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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3일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 정부와 론스타간 투자자-국가소송(ISD) 참관을 거듭 요구했다. 또 정부가 ISD의 가장 기초정보라고 할 수 있는 론스타 청구금액의 정확한 규모와 산출근거 등을 공개하지 않는다며 관련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3일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 정부와 론스타간 투자자-국가소송(ISD) 참관을 거듭 요구했다. 또 정부가 ISD의 가장 기초정보라고 할 수 있는 론스타 청구금액의 정확한 규모와 산출근거 등을 공개하지 않는다며 관련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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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억 7900만 달러, 한국 돈으로 약 5조 1328억 원.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금 규모다. 론스타는 자신들이 외환은행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승인을 지연하고 스타타워빌딩 등 다른 재산 매각에 부당한 세금을 매겼다며 2012년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중재 신청(투자자-국가 소송, ISD)을 냈다.

그런데 정부는 한동안 소송가액이 얼마인지 공개하지 않았다. '5조1328억 원'이라는 액수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국회에서 정부 제출 자료를 바탕으로 밝힌 내용이다. 심 의원은 지난 4월 13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 수치를 언급하며 "(무상급식을 중단한) 경상남도가 아이들 무상급식을 80년 동안이나 할 수 있는 돈"이라고 말했다.

이 금액은 ISD 역대 최고 배상액(1조9000억 원)의 두 배를 훌쩍 넘긴 규모이기도 하다. 만약 이번 소송에서 론스타가 웃는다면, 한국 정부는 사상 초유의 금액을 물어줄지 모를 위기에 놓인 셈이다.

소송가액만 '5조 원'인데... 정부는 밀실주의 고집

하지만 론스타 대 한국 정부 ISD의 핵심 쟁점인 5조1328억 원의 실체는 아직 베일에 싸여있다. 정부가 이번 소송을 두고 밀실주의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민변은 소송을 주관하는 법무부에 '론스타 청구액의 실제 총액과 그 내역 정보 등을 공개하라'며 지난 26일 정보공개청구를 진행,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민변 국제통상위원회 위원장 송기호 변호사는 3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론스타가 주장하는 5조 원은 ISD의 실체를 확인하는 데에 가장 필수적인 정보"라고 설명했다. 론스타의 청구 자체가 적절한지를 다투는 데에 필요하기도 하지만, 조세주권과 사법주권 등 짚어봐야 할 쟁점들이 더 있기 때문이다.

소송액이 무려 5조 원대에 이르는 한국 정부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이 지난 5월 15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시됐다. 사진은 2006년 서울 역삼동에 입주해 있던 론스타.
 소송액이 무려 5조 원대에 이르는 한국 정부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이 지난 5월 15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시됐다. 사진은 2006년 서울 역삼동에 입주해 있던 론스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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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ISD 대상에는 론스타가 한국에서 진행 중인 소송 역시 포함돼 있다고 알려졌다. 대표 사례가 강남구 역삼동 스타타워빌딩 매각대금 과세 문제다. 론스타는 자신들이 2450억 원대 양도차익을 얻은 스타타워빌딩 매각대금을 두고 역삼세무서가 양도소득세를 부과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여기서 패소한 역삼세무서는 비슷한 규모의 법인세를 매겼고, 론스타는 다시 행정소송을 벌였지만 항소심까지 법원은 줄곧 '법인세 부과는 정당하다'고 판단했다(관련 기사 : '1000억대 법인세 소송' 론스타의 씁쓸한 승소).

만약 이 사건이 ISD에 해당한다면 '중복중재'다. 론스타는 대한민국 정부와 벨기에-룩셈부르크 경제동맹 간의 투자의 상호증진 및 보호에 관한 협정(아래 한·벨 투자협정)에 근거해 ISD를 제기했다. 그런데 한-벨 투자협정 8조 2·3항은 국내 법원과 국제중재기구 중 한 곳에서만 소송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민변이 한국 법원에서 심리 중인 조세 관련 부분만큼은 ISD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해석하는 배경이다.

그러나 ICSID의 판단이 다르다면? 한국 법원이 한국 법률을 위반했다며 유죄를 인정한 외국 기업에게는 면죄부가 생긴다. 실제로 ISD 결과 행정소송 판결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나오더라도 한국 정부나 법원이 손 쓸 방법은 마땅치 않다. 한·벨 투자협정은 국제중재의 판정이 분쟁당사자들에게 최종적으로 구속력을 갖는다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민변은 이 경우 사법주권을 침해당하는 셈이라고 우려한다.

민변 "ISD 참관, 국민에게 사건 실체 알려야"

하지만 막대한 세금에, 사법주권까지 걸려있는 사안인데도 정부는 입을 닫았고, 국민은 단지 'ISD가 진행 중'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 민변은 3일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론스타 ISD 관련 기초정보조차 국민과 공유하지 않았다"며 "국민은 론스타 요구 액수가 정확히 얼마인지, 대한민국 국세청과 검찰, 금융위원회 관료 중 누가 증인으로 소환되는지도 모른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사법정의와 국민주권 실현을 위해 밀실주의를 타파해야 한다"며 정부에 론스타 ISD 관련 정보 공개를 거듭 요구했다. 또 자신들의 참관을 한국 정부가 동의해야 한다고 했다. 민변은 지난 1일 ICSID에 6월 29일부터 열리는 2차 심리 참관을 원한다며 신청서를 보냈다. 이 신청서는 현재 중재판정부와 한국 정부, 론스타에 전해졌는데 한국 정부와 론스타 중 어느 한쪽이 반대하지 않는다면 민변은 2차 심리를 참관할 수 있다.

송기호 변호사는 "민변의 참관은 국민들이 이 사건의 실체를 최소한이라도 알기 위한 일"이라며 "한국 정부가 참관에 동의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는 끝내 비공개로 이뤄진 1차 심리를 언급하며 "저희는 정부의 소송전략을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국민에게 유리한 소송결과가 나오도록 정부가 적절히 대응하는 데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민변은 ISD 참관을 위해 조만간 국회에 청원도 낼 계획이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태그:#론스타, #ISD, #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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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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