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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앞선 기사 중고 거래 마니아가 꼽은 '멘붕' 방지법에서 중고 거래 시 허위 거래, 이른바 사기를 당하지 않을 최소한의 방법 중 하나로 판매자의 이력 조회를 제시했다. 그런데 최근에 이 예방법의 허점을 보여준 사례가 있어 소개한다.

해킹한 아이디로 허위 중고 거래를 하면?

강씨는 수년 간 중고 거래를 하면서 택배로 물품을 받아 본 경험이 많았다. 그래서 판매자의 아이디를 클릭해 다수의 판매 이력을 확인했다. 그런데...
 강씨는 수년 간 중고 거래를 하면서 택배로 물품을 받아 본 경험이 많았다. 그래서 판매자의 아이디를 클릭해 다수의 판매 이력을 확인했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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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강아무개씨 인터넷 카페 '중고**'에서 차량용 가로바(차량 지붕 위에 얹어 루프박스나 짐받이 등을 쓸 수 있게 하는 고정장치)를 중고로 구입하기로 하고 검색을 통해 시세보다 싸게 물건을 내 놓은 판매자를 발견했다.

그런데 판매자가 거주하는 곳이 경상남도다. 서울에 거주하는 강씨는 택배로 물건을 받기로 하고 판매자와 핸드폰 문자로 상태와 가격 등을 묻고 다시 전화통화로 거래 조건을 합의한 다음 판매자에게서 계좌번호를 받았다.

강씨는 수년 간 중고 거래를 하면서 택배로 물품을 받아 본 경험이 많았다. 그래서 판매자의 아이디를 클릭해 다수의 판매 이력을 확인했다. 십수 만 원의 금액이라 안전거래를 할 수도 있었지만 그 생각은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가로바라는 게 일반인에게 생소한 물품이라 사기를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거니와 이미 판매자의 이력을 보고 신뢰했기 때문이다.

입금을 했고 택배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판매자는 친절했다. 전화로 시간이 늦어 오늘은 택배 보내기가 어렵고 내일 보내주겠노라고 알려주었다. 다음날이 되었고 오후 늦게까지 택배를 보냈다는 연락이 없자 강씨는 판매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판매자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 뒤에 몇 시간 동안 전화를 걸었지만 끝내 연결되지 않았다.

그렇다. 사기를 당한 것이다.(대법원 판결이 날 때까지 무죄추정을 해야 옳겠지만 6월 14일 현재까지 이 판매자는 십여 명에 가까운 입금자들과 연락두절 상태라 통상적인 의미로 '사기'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강씨는 치솟는 분과 억울함을 술로 달래며 인터넷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판매자가 알려준 계좌번호, 계좌명, 전화번호를 가지고 몇 시간이고 검색을 계속했다. 그리고 자정을 넘긴 시각부터 동일 인물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의 글들이 속속 올라오기 시작했다.

차량용 가로바로만 허위거래를 한 게 아니었다. 루프박스, 자전거 캐리어, 콘솔 게임기, 캠핑용품 등 품목도 다양했고 금액도 십수 만 원에서 70만 원까지 다양했다. 이야기를 정리해보니 이 사기 피의자(현재 진정서가 접수되어 수사가 진행 중)는 꽤 부지런했고 신속했으며 치밀했다.

수법은 이랬다. '중고**' 아이디를 해킹한다. 그리고 그 아이디로 판매글을 올리는데 여러 개를 한꺼번에 올린다. 판매글은 2~3일만 게재했다가 돈을 챙긴 다음 글을 삭제하고 잠적한다.

강씨가 놓친 부분이 해킹이다. 해킹을 해서 타인의 아이디로 다수의 판매글을 조작한다면 자연스럽게 허위 이력이 만들어진다. 또 있다. 사기 피의자의 치밀함이다. 흔히 알려지기로는 이런 사기가 진행될 때 피의자들은 판매가격을 시세보다 한참 낮게 제시한다고 한다.

그런데 강씨가 상대한 피의자는 인터넷 시세보다 2만 원(평균시세의 10% 수준) 정도만 싸게 가격을 제시했고 택배 가격까지 협상하는 세심함을 보였다. 돈을 챙기고 나서도 주소를 보내달라, 입금을 받았다 등등의 안내를 해 주면서 안심을 시켰다.

