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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의 뜨거운 감자인 '누리과정' 논란. 그 중심에 서 있는 김승환 교육감과 속 깊은 대화를 나눠봤습니다. 참고로 김승환 교육감은 재선에 성공한 전북 교육감으로, JTBC-리얼미터가 주관하는 '전국시도교육감 직무수행평가 여론조사', 다시 말해 '월간 정례조사'에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연속 6개월 1위를 한 교육감입니다. 아래 김승환 교육감과의 인터뷰 내용을 중심으로 누리 과정의 문제점 짚어봤습니다. - 기자말

 교육감 취임 1주년을 맞이하여 기전여고에서 특강 중인 김승환 교육감
ⓒ 전북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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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교사운동이 지난 4월~6월까지 전국 17개 시도 초중고 교사 1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때 교육감 취임 이후 "관료주의적 문화가 얼마나 개선되었다고 생각하느냐"는 설문을 했는데, '좋아졌다'는 응답이 전북 교육청이 89.1%로, 전국 평균 47.1%의 두 배에 이르며 가장 높았다고 한다. '강성'이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교육 자치를 훼손하는 중앙 정부와 당당히 맞서고 있는 그와의 두 번째 대담 내용을 정리해 봤다. 

- 박근혜 정부 들어와, 법률에 근거하지 않거나 법률을 무력화하는 시행령이 부쩍 늘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을 무력화하는 시행령도 그렇고, 무상 보육(누리과정) 재정 부담을 교육청에 전가한 영유아보육법 시행령도 그렇고, 또 어떤 시행령이 있을까.
"박근혜 정부 들어와 헌법과 법률을 유린하는 시행령이 부쩍 늘고 있지만, 출발은 이명박 정부였다. 먼저 교육감이 갖고 있던 자율형사립고 등에 대한 재지정 결정 권한(지정 고시권, 재지정 거부권)을 교육부 장관에게 넘겨준 시행령이다. 평가 점수를 70점에서 60점으로 낮추는 바람에 이 점수로는 탈락할래야 탈락할 수 없다. 그냥 통과시키라는 것이다.

교원평가도 시행령이다. 교원 등의 연수에 관한 규정이 대통령령이니까. 일제고사는 또 어떤가? 일제고사의 근거가 되는 초중등교육법 조항을 국회가 만들 때 전수 평가하라고 만든 것은 아니다. 그걸 가리켜 입법 취지라고 하는데, 입법 취지를 망가뜨린 케이스이다. 학생부 학교 폭력 기재는 시행령도 아니고 장관의 훈령으로 끝내 버렸다.

경기도 등에서 '내부형 공모 교장'의 효과가 크자, 내부형 공모제 역시 시행령으로 사실상 막아버렸다. 지난해 교육부가 장학관과 교육 연구관의 임용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교육 공무원 임용령을 개정한 것도 그렇고... 한두 가지가 아니다. 대통령 권력이 국회 권력뿐만 아니라 3권을 통할하는 상황이 돼 버렸고, 시행령이 교육 그 자체와 지방 교육 자치에 초래한 악폐가 엄청나다."

"헌법 위에 대통령령... 이는 헌법 파괴 행위"

-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이른바 '진보 성향의 교육감' 옥죄기가 이뤄지고 있다고 본다. 곽노현 전 교육감은 이를 두고 "상위법을 위반한 헌정 문란 행위"라고 했고, 김 교육감도 "대한민국은 법치 국가에서 시행령 국가로 전락해 버렸다"고 했는데.
"법치 국가의 핵심은 헌법과 법률 그리고 또 하나가 사법권이다. 그런데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헌법과 법률을 무력화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법치 국가에서 시행령 국가로 전락해 버렸다. 헌법 21조에서 보듯 집회의 자유는 절대 허가제가 될 수 없음에도, 경찰권 행사하는 것을 보면 사실상 허가제다.

헌법 질서가 이미 무너진 상황에서 교육감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겠는가? 마지막 순간까지 지방 교육 자치를 사수하고자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본다. 힘의 결집 정도에 따라 지방교육 자치를 지키는 힘은 커지게 돼 있다."

