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논에서 김매기를 하는 농부
 논에서 김매기를 하는 농부
ⓒ 강미애

관련사진보기


지금 충남의 들녘은 푸른 융단을 펼쳐놓은 듯 초록색으로 물들고 있습니다. 차를 타고 지나가다가 보면 끝없이 펼쳐진 푸른 들녘에서 허리를 굽혀 김매기를 하는 농부의 모습이 보입니다. 생명의 열쇠창고를 쥐고 오늘도 국민의 먹거리 생산을 위해 더운 날씨에도 꿋꿋이 농토를 지키는 이 땅의 농부들에게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다수확 고품질 먹거리 생산도 좋지만 좀 더 국민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건강 먹거리 생산을 할 수 있도록 도시민들의 이해와 협조가 필요합니다.

평화로운 마을을 배경으로 푸른 들판에서 너울너울 춤을 추며 날고 있는 백로들의 한가로운 모습 또한 농촌의 온화한 풍경입니다. 이른 아침에 백로들이 논에 있는 지렁이 우렁이, 개구리들을 사냥하고 노는 모습이 아름다워 가까이 가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면 그들은 이내 푸드덕 날아 바로 옆 논으로 자리를 이동합니다. 지금은 농수로와 저수지의 개발로 물 보유량이 늘어서 가뭄에도 논에 물 대기가 쉬워졌습니다.

전해 내려오는 일화로 어느 동네에서는 오래전에 가뭄 시에 논에 물길을 내 논으로 열어놓고 집으로 돌아오면 어느새 옆 논에서 자기 논으로 물꼬를 틀어버려 참 힘들었다고 합니다. 물 대기 경쟁에서 과수댁들이 남자랑 씨름해서 물꼬를 가져올 수도 없고, 해서 아예 자기 물꼬 들어오는 입구에서 홀라당 벗고 앉아서 자기 논의 물꼬를 지켰다는 슬픈 일화도 있습니다.

수확을 기다리는 콩, 함박웃음 짓는 참깨꽃

백로들이 노니는 푸른 들녘
 백로들이 노니는 푸른 들녘
ⓒ 강미애

관련사진보기


넝쿨 콩이 잎사귀가 마르며 수확임을 알리고 있습니다. 자식들 뒷바라지에 손마디가 굵어진 어머니의 손가락처럼 마디마디에 달린 콩은 도시에 사는 자식들의 식량 보탬이 되게 할 것입니다. 요즘 농촌을 돌아다니다 보면 어르신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씀이 자식들이 도시에서 손주 손녀 대학공부 가르친다고 생활이 참 어렵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렇습니다. 지금은 너도나도 대학을 가야만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일과 직장을 쉽게 가질 수 있다는 관념에 없는 살림 쪼개어 자식들 대학교 등록금 내느라 허리가 휘어집니다. 그래서 시골에서 혼자 쓸쓸히 살아가는 홀몸노인들이 더 많은 이유입니다.

여름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참깨꽃이 일제히 함박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이 있습니다. 5월 상순에 참깨 씨앗 5알 정도를 파종한 후에 비닐을 덮으면, 5일 정도 후 발아가 됩니다. 그리고 참깨 잎사귀가 2개 정도 올라 왔을 때 한 개씩만 남기고 솎아줍니다.
수확을 기다리는 넝쿨콩
 수확을 기다리는 넝쿨콩
ⓒ 강미애

관련사진보기


      농부의 정성으로 자라는 고추밭
 농부의 정성으로 자라는 고추밭
ⓒ 강미애

관련사진보기


농부의 정성이 깃든 비닐 바닥 덮기를 한 고추밭에는 고추가 한창 달리고 있습니다. 고추는 장마철에는 특히 탄저병에 유의해야 하며 탄저병이 오기 전에 친환경제제나 농약을 주기적으로 살포합니다. 일단 탄저병이 오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므로 병이 든 고추는 따서 멀리 버려야 합니다. 장마철 비바람과 태풍에 쓰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위 사진처럼 중간중간에 말뚝을 박고 끈으로 넘어지지 않게 고정해 줍니다.

