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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 두었던 '어머니'를 서울로 보내드렸다. 잊히는 우리 가곡 중에서 양주동님이 지은 '어머니 마음'을 소재로 한 작품이었다. 그리고 한결 가뿐해진 마음으로 지난 밤에 깊고 깊은 잠을 잤다. 장장 10시간 동안.

지난주 월요일에 출근하려고 아침에 세수를 하고 거울을 보다가 "어머나! 이게 뭐야!" 하고 혼잣말을 내뱉었다. 참혹한 내 얼굴에 너무 놀랐다. 오른쪽 눈에 핏물이 가득찬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놀란 다음에는 장난스런 생각이 들었다. 머리를 앞으로 내려 눈 부분만 보이게 했더니 납량특집에 나오는 여락 없는 귀신의 모습이어서 혼자서 웃었다.

반차를 내고 떠난 숲, 심신의 위로

출근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였는데, 다행히 통증은 없어 출근해서 중요한 업무를 본 후에 오후에 안과에 갔다. 과로해서 신경을 많이 써서 실핏줄이 터졌다고 한다. 3주간 국립현대미술관에 제출할 대형작품 때문에 주말마다 작품에 매달렸던 탓인지, 아니면 유독 면역력이 약한 몸이라 메르스에 긴장한 탓인지, 널을 뛰는 날씨 탓인지 모르겠다.

지난주에 나는 반차를 두 번이나 내었다. 아픈 내 눈과 심신에게 스스로 선물을 주기 위해  좋아하는 숲으로 간 것이다. 초록숲으로 트레킹을 가서 산소를 충분히 마시면서 내 몸에 휴식을 주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조언 대로 일찍 잤다. 또 지인의 농장에서 블루베리도 한아름 사와 매일 먹었다.

국립현대미술관 제출작품
▲ 어머니 국립현대미술관 제출작품
ⓒ 이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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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어머니 마음'이란 곡을 소재로 작품을 만들면서, 작품지를 참 많이도 소비했다. 결국 낙관인을 찍고 최종 마무리를 한 뒤 작품들을 소중하게 말아 단골 화랑에 넘겼다. 화랑에선 내 작품을 잘 배접해 전문 사진관에 맡겨 촬영을 하였다.

사실 올해 운 좋게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창작표현을 지원하는 작가'로 선정돼 작품 재료에 구애 받지 않고 원 없이 작품들을 제작할 수 있게 됐다. 더불어 청주에서 전시장도 지원받게 돼 대관료 걱정도 할 필요가 없게 됐다. 그래서  나의 정서를 표현하기 보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고르기로 했다.

첫 소재는 '청산'이란 푸른 자연이었다. 하얀 화선지 또는 푸른 화선지 또는 옻으로 만든 고액의 종이까지 준비해 모두 시험했다. 또 먹감도 연한 초록으로 발묵해서 바탕에 다양하게 캘리디자인을 해서 마무리 해놓고선, 다른 것을 만들기 시작했다. 청산을 좋아하는 사람도 세상 사람들 중의 일부일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다른 소재는 '동행'이었다. '아름다운 동행'이란 모티브를 잡고 다시 몰두하였다. 이 또한 인사동에서 직접 고른 다양한 종이와 다양한 먹감을 가지고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해서 일주일만에 어렵게 마무리했다. 종이 크기가 문짝보다 좀 커서 먹물을 준비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큰 글자가 무난하면 협서인 작은 글자가 애를 먹였고 글자가 다 되면 바탕색이 생각 대로 나오지 않아 버려야 했다.

어머니, 이 세 글자에 누구나 마음 따뜻해지기를

하지만 나는 다시 마무리 한 이 작품은 '청산'과 마찬가지로 서울에 보내는 작품에서 제외하고 다시 만들기로 했다. 이번에 마지막으로 고른 소재는 '어머니'였다. 나는 매일 수백 명의 노인들이 출입하는 기관에서 일한다. 그래서 다양한 삶의 모습을 살아가는 노인들을 보는데 그 중에 독거노인으로 살아가는 할머니들이 생각보다 참 많다.

할아버지들도 마찬가지이고... 점점 자식들에게 공경을 못 받는 분들이 많다. 그 분들이 많이 하는 말씀이 "오래 살면 뭐해요... 오래 사는 것도 할 짓이 아니여"다. 하지만 어제 내가 기획한 묵향봉사 프로그램에 지원한 어르신의 연세는 자그만치 95세다. 이 어르신은 80대까지만 해도 연애도 하셨고 지금도 정정하시다. 오래 사는 것에 대해서는 별 생각이 없으시다.

"어제처럼만 잘 지내면 되는거여. 내일은 오늘처럼만 살면 되고... 그러다 보니 80세, 90세가 금방 되는 거지..신경 쓸 것 없어!"

독거노인과 노인학대가 사회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나는 우리 마음에서 세상의 모든 존재들을 태어나게 한 '어머니'에 대한 공경심과 정감이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워서 작품 '어머니'에 한결 집중할 수 있었다.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를 말하라고 하면, 난 그 중 하나로 어머니를 꼽고 싶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자기가 의도하지 않는데도 절로 떠오르고 나오는 단어가 '어머니'가 아닐까... 내 작품 '어머니'로 인해 누구든지 마음이 따스해지기를 희망한다.

부디 세상의 모든 자식들은 어머니의 정을 깊이 가슴에 기억해서 따스한 가슴으로 살아가길 바란다. 또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은 비록 노후에 자식에게 공경받지 못하더라도 자식에게 진정으로 베푸는 아름다운 '어머니 마음'을 소담히 잘 간직하고 살아가면 좋겠다.


태그:#서예가 이영미, #근원 이영미, #어머니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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