열람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며 "방어권 보장을 위해 열람을 허락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검찰 수사 당시) 홍 지사가 윤 전 부사장을 회유한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며 "윤 전 부사장에 대한 피고인 신문이 가까워지면 열람을 허가하겠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이 변호사는 "홍 지사는 회유를 지시한 적도 관여한 적도 없다"며 "언론을 통해 윤 전 부사장이 어떤 진술을 한다는 게 실시간으로 중계된 사건에서 회유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재판부는 "증거 기록 열람은 당연한 권리"라며 "증거기록을 모두 열람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라"라면서 홍 지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홍준표 측 "윤 만난 적도, 돈 받은 사실도 없다"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장을 맡은 문무일 검사장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회의실에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검찰, '성완종 리스트' 8인 중 홍준표·이완구만 기소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장을 맡은 문무일 검사장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회의실에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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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손 부장검사는 "금품 공여를 지시한 핵심 공여자가 사망한 상황에서 광범위한 수사를 통해 진술증거와 이를 뒷받침할 물적 증거를 찾았다"며 "한 점 의혹도 남기지 않고 오로지 진실만 파헤친다는 심정으로 수사에 임해 홍 지사를 기소했다"며 공소사실을 밝혔다.

이에 이용구 변호사는 "장황한 말씀 잘 들었다"며 "핵심 내용만 말씀드리겠다, 홍 지사는 윤 전 부사장으로부터 1억 원을 받은 사실이 없다, 윤 전 부사장을 만난 적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반면, 윤 전 부사장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검찰 수사 단계부터 일괄되게 (홍 지사에게 1억원을 건넸다는) 공소사실을 자백하고 있다"며 "홍 지사에 대한 악감정은 없지만 정치자금을 건넨 것은 바꿀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잘못을 반성하고 있고 기자로서 열심히 살아온 점 등을 참작해 관대한 처분을 바란다"고 호소했다.

현직 광역단체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인 만큼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30여 개의 방청석 자리가 기자들로 가득 찼으며 자리를 못 잡은 기자들은 바닥에서 재판을 방청해야 했다.

한편, 홍 지사와 윤 전 부사장은 국민참여재판은 신청하지 않기로 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26일 오전 11시에 2차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관련 증거와 쟁점들을 정리하기로 했다.

○ 편집ㅣ장지혜 기자



태그:#홍준표 경남도지사, #성완종리스트, #1억 금품 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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