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책의 내용에만 충실한 글은 아님을 밝힌다. '토지 개혁'의 방향에 대해서는 내 나름의 상상을 통해서 글을 썼다. '토지 이용의 자유화'라는 극단적인 예시를 들어가며 이야기를 했는데, 헨리조지는 이를 주장하진 않았다. 이뤄지진 않았지만 그 시대에 맞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지 이용의 자유화'에 방점을 찍고 글을 쓴 이유는 그것이 내포할 수 있는 상징성 때문이다. 그래서 이를 문자 그대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상징적으로 읽어줬으면 한다. 내제된 의미 풀이는 현재 국내의 상황으로 예로 '촘촘한 사회 안정망 확충'정도로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토지'에 대한 상상은 멈추기엔 아쉬움이 컸다. 엉뚱한 상상을 제약하지 않고 쓴 글이다. - 기자말

헨리 조지의 저서 <사회문제의 경제학>,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저서 <월든> 모두 100년 이상 된 책이지만 지금도 그 의미가 크다.
▲ 책 <사회문제의 경제학>과 <월든> 헨리 조지의 저서 <사회문제의 경제학>,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저서 <월든> 모두 100년 이상 된 책이지만 지금도 그 의미가 크다.
ⓒ 이승훈

관련사진보기


'이전의 모든 혁명을 뛰어넘는 가장 위대한 사회 개혁의 길' <사회문제의 경제학> 책 후면 표지에 적힌 문구다. 이 책은 가장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할 부근을 이해시키고자 쓴 책이다. 현 사회적 체제에 길들여진 우리가 보았을 때, 생뚱맞고 한쪽에 치우친 주장처럼 보일 수 있으나, 그가 내세우는 근거들을 보자면 결코 그 주장이 뜬구름이 아님을 이해할 수 있다. 그가 그 당시 내세웠던 가장 근본적 개혁의 대상이란, 바로 토지 소유 제도이다. 자연 자원 토지에 대한 평등한 이용이 이뤄진다면 어떨까? 이런 엉뚱한 질문을 시작으로 현실화할 제도적 차원으로까지 접근한 내용이 적혀있다.

실업자, 부랑자, 사회 변두리로 내몰린 이들의 문제는 사회 복지 제도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부가 부를 낳으며, 가난이 가난을 낳는 악순환의 고리는 그 양극화 현상을 더욱 고착화한다. 여유와 낭만을 잃은 가난한 자들은 삶이 피폐해지고 삶의 능동성을 잃어 생산력 저하는 물론,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 볼 지적 능력조차도 상실하게 된다.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가 시간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특권층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면서 더욱 그 체제의 악순환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런 불평등에 분노한 프랑스 시민은 프랑스 혁명을 이룩하고, 또 어떤 곳에선 사회주의 노선이 강화되면서 공산주의 체제로의 체제 변환이 이뤄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 모든 혁명에는 가장 핵심적인 개혁을 이룩하지 못했다.

헨리 조지는 이 책을 통해 '실업'의 문제가 잃어나는 원인을 분석적으로 보여준다. 노동의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표면적 원인이다. 그런데 이런 불일치가 왜 일어나는가. 바로 노동의 쏠림 현상 때문이다. 우리 시대의 도시와 농촌을 상상해보자. 농촌은 점차 사람이 줄어드는 반면, 도시엔 빽빽한 고층 빌딩 속에 팍팍한 삶을 이어가는 노동자들이 다시 빽빽하게 들어선다.

이러니 그들을 받아 줄 도시의 노동 시장 치열한 경쟁의 도가니다. 최저시급만 받고도 일 할 사람은 넘쳐난다. 자본은 갑(甲)이 되고 노동자는 을(乙)로 전락한다. 도시 곳곳엔 실업자들이 가득하다. 이들을 수용하는 시설이 있다지만, 이들을 다시 재교육 시켜 사회로 진출한다고 해도 문제다. 과도하게 쏠린 노동 시장은 이미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고 일을 하는 사람들로 넘쳐나기 때문이다. 그들이 다시 시장으로 복귀한들 고통스러운 삶의 연속이 기다릴 뿐이다. 결국 기존에 일하던 이들에게까지 고용자의 갑(甲)질과 노동환경 저하, 생활의 불안정 등으로 그 피해가 축적되고 생산력은 물론, 지식의 저하로까지 이어지며 악순환이 반복된다.

지난 1월 엄동설한의 추위 속에 쌍용자동차를 비롯한 기륭전자, 콜트-콜텍, 스타케미칼 해고노동자들의 오체투지 모습이다. 자본에 밀려 거리로 내몰리는 노동자들의 문제는 이들만의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 오체투지 현장 지난 1월 엄동설한의 추위 속에 쌍용자동차를 비롯한 기륭전자, 콜트-콜텍, 스타케미칼 해고노동자들의 오체투지 모습이다. 자본에 밀려 거리로 내몰리는 노동자들의 문제는 이들만의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 이승훈

관련사진보기


그런데 만약, 그런 실업자나 청년들에게 '스스로가 스스로를 고용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떨까? 언제든 스스로 생산노동의 기회가 제공되는 사회에선 채용 공고를 내어도 웬만한 조건이 아니면 지원을 꺼릴 것이다. 고용의 쏠림 현상을 막고 과도한 경쟁을 완화한다. 더 나아가 자본과 노동자의 갑을 관계가 역전될 것이다. 그런 사회에서는 '돈'이 최우선시 될 수 없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문구가 무색해지는 세상이 오는 것이다.

