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8일 오후 2시 대전 동구 낭월동 골령골 희생자 묘역에서 열린 '제65 주기 16차 대전산내학살 희생자 합동위령제'. 희생자 명단이 서글프다.
 28일 오후 2시 대전 동구 낭월동 골령골 희생자 묘역에서 열린 '제65 주기 16차 대전산내학살 희생자 합동위령제'. 희생자 명단이 서글프다.
ⓒ 심규상

관련사진보기


마당극 '골령골의 비가..'(마당극단 <좋다>) 학살 당시를 재현하고 있다.
 마당극 '골령골의 비가..'(마당극단 <좋다>) 학살 당시를 재현하고 있다.
ⓒ 심규상

관련사진보기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합동위령제'는 대전 동구청에 대한 성토의 장이었다.

28일 오후 2시 대전 동구 낭월동 골령골 희생자 묘역에 250여 명의 시민이 모였다. '제65 주기 16차 대전산내학살 희생자 합동위령제'에 참석한 시민들이다. 이곳에서는 1950년 6월 27일부터 보도연맹 관계자 등 민간인 수 천여 명이 국군과 경찰에 의해 집단희생됐다.

행사는 컨테이너에 있던 20여 구의 유해를 새로 단장한 '유해 안치소'로 운구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지난 3월 전국 시민사회단체가 자원활동으로 발굴한 유해다. 무용가 전연순가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는 진혼무를 선보였다. 그의 춤사위에서 희생자들이 꽃송이로 화했다. 그의 손끝이 하늘로 향하자 희생자들의 넋이 꽃으로 피어오르는 듯했다. 애잔한 그의 표정을 지켜보던 유가족들의 눈에서 눈물이 흘려내렸다.

원불교대전충남교구도 무대에 섰다. 이들은 '특별천도제'를 통해 "참변을 당한 영가들의 영원한 천도를 기원한다"고 축원했다. 젯상앞에 선 유가족 대표들은 술을 올리며 구천을 떠도는 희생자들의 안식을 기도했다.

설동호 대전시 교육감 "학교현장에서도 사건 가르치겠다"

설동호 대전시교육감
 설동호 대전시교육감
ⓒ 심규상

관련사진보기


무용가 전연순씨의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는 진혼무
 무용가 전연순씨의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는 진혼무
ⓒ 심규상

관련사진보기


한 희생자 유가족이 헌화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한 희생자 유가족이 헌화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심규상

관련사진보기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은 "명백한 국가의 불법행위로 희생된 것으로 밝혀졌음에도 명예회복과 추모사업은 미진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인권과 평화의 소중함을 깨닫고 누구도 인권이 짓밟히는 일이 없도록 추모공원이 잘 조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현장에서도 사건을 상기시켜 남을 배려하는 시민으로 길러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설 교육감의 추도사에 참석자들은 긴 박수로 화답했다. 산내 위령제에 대전시교육감이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전시의회에서는 박정현 의원과 김동섭 의원이 참석해 자리를 지켰다. 박찬인 대전문화재단대표이사도 함께 했다. 직접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권선택 대전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박범계 의원, 박병석 의원, 이상민 의원은 추도사를 보내왔다.

하지만 골령골 현장을 담당하는 한현택 대전 동구청장은 보이지 않았다. 추도사도 보내오지 않았다. 대전 동구청장은 그동안 단 한 번도 위령제에 참석하지 않았다. 16년째 결석이다. 대전 동구청과 동구청장에 대한 원망의 소리로 커졌다.

16년 째 결석한 관할 대전동구청장... " 학살의 공범자가 되려 하느냐"

대전 골령골 유해매장지. 유해가 묻혀 있는 구덩이가 수 십미터에 이른다.
 대전 골령골 유해매장지. 유해가 묻혀 있는 구덩이가 수 십미터에 이른다.
ⓒ 심규상

관련사진보기


'제65 주기 16차 대전산내학살 희생자 합동위령제'
 '제65 주기 16차 대전산내학살 희생자 합동위령제'
ⓒ 심규상

관련사진보기


골령골 전숙자 대전산내유족(왼쪽)과 그의 손녀가 함께 위령제에 참석해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전씨의 아버지는 이 곳에서 희생됐다.
 골령골 전숙자 대전산내유족(왼쪽)과 그의 손녀가 함께 위령제에 참석해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전씨의 아버지는 이 곳에서 희생됐다.
ⓒ 심규상

관련사진보기


위령제에 추도사마저 거부했기 때문이 아니다. 김종현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장은 유족 대표 인사를 통해 "대전 동구청의 인륜마저 저버린 패륜 행정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대전 동구청은 위령제를 앞두고 '불법 시설'이라며 임시 유해안치시설을 철거하라는 공문을 보내왔다. 특히 대전 동구청장은 관리 소홀로 일부 유해매장지가 몽땅 훼손된 데 대해서도 "중앙정부가 할 일"이라며 사과마저 거부했다.

이규봉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는 "옛말에 '동냥은 못할망정 쪽박은 깨지 마라'는 말이 있다"며 "대전 동구청의 행태는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를 저버리는 상식 밖의 행정"이라고 성토했다.

이대식 한국전쟁기 대전산내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대책위는 "유해안치시설을 철거하라는 것은 희생자들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며 "대전 동구청은 학살의 공범자가 되려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동구청의 행태를 바로잡고 만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산내유족회장 "동구청 패륜 행정에 분노"

큰아버지의 사진을 들고 위령제에 참석한 한 유가족
 큰아버지의 사진을 들고 위령제에 참석한 한 유가족
ⓒ 심규상

관련사진보기


유가족인 신순란, 전숙자씨의 애절한 추도시가 낭송되자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날 행사는 마당극 '골령골의 비가'(마당극단 <좋다>)와 가수 정선영의 '내 영혼 바람 되어' 노래에 이어 헌화로 마무리됐다.

한편 대전 골령골 학살 현장에는 아직 발굴되지 않은 유해가 최소 1000여구 이상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광년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희생자 전국유족회 상임대표는 "어서 빨리 유해를 발굴해 학살지 현장을 인권과 평화의 성지로 만들어 보자"며 "대전 동구청도 이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태그:#대전산내학살, #위령제, #대전 동구청장, #유해안치소, #골령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