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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경찰청 사람들 2015>
 MBC <경찰청 사람들 2015>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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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둘러 말하지 않겠다. <경찰청사람들 2015>는 별로였다. 장르가 예능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재미도 감동도 없었다. 1990년대 <경찰청사람들>의 타이틀과 로고송만 그대로 가져왔을 뿐 색다른 지점이 없었다. 달라진 지점이 있어도 대체로 만족스럽지 않았다.

덧붙여 방송에 출연한 경찰이 성희롱 혐의로 조사까지 받고 있다. 게다가 지난 7일 방송분은 3.9%(닐슨코리아)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지상파 프로그램 중 꼴찌를 기록했다. 이와 같은 외적인 요소만 봐도 프로그램의 첫 출발이 좋지 않다. 프로그램 내·외부에서 오는 위기, 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프로그램은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에게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드라마도 아니고 예능도 아니고

<경찰청 사람들 2015>에 출연한 서유리.
 <경찰청 사람들 2015>에 출연한 서유리.
ⓒ MBC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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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사람들 2015>의 가장 아쉬운 점은 범죄를 재구성해 드라마로 만드는 방식이다. KBS <부부클리닉 - 사랑과 전쟁>과 유사점을 보인다는 평이다. 지금까지 <경찰청사람들 2015>에 나온 네 건의 에피소드는 모두 자극적인 사건들로 구성돼 있었다. 청부살인, 강제입원, 보험사기, 유괴 등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범죄들이다.

물론 어느 정도 자극적인 사건들을 다뤄야 시청자들이 반응한다는 점에서 제작진의 선택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해서 자극적인 사건들만 다룬다면,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피로도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형식도 <경찰청사람들 2015>는 <사랑과 전쟁>과 닮았다. 불륜 이야기가 줄곧 나온 뒤 배우 신구가 등장해 한두 마디 말을 보태는 방식을 기억하는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경찰청사람들 2015>의 구성 방식은 큰 틀에서 같다. 출연하는 경찰들의 추리보다는 사건의 자극성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에 방점이 찍혀있다.

하지만 <경찰청사람들 2015> 제작진이 놓치고 있는 게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극적 요소다. <사랑과 전쟁>의 장르는 드라마다. 드라마라는 장르에 걸맞게 <사랑과 전쟁>은 철저히 드라마 공식을 따른다. 주인공이 등장하고 갈등이 고조되다가 사건이 해결된다.

그런데 <경찰청사람들 2015>는 이런 것이 불가능하다. 실제 범죄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막장 요소'가 극화될 수 없고, 등장인물의 갈등을 심도 있게 다룰 수 없다. 최종적으로는 누군가가 죽거나, 피해를 입는 스토리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극적 반전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실제 발생 사건을 오롯이 담는 드라마는 전혀 드라마 같지 않은 구성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수밖에 없다. 매력이 반감되는 대목이다.

경찰은 들러리로... 할 일 없는 이경규

이경규와 6명의 경찰들.
 이경규와 6명의 경찰들.
ⓒ MBC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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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사람들 2015>에 나오는 경찰들의 역할은 보다 선명해질 필요가 있다. 에피소드 중간중간 경찰들이 추리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추리의 수준이 얕다. 경찰들은 제한된 정보만을 접한 뒤 나름의 추리를 펼친다. 그리고는 끝이다. 곧바로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에피소드가 끝난 뒤 경찰들이 유사 범죄 등을 소개할 뿐이다.

진행자 이경규의 역할도 확실하지 않다. 막간을 이용해 자신의 과거 방송경력 등을 소개한다. 이따금 버럭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농담도 할 뿐이다. 등장하는 패널이 경찰 뿐이니 장기인 개그를 살리고 싶어도 살릴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프로그램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제작진은 변화를 줘야만 한다. 드라마 요소를 줄이고, 다양한 경력을 가진 경찰들의 추리와 사건 해결 능력을 극대화시킬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 과정에서 이경규의 역할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예능 프로그램이라면, 역으로 가상 사건을 두고 실제 경찰들이 추리하는 방식이 낫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송락규 기자가 활동하는 팀블로그 별밤(http://byulnigh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경찰청 사람들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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