다른 사기 피해자들에게도 같은 수법을 썼다고 봤을 때 이 사기 피의자는 물품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알아보고 적당한 이미지를 도용하려고 수집을 했을 것이다. 또 작업 일자를 정해두고 계획을 짰을 것이다. 철저히 준비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계좌와 여러 개의 전화번호를 준비한 것으로 봤을 때 둘 혹은 그 이상이 함께 움직였을 가능성도 있다.

중고 거래 마니아도 사기 당합니다

이쯤에서 고백해야겠다. 강씨는 바로 나다. 그간의 성공만을 믿고 관성 대로 중고거래를 했다가 십수 만 원을 날린 그 사람이 바로 나다. 원숭이도 나무에 떨어질 때가 있다는데 딱 그 꼴이다. 사기 예방법까지 소개한 처지에 정작 내가 사기를 당했다고 알리자니 처음에는 민망하고 부끄러웠다. 숨기고 싶었다. 하지만 똑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렇게 피해 사례를 알리게 되었다.

남양주 경찰서 사이버 수사대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나서 이런 사기 수법을 피해나갈 방법을 알아봤다. 사기꾼들은 실제 물건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 조작이 불가능한 이미지를 요청할 것(이를 테면 오늘자 신문과 같이 찍은 제품 실제 사진), '더치*'와 같은 사기 피해 사례 모음 사이트에서 입금 전 검색해 볼 것 등의 조언들을 찾을 수 있었다.

진즉 알았더라면 좋았겠지만 이미 늦었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 사기 피의자의 판매글을 보니 허점 투성이다. 꼼꼼히 읽다보면 사기꾼 교과서의 한 페이지를 읽는 기분이다. 어떻게 이런 글에 속았지? 후회막급이다.

하지만 이건 다 지나고 나서 외양간 고치면서나 할 수 있는 말이고 후회다. 당시에 이런 정보를 알았다고 해도 쉽게 떠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사기 피의자는 준비를 했고 교묘했던 반면 난 무방비상태였다.

그럼 열심히 노력하는 사기꾼에게 우리는 당할 수밖에 없는가? 나는 그럴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 규모가 어느 정도냐가 문제지 인터넷의 익명성에 기대 작정하고 남을 속이자고 준비하고 계획한 '꾼'들을 100% 피해갈 방법은 없다.

그럼 사기 거래 예방법은 무용지물이란 말인가? 아니다. 쓸모 있다. 사기꾼을 100% 피하지는 못해도 회피 확률을 높일 수는 있다. 다만 이제 단순한 이력조회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알았으니 발전시켜야 한다. 단순히 거래 이력의 많고 적음을 놓고 신뢰하면 안 된다. 장기간에 걸쳐 올린 판매글의 개인정보 즉, 이름이나 전화번호 등이 현재의 판매글과 일치하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입금하기 전에 이 개인정보를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봐야 한다. 꼼꼼한 사기꾼이라면 개인정보를 삭제하고 바꾸지만 간혹 흘리는 어리숙한 사기꾼도 있기 때문이다. 동일한 개인정보로 당한 피해자들의 글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렇게 말은 했지만 불안하다. 범죄자들은 부지런하고 그 기술은 더 진화할 텐데 이런 정보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걱정이 된다. 어쩌면 가장 좋은 가기 예방법은 가장 최근에 게시된 사기 피해자들의 글을 읽고 나름대로 대처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직까지 가족에게 사기당했노라 말은 못 꺼내고 있다. 그야말로 '바보 아니냐'는 소리를 들을 것 같아서다. 우리 어머니 같았으면 당장에 이런 말씀을 하셨을 거다

"그러게 뭘 믿고 모르는 사람한테 돈을 부쳐. 그런 거 다시는 하지 마라."

하지만 나는 앞으로도 중고 거래를 할 거고 상당수는 먼저 입금을 해주고 택배로 물건을 받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포기하기 힘든 장점이 많아서다. 사기라는 지뢰들이 있지만 뚫고 나가야 한달까? 이건 마치 하루에도 수십 건의 교통사고가 나는 줄 알지만 매일 차를 몰고 출퇴근을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위험해도 할 건 해야 한다. 최대한의 경각심을 발동하고 언제나 조심하면서 말이다. 사기꾼들이 노리는 건 피해자들의 어리석음이 아니라 방심과 자만이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태그:#중고거래, #중고거래사기, #중고사기피하는법, #사기꾼, #아이디해킹중고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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