할머니의 텃밭에는 홍화꽃이 만개하였습니다.
 할머니의 텃밭에는 홍화꽃이 만개하였습니다.
ⓒ 강미애

관련사진보기


시골 길을 가다가 보면 여기저기 꽃들이 만발한 데요. 위 사진은 홍화꽃으로 꽃을 따다가 베보자기 위에 얹고 찐 다음에 말려서 꽃차를 만들기도 합니다. 홍화 꽃차는 어혈을 풀어주고 월경불순, 골다공증 예방 등 여성건강에 좋습니다. 꽃이 지고 나면 생기는 홍화씨는 보리차처럼 물을 끓여 먹기도 하는데요. 골다공증 예방과 관절에 좋으며 씨앗에는 콜레스테롤을 녹이는 리놀산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쑥갓꽃, 상추꽃, 접시꽃... 들판을 수 놓다

텃밭에서 자라는 쑥갓의 어린 싹은 생선 매운탕에 비린내 제거에 좋은 쑥갓은 삶아서 나물로 무쳐먹거나 쌈으로 먹는 채소입니다. 쑥갓이 자라서 꽃을 맺고 나면 내년을 기약하는 씨앗을 남기게 됩니다. 이렇듯 자연은 싹으로 피어나서 인간들에게 이로운 음식이 되고 꽃을 피워내고 씨앗을 맺는 등 자연의 섭리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움직입니다.

쑥갓꽃
 쑥갓꽃
ⓒ 강미애

관련사진보기


상추꽃
 상추꽃
ⓒ 강미애

관련사진보기


텃밭의 상추로 식탁을 풍성하게 하던 상추도 지금 한창 꽃을 피우며 더러는 씨앗을 만들고 있습니다. 옛말에 가뭄이 들어 흉년이 오고 많은 사람들이 기아에 굶주려 죽어가더라도 농부는 머리맡에 다음 해에 심을 씨앗은 남기고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농사를 모르는 현대인은 어쩜 씨앗마저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먹어 치울 수 있다는 점이 염려스럽습니다.

시골집 옆 조그만 창고 귀퉁이에서 빨간 접시꽃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먼저 떠나보낸 아내에 대한 애절한 사랑을 시로 표현한 '접시꽃 당신'의 애잔한 그리움이 올해도 어김없이 꽃으로 피어나고 있습니다. 시골 길을 걸으면 허름한 집 모퉁이 여기저기에서 다채로운 꽃들이 피어나고 모습이 정겹습니다.

시골집 모퉁이에선 접시꽃 한 무더기가 피어납니다.
 시골집 모퉁이에선 접시꽃 한 무더기가 피어납니다.
ⓒ 강미애

관련사진보기


천인국 한 무더기 마당에 피어나고 낡은 시골집 담 모퉁이에서 피어나는 파란빛 산수국화, 밭 언저리에서 수줍은 얼굴로 피어나는 채송화 한 무더기도 있습니다. 자식들을 모두 도시로 내보내고 홀로 쓸쓸히 고향 집을 지키고 있는 어머니는 오늘도 자식들을 그리움 속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100여 년 전 할아버지께서 흙과 갈대 소나무를 얼기설기 엮어서 집을 짓고 아들며느리와 살다가 돌아가시고 아들이 아이들을 낳아서 오순도순 함께 살던 집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낡은 시골집 대문 앞에는 쪽파 씨앗과 돼지파 씨앗이 짚으로 엮어 걸려 있는 풍경도 있습니다.

집 입구 천장에는 어머니가 손수 가꾸고 수확한 암팡진 마늘이 천장에 매달려 있습니다. 더러는 자식들이 오면 자동차 트렁크에 실릴 것이고 어머니가 배추를 심어 가꾸어 놓으면 가을에 아들 며느리 손자·손녀들이 와서 가족과 함께 김장을 만들어 갈 양념에 쓰일 것입니다. 장마가 지기 전에 수확한 양파들을 묶어서 비닐하우스 안에 걸어 놓았습니다.


태그:#여름의 농촌풍경, #홍화꽃, #김매는농부, #상추, 쑥갓꽃, #참깨꽃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