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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자 꽃이 핀 감자밭입니다. 올봄 감자 씨를 땅에 묻고 약 한 달 쯤 지난 5월 22일입니다. 감자 꽃을 없애야 감자가 잘 여문다는 말도 있습니다.
 감자 꽃이 핀 감자밭입니다. 올봄 감자 씨를 땅에 묻고 약 한 달 쯤 지난 5월 22일입니다. 감자 꽃을 없애야 감자가 잘 여문다는 말도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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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감자를 수확했습니다. 주변 아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는데도 20킬로그램 정도가 남았습니다. 감자를 보관할 때 사과를 넣어두면 감자가 썩지 않는다고 해서 사과와 함께 주머니에 담아두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이곳저곳을 살펴보니 감자가 썩으면서 냄새를 풍기고 있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썩어가는 감자를 부둥켜안고 있을 수도 없고, 아까운 감자를 썩게 놓아두기도 아까웠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감자를 모두 빨리 먹어 치우는 것이었습니다. 그냥 날로 먹을 수도 없고, 먹을 수 있는 방법을 다 동원했습니다.

감자, 어떻게 먹을까

          올해 캔 감자와 감자를 물에 씻어서 소금을 넣고 찐 감자입니다.
 올해 캔 감자와 감자를 물에 씻어서 소금을 넣고 찐 감자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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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감자를 가장 쉽게 먹는 것은 감자를 물에 씻어서 삶아서 먹는 것입니다. 감자를 삶을 때는 소금을 듬뿍 넣고 삶습니다. 그렇게 삶으면 먹을 때 짠맛이 있기 때문에 먹기가 좋습니다. 막 찐 따뜻한 감자를 먹을 때는 크림 치즈와 같이 먹는 것도 좋습니다.

두 번째 감자를 쉽게 많이 먹는 것은 감자를 듬뿍 잘라서 넣고 카레를 만들어서 먹는 것입니다. 카레라이스에는 감자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푸성귀나 콩 따위를 넣어서 만듭니다. 여러 푸성귀나 감자, 콩 따위를 물에 넣고 오래 삶은 다음 감자 따위가 먹을 만큼 물러지면 카레 가루나 카레 덩어리를 넣어서 만듭니다.

세 번째 감자를 먹는 방법은 된장국에 넣어서 끓이는 것입니다. 주로 된장국은 밥이랑 같이 먹습니다. 된장국을 끓이는 방법 역시 집집마다 다릅니다. 일본 사람들은 주로 다시마를 물에 담가 두거나 물에 넣고 끓여서 이 물을 사용하여 된장국을 끓입니다.

          감자를 넣어서 만든 카레와 감자 된장국입니다. 모두 감자 껍질을 벗겨야 하기 때문에 쉽지는 않았습니다.
 감자를 넣어서 만든 카레와 감자 된장국입니다. 모두 감자 껍질을 벗겨야 하기 때문에 쉽지는 않았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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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돼지고기와 감자를 같이 넣고 삶아서 먹습니다. 삶기 전에 된장이나 마늘, 양파, 고추장 따위를 넣어서 끓이면 돼지고기 냄새가 줄어듭니다. 보통 감자탕은 감자와 닭고기를 넣어서 만들지만 돼지고기도 나쁘지 않습니다.

다섯 번째 감자를 갈아서 밀가루와 섞어서 반죽을 만들어 부침개를 만드는 것입니다. 감자를 강판에 갈거나 믹서로 부수어서 사용합니다. 감자를 갈거나 부수는 일이 귀찮지만 감자를 한꺼번에 많이 먹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동서양이 즐기는 감자

          감자와 돼지고기를 넣어서 만든 감자탕입니다. 감자탕을 현미밥 위에 얹어놓았습니다.
 감자와 돼지고기를 넣어서 만든 감자탕입니다. 감자탕을 현미밥 위에 얹어놓았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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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강원도에서는 쌀이 귀하고 감자가 많이 나기 때문에 감자를 많이 먹었습니다. 10여 년 전 여름 강원도에 갔을 때 감자를 비닐 주머니에 담아서 썩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감자를 비닐 주머니에 담아서 한 달 정도 놓아두면 안에서 검게 썩습니다. 썩은 감자를 물에 풀면 감자 앙금이 물에 가라앉습니다.

위에 뜬 물을 버리고 감자 앙금을 어려 번 씻어내서 말리면 감자 가루가 만들어집니다. 이 때 감자 앙금의 물을 빼고 앙금 위에 천을 덮고 그 위에 재를 덮어 놓으면 물이 빨리 빠집니다. 이렇게 만든 감자 가루를 보관해 두었다가 떡이나 국수를 만들어서 먹었습니다. 이제는 시골에도 일손이 부족하고, 쌀이 흔하기 때문에 감자 가루를 만들어서 먹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껍질을 벗겨서 물에 담가 놓은 감자와 감자전입니다. 감자전은 감자 껍질을 벗기고 갈아서 밀가루와 버무려서 만들었습니다.
 껍질을 벗겨서 물에 담가 놓은 감자와 감자전입니다. 감자전은 감자 껍질을 벗기고 갈아서 밀가루와 버무려서 만들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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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는 보통 감자 씨를 땅에 묻은 뒤 석 달이면 거두어들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추운 시베리아에 사는 사람들도 감자를 키워서 감자를 땅 속 굴에 묻어놓고 먹거리로 사용합니다. 한국, 일본, 중국 따위 동양에서는 주로 쌀을 주식으로 먹습니다. 그렇지만 서양 사람들은 빵이나 감자, 그리고 고기를 주식으로 먹습니다. 감자는 동양이나 서양 모두에서 환영받는 귀한 먹거리입니다.

썩어가는 감자를 앞에 두고 일주일 동안 열심히 감자만 먹었습니다. 감자 요리로 바뀌는 감자의 변신은 무죄입니다. 그 덕분에 감자 20킬로그램은 이제 모두 사라졌습니다. 감자를 캐면서 작은 감자 씨를 땅에 묻어두었습니다. 이제 그 감자 수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감자는 가을에 캐기 때문에 썩는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감자, #감자 꽃, #감자 전, #감자 된장국, #감자 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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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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