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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황우여 교육부장관 발 '취업중심', '산업수요중심' 대학 구조조정으로 대학사회가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반대여론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관련 기사: 기초학문 대학생들, "누가 우릴 '문송'하게 만드나요?")

논란은 중앙대가 교육부 정책에 호응해 구조조정 계획안을 선두에서 발표하면서 촉발됐다. 중앙대 측 원안에는, 기존 학과(혹은 전공) 별로 입학정원을 할당해 신입생을 선발하던 방식을 단과대나 계열별 통정원으로 모집해 재학 중 전공을 선택하도록 바꾸겠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하지만 이 정책으로 결국 취업 잘되는 전공으로만 '쏠림현상'이 불가피해질 것이며, 기초학문이 고사될 위험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입학정원이 따로 할당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택을 덜 받는 전공이 나오게 되면 해당 학문을 없애는 명분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중앙대 교수협의회는 일찌감치 찬반투표를 실시해 투표 참여자 중 약 92.4%가 반대라는 결과를 발표했으며, 지난 18일에는 학생 공동대책위원회도 출범했다.

대학 구조조정 문제에 대한 연대 움직임

45개 학생회가 참여한, 대학 구조조정 반대 기자회견
 45개 학생회가 참여한, 대학 구조조정 반대 기자회견
ⓒ 중앙대 학생 공동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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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구조조정이 중앙대만의 문제가 아니란 점을 인식한 대학사회 및 시민사회는 적극적인 연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5일 전국 45개 학생회를 대표해 몇몇 학생대표자들은 중앙대를 방문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많은 학생회들이 중앙대를 시작으로 구조조정이 시작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며, "그 뒤를 이어 어느 학교가 구조조정을 단행할지 모르는 일"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 교육부 정책과 중앙대 구조조정 계획을 "대학이 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육성하는 취업사관학교로 전락하는 첫 걸음"이라고 비판하며 "기업식 구조조정과 경쟁교육을 선도하는 대학이 우리 사회의 모범이어야 합니까?"라고 물음을 던졌다.

"대학은 고등 교육을 하기 위해 있는 곳입니다. 대학은 미래 세대인 청년들에게 배움과 희망을 주기 위해 있는 곳입니다. 그러나 한국 사회의 대학은 중앙대를 시작으로 대학의 본질과 가치를 상실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재정지원을 가지고 대학을 줄 세우는 교육부가 있습니다."

"하나, 기업식 구조조정 중단하라."
"하나, 기초학문과 학문의 다양성을 보장하라."

이밖에도, 중앙대 구조조정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문제제기 하거나 최소한 절차상의 문제점이나 우려를 공식 표명하는 참여 주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아래와 같이 현재까지 중앙대에 한해, 대학 구조조정 문제에 우려 이상을 표명한 주체들을 파악해봤다(일부 누락 내용 있을 수 있음).

참여 주체들
학생(교내)
중앙대 학생 공동대책위원회(자연대학생회 집행부/인문대학생회 집행부/심리학과 학생회/사회학과 학생회/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회/정치국제학과 학생회/가족복지학과 학생회/사회복지학과 학생회/문헌정보학과 학생회/비교민속학과 학생회/국어국문학과 학생회/중어중문학과 학생회/영어영문학과 학생회/일어일문학과 학생회/철학과 학생회/영화과 학생회), 자유인문캠프 기획단 잠수함토끼들

교수(교내)
중앙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중앙대의 미래를 걱정하는 전직 학장(부총장/단과대학장/학과장)(18), 공과대학/창의ICT 교수 일동, 법학전문대학원 교수(19), 사범대학 교수(27), 사회과학대학 교수 일동(1인 제외), 생명공학대학 교수(39), 약학대학 교수(29), 의과대학 기초의학 교수(26), 인문대학 교수 일동(10인 제외), 자연대 교수(51), 적십자간호대학 교수(26), 체육대학 교수(8), 퇴임원로 교수(44)