'토지 이용의 자유화'라는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누구든 놀고 있는 땅을 경작해 스스로 먹거리를 생산하고자 할 때, 국가가 그 기회를 충분히 제공해 준다고 가정해보자. 실업자와 대안적인 길을 모색하는 청년들은 '공동체를 꾸리고 땅을 경작하는 길'을 택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언제나 땅을 경작하여 스스로를 고용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기에, 도시 노동 시장 또한 쏠림 현상이 현격히 줄어들 것이다.

기회가 주어진다 한들, 누구나 농부가 될 순 없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헨리 조지 또한 이들을 염두 해 두고 쓴 내용이 있다. 나는 조금 다른 방향에서 그들에게 이런 말을 싶다. 언제든 토지를 개간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상태에서 노동 시장에 뛰어드는 것과 없는 것과는 천지 차이이다. 돌아갈 곳이 없다면 절실해지고 절박해진다는 점에서 일시적인 노동력 향상을 불러 올 순 있겠다. 하지만 그것은 곧 고용자들이 노동자들을 이용하는 수단이 된다. 지속되고 쌓이다보면 결국 자본이 노동을 잠식하는 악순환을 낳는다.

그러니 모든 사람에게 땅을 경작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 그러한 삶이 우리 사회에 깊숙이 들어와 문화가 된다면, 노동자들의 삶은 보다 윤택해지고 여유로워 질 것이다. 고용자들은 보다 절박한 심정으로 우리를 찾을 것이다. 그때는 거꾸로 최저임금을 너도나도 '만원'으로 올리겠다며 소리치진 않을까. 상상 속에서라도 그런 세상을 그려보니 참으로 고소하다. 자본가를 지배하는 노동자들의 세상이라니.

인간의 능력으로는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없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인간이 필요로 하는 것을 생산할 수 없다. 대신 자연이 제공해주는 기회와 물질을 가공하여 재화를 생산할 수는 있다. 과거의 인간은 자연 속에서 스스로 많은 것을 해냈다. 물론 협력과 분업 그리고 과학을 통해서 많은 것을 이루었지만, 이전의 삶이 꼭 하등한 삶이라 할 수 없다. 지금보다 더욱 자유로운 인간이었음에 그렇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고용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므로, 그들 자신의 자존감을 버리면서까지 누군가의 밑에서 일을 할 필요가 없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근본적인 이유도 과도한 신자유주의 정책에 의한 안전보다 이윤을 추구하는 경향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 잊지 않을께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근본적인 이유도 과도한 신자유주의 정책에 의한 안전보다 이윤을 추구하는 경향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 이승훈

관련사진보기


책을 덮는 순간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이라는 책이 문득 떠올랐다. 문명·산업사회의 편리함, 세속적 욕망을 버리고 자연 속에 홀로 기거하며 갖가지 실험을 진행시킬 수 있었던 그의 도전을 담은 책이다. '산업사회로부터 자연으로의 회귀'를 역설 하며, '참다운 인간의 모습', '자유로운 인간', '구도자적 인간'에 대한 고찰한다. 이미 도시문명에 길들여진 인간이 갑작스레 인습을 멀리하고 자연으로 회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처럼 다가올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주변엔 청년에서부터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까지 많은 이가 농촌에서의 삶을 꿈꾸기도 한다. 실천으로 옮기는 이들 또한 그 수가 적지 않다. 그들의 도전이 단지 아름다운 도전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 이 작은 도전들은 그들만의 개인적인 삶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과도한 신자유주의, 수출 위주의 대기업 체제로 인한 양극화 문제, 이런 국내의 시대적 과제와 직결돼 있다. 한편의 대안으로 경쟁체제의 완충 지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도전이 성장하여 문화를 낳고, 보다 많은 이들이 열린 마음을 갖게 되기를 바라본다. 그런 세상이 오면 "사람이 먼저인 세상"에 보다 가까워오지 않을까.

※ 헨리 조지의 사회문제의 경제학을 읽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시사적인 문제는 무엇이 있을까.
1. 우리 모두 빚을 지고 시작하는 인생을 살아간다. 대학을 나오기 위해 대출을 받고, 졸업 후에는 그 빚을 갚기 위해 취직을 한다. 그 빚을 다 갚을 무렵,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다시 대출을 받고, 결혼 이후에도 이를 갚기 위한 삶을 살아간다. 이렇게 살아야만 하는 것일까. 무엇이 인간다운 삶인 것일까.

2. 우리 시대의 토지 문제는 무엇이 있을까. 소상공인들과 건물주 간에 '권리금'문제가 붉어질 때가 많다. 소상공인을 충분히 보호해줄 수 있는 법안은 마련되어 있는가. 또는 이런 법안을 악용하는 사례는 없는가.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개인블로그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blog.naver.com/touchpaint)



사회문제의 경제학

헨리 조지 지음, 전강수 옮김, 돌베개(2013)


태그:#사회문제의 경제학, #월든, #헨리 조지, #헨리 데이빗 소로우, #경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