- 곽노현 교육감의 "대통령이 법률에 명확한 위임과 근거가 없는 대통령령을 제정할 경우 입헌 법치주의, 특히 권력 분립 원칙은 작동이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이 제멋대로 대통령의 권력을 이용하여 법률에 근거가 없는 시행령 기타 대통령령을 발하면 탄핵 사유가 된다. 이 경우 법률 위에 대통령령을 세우고 법 위에 대통령을 세우는 셈이기 때문이다"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규범 체계는 '헌법-법률-시행령-시행 규칙'으로 내려가는데, 현재는 맨 위에 '대통령령-헌법-법률-시행규칙'이 됐다. 헌법 학자 출신으로 말하건대, 이는 헌법 파괴 행위다. 대통령이 직무 집행 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면 헌법 62조에 의거 탄핵 사유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시행령으로 헌법이나 법률을 유린하지도 않았는데 탄핵당했다. 3권 분립 국가의 핵은 집행권도 사법권도 아니고 입법권이다. 그래서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국회를 대의 기관이라고 하는 것이다. 국회가 입법권 유린 차원에서 철저하게 따져야 한다."

- 박 대통령은 지난 8일, "노동, 금융, 공공, 교육, 이 4대 개혁은 미래 세대를 위해서 한시도 미룰 수가 없는 시급한 과제들"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교육개혁'을 강조하면서 왜 교육 자치를 훼손하려 할까?
"교육 자치를 이대로 못 봐주겠다, 그런 뜻이라고 본다. 시도지사에 비해 교육감은 다루기 까다롭다고 보는 듯하다. 특히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을 그렇게 보고 있는 듯하다. 일례로 학급당 학생 수를 OECD 권고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등 지난 대선 공약은 분명히 개혁이었다. 그러나 학생 수 줄었다고 교육 예산 빼면 되나. 학생 수가 줄어들면 그만큼 교육 여건을 개선해야지. 미국 등 선진국은 교실에 교사 2명이 수업을 진행하고 2명 모두 정교사더라. 차라리 솔직했으면 좋겠다. '교육 개혁'이라 하지 말고 '교육 개악'하겠다고."

- 벌써 직선 2기 취임 1주년이 됐다. 그런데 워낙 기대가 커서 그런지, "기대한 것보다 체감하는 긍정적인 변화가 적다"는 반응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13명 당선은 대단한 일이다. 당선 동인은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국가가, 정부가, 권력자들이 성장하는 아이이게 잔인하다, 이대로는 안 된다고 보고, 어차피 권력자에 기대할 수 없으니 교육감에게라도 기대해보자.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기대를 충족해주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또한 지역 편차도 심하다. 비교적 잘 한다는 소리를 듣는 지역도 있고 그렇지 못한 지역도 있고. 지난 6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진보 교육감 취임 1주년 평가' 토론회에서 나는 혁신학교 말고는 진보 교육의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극우 보수 정권 아래 지방교육 자치가 훼손 당해왔다는 것으론 충분한 변명이 될 수 없다, 혁신학교의 성과를 전국적인 변화로 이어가려면 입시 체제의 변화와 함께 중·고등학교 교육에 대해 좀 더 깊은 반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2기 진보 교육이 차별화된 의제를 만들지 못해 '진보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을 이어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전북의 경우, 학교 자치 확대와 '혁신학교를 통한 학교 혁신'을 의제로 설정하고 있다. 몇 개 시군에 혁신 교육 특구 설정했고 혁신학교벨트도 구축하고 있다. 무엇보다 아이들 중심의 교육 정책을 편다는 차원에서 '아침에 행복한 학교'(등교 시간 늦추기) '저녁에 자유로운 학교'(보충 수업과 야간자율학습 학생 선택권 보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기 진보 교육감 시기 의제는 '학교 자치 확대'와 '혁신 교육 강화'가 돼야 한다."

4, 5명의 교육감만이라도 거부했더라면...