교외
가톨릭대 교수협의회, 문화예술단체(문화사회연구소/문화연대/서울프린지네트워크/스포츠문화연구소/시민자치문화센터/영화산업전략센터/한국독립영화협회/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한국작가회의), 서울대 민주화교수협의회, 성공회대 교수회, 중앙대 인문대 학생을 응원하는 45개 학생회 일동(경기대학교 서울캠퍼스 총학생회/경희대학교(총학생회/총여학생회/총유학생회/HC대학생위원회/문과대 학생회/호텔관광대학생회/무용대학생회/이과대학생회/미대학생회/음대학생회/약대학생회/간호대학생회)/공주대 사범대학생회/덕성여대 총학생회/동국대 사범대 학생회/서울대 인문대 학생회/세종대 총학생회/성균관대(문과대학생회/사범대학생회)/숭실대(인문대학생회/사회과학대학생회/총여학생회)/한양대(총학생회/인문대학생회/사학과학생회/철학과학생회/국문과학생회/독문과학생회/공대학생회/정책대학생회/예체대학생회/간호학과학생회)/한국외국어대(동양어대학생회/서양어대 운영위원회/이탈리아어과학생회/노어과학생회/독일어과학생회/스페인어과학생회/네덜란드어과학생회/스칸디나비어과 비상대책위원회/포르투갈어과 학생회/프랑스어과학생회/사범대 비상대책위원회)/한신대 총학생회),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반대 기자회견 꼬집는 현수막도 등장

중앙대 구조조정 계획안에 반대하는 이들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학내 커뮤니티 '중앙인'과 디시인사이드 '중앙대 갤러리'와 같은 사이버 익명공간에서는 구조조정 찬성여론이 두드러진다. 중앙인 커뮤니티는 중앙대 본부 홍보실이 운영하는 커뮤니티이다. 디시인사이드 '중앙대 갤러리'는 익명성이 더욱 보장되는 곳으로, 대학서열·훌리건 문화가 두드러진다.

자신이 '학교를 사랑하는 학생'이라고 주장하는 한 학생은 중앙대 본관(201관)에 위와 같은 현수막을 게시하고, 디시인사이드 중앙대 갤러리에 인증을 남겼다.
 자신이 '학교를 사랑하는 학생'이라고 주장하는 한 학생은 중앙대 본관(201관)에 위와 같은 현수막을 게시하고, 디시인사이드 중앙대 갤러리에 인증을 남겼다.
ⓒ 디시인사이드 중앙대 갤러리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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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타대학 학생 대표자들이 중앙대를 방문해 교육부 정책과 중앙대 구조조정 계획안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자, 한 학생은 중앙대 본관(210관)에 "여러분 대학이나 개혁하세요 우리는 개혁으로 초일류가 될 거니까요!"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게시했다.

이 학생은 현수막을 게시한 후 디시인사이드 '중앙대 갤러리'에, "일단 오늘은 내 사비로 걸었다. 나머지는 너희들이 좀 맡아줘. 아침부터 바빴다"라고 인증샷을 남기기도 했다. 다른 익명유저는 "현수막 더 걸고 싶은 생각 없음? 커뮤니티랑 여기에서 모금을 하면 보태줄 사람들은 꽤 있을거임"이라는 글을 남겼다.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정치국제학과에 재학 중인 강남규씨는 "조롱이라는 건 높은 사고력과 탁월한 센스가 뒷받침될 때만 본인이 비난받지 않고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인데, 이 현수막은 상대를 조롱하기는커녕 본인이 조롱받는 꼴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중앙대 기본 방향 변경? 학생·교수 대책위 "글쎄"

중앙대학교 전경. '의에 죽고 참에 살자'라는 교훈 뒤로, 경영경제관 건설 현장의 타워크레인이 보인다.
 중앙대학교 전경. '의에 죽고 참에 살자'라는 교훈 뒤로, 경영경제관 건설 현장의 타워크레인이 보인다.
ⓒ 홍원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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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학내외 반발이 거세지자 지난 24일 중앙대 교무위원회는 "교내외로 혼란을 초래한 것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존중해 기본 방향을 새로이 설정"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학부/학과의 틀을 유지하며, 전공예약자를 포함한 신입생을 단과대학 단위로 광역화하여 모집하고, 세부사항 논의를 위해 교수와 학생 대표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한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학교 측이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조삼모사식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 학생 공동대책위원회 측은 학교 측에서 오늘 발표한 학칙 개정안을 신중하게 검토해, 입장을 곧 발표하겠다는 방향이다.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측도 "(교무위원회 발표의) 모호함이 새로운 분란을 가져올 소지가 많다"며, 학교 측이 기존 계획안과 수정안 모두의 폐기를 인정하지 않고 협의체를 일방적 기구로 꾸린다면 "또다시 교수들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간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모집단위를 단과대로 광역화하는 것은 학과제 폐지와 더불어 기존 계획안의 핵심적 내용"이라며, "새로운 협의체에서 다루어야 하되, 시기의 제한을 두지 말고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소통해나갈 것을 강조했다.


태그:#중앙대학교, #중앙대, #구조조정, #황우여, #박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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