 한 유치원을 찾아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는 김승환 교육감
ⓒ 전북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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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개 지역에서 '진보교육 벨트'가 형성됐음에도 지난 1년 자율형사립고, 특수목적고 등 '특권 학교' 폐지, 보육인 누리과정 예산 등을 두고 벌어진 교육부와 교육청의 갈등에서 '진보 교육감 사이의 협력과 연대가 부족했다'거나 심지어 '무기력했다'는 질타까지 쏟아진다. 경남에서는 무상급식 폐기로 갈등이 극에 달했고 전북에선 무상 보육인 누리과정 예산 문제로 싸움이 계속되고 있었는데도 시도교육감협의회의 역할이 눈에 띄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왜 교육감협의회가 한목소리로 내지 못하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일까?
"어린이집 무상 보육(누리과정)은 무력했다는 것 인정한다. 최소한 4, 5명의 교육감만이라도 연대해서 거부했다면 정부도 손들었을 것이다.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이유는 교육감들이 각개약진했다고 볼 수 있고, 호남과 영남이 분위기가 다르듯 지역적 한계도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분할 통치를 잘한 것 같다. 1987년 당시 민정당처럼 분리 정복 전략을 편 것 같은데 거기에 당했다고 본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최근 교육감들이 이제라도 더 이상은 안 된다, 무력하게 당했다'는 반성의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또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영·호남과 제주 등 6군데 남부벨트를 형성해 신규 장학사 연수를 공동으로 하는 등 협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시도교육감협의회가 마치 '국가교육위원회'처럼 교육 정책에 대해 하나 하나 선도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교육감협의회가 얼마든지 연구 기능을 강화하고, 의지만 있으면 교육 정책과 교육 의제를 낼 수 있다고 본다. '아, 교육 정책 바로 저거다'라고 국민이 공감대 형성하면 국회도 법률 작업할 수밖에 없고, 정부도 따라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초중고 교육과 대입 제도의 불일치가 가장 심각한 문제인데, '대입제도 개선' 등도 교육감협의회가 연구 작업할 수 있다고 본다." 

- 새누리당과 보수 진영은 마음이 급한 듯하다. 지난 2일 서울 서초구민회관에서 '교육감 선거제도 폐해 및 개선 방안에 대한 입법 토론회'를 개최했는데, 이날 토론회를 시작으로 3개월 동안 전국 순회 토론을 열고 교육감 직선제와 관련한 여론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한다. 교육감 직선제 등 교육 자치에 대해 한 말씀 하신다면?
"오랜 관행 상 선거법 관련 조항은 여야가 합의해야 개정이 가능하다지만, 현재 정부 여당이 하는 것을 보면 얼마든지 이 관행을 깰 수 있다고 본다. 날치기해도 헌재가 합법화해줄 테니... 절대 개정할 수 없다고 안심하면 안 된다.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다. 극우 보수 정권 차원에서 이 작업을 치밀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본다."

"아이들이 알아주면 가장 행복해"

- 교육감직을 수행하면서, 가장 행복할 때, 또는 가장 보람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반대로 교육감직 수행하는데 가장 어려운 점, 장애물, 걸림돌, 안타까운 점은 무엇인가?
"가장 행복할 때, 또는 가장 보람 있는 것은 아이들이 알아주는 것이다. 아이들이 가끔 '교육감님 힘내세요' 하면서 위로하고 힘을 준다. 가장 어려운 점은, 인사권자로서 자리는 비는데 그 자리에 맞는 사람 안보일 때다. 그리고 안타까운 점은 사리사욕 챙기지 않고 나름대로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지역에서 일부 사람들이 거짓말을 만들어 내고 왜곡하고 폄훼하는 것에 마음 아프다."

- 페이스북에 소소한 이야기를 올려주거나 일일이 친히 댓글을 달아 사람들로부터 '인간적인 교육감'이라는 평을 듣고 있는데.
"교수시절에는 늘 논문과 칼럼을 썼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을 할 수 없다. 상실감이 크다. 그래서 대신 대안으로 페이스북에 짧은 글도 쓰고 댓글도 달고 그런다. 언제 하느냐고 묻는데 호흡하듯이 한다. 누구 시키지 않고 내가 직접 쓰고 댓글도 100% 내가 직접 단다."

김승환 교육감과의 두 번째 대담을 마친다. 필자가 느끼기에 김승환 교육감은 '부드러움과 강함, 따뜻함과 올곧음'의 양면성을 다 지녔다. 그가 대학 교수였던 시절 학생들은 "김승환 교수는 좋고도 무서운 분"으로 기억한다.

직선 교육감 2기 전북교육 비전은 '가고 싶은 학교 행복한 교육 공동체'다. 1기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더 가고 싶고 더 행복한 교육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플러스를 강조한 것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민주적 학교문화 조성을 위한 학교자치조례 제정'을 추진 중인 김승환 교육감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덧붙이는 글 | 김형태 시민기자는 현재 '교육을바꾸는새힘' 대표와, 국민라디오 <김형태의 행복한 교육세상> 진행자로, 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으로 활동했습니다. 이와 유사한 글을 국민TV 등의 매체에도 보냈습니다.



태그:#김승환 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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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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