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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여검사 사건으로 촉발된 이른바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에 관한 법률)이 지난 3일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여야를 막론하고 재개정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터져왔고 이 법의 적용을 받는 언론계 및 사학계 등지에서는 위헌을 주장했다. 더불어 대한변호사협회(아래 변협) 또한 법안이 통과된 지 이틀만인 지난 5일 헌법 소원을 제출해 논란이 확산됐다(관련 기사 : 대한변협, '김영란법' 헌법소원 청구한다).

이에 지난 18일 법무법인 이공의 박주민 변호사(민주주의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나 김영란법을 둘러싼 민변의 언론 자유 침해 우려와, 변협의 위헌 주장에 대한 생각을 들어 보았다. 다음은 박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변협의 김영란법 소원, 서둘렀다는 느낌"

박주민 변호사
 박주민 변호사
ⓒ 박주민 변호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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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란법에 대해 변협은 헌법 소원을 제기한 반면, 민변은 김영란법이 비판적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보완 입법을 주장했어요. 변협과 민변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인가요?
"입장이 갈리는 이유는 법의 취지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민변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의 정도가 심하다고 생각하는 것이고 변협은 그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죠. 그래서 민변은 김영란법의 취지를 살리자고 하는 반면에 변협은 위헌성을 좀 더 도드라지게 보면서 법의 시행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 변협에서 위헌성을 제기하는 부분에 대한 생각을 말씀해 주세요.
"변협에서 위헌성을 얘기한 것 중 첫 번째는 부정 청탁이 무엇인지 정하고 있는 부분이 구체적이지 못해 자의적인 법 집행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법에 부정한 청탁이라고만 하면 추상적일 수 있으나, (김영란법은) 행위의 형태를 하나 하나 열거하고 있어요. 그리고 나열돼 있는 모든 행위 유형에 '법령을 위반하여 어떤 행위를 한 경우'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어서 부정 청탁이 되기 위해서는 법령을 위반해야 해요. 그렇기 때문에 불명확하진 않죠. 판단 기준도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어서 부정 청탁의 유형을 추상적으로 정해 자의적인 법 집행이 가능하니 위헌이라는 건 맞지 않는 것 같아요.

두 번째, 원래 이 법은 공직자들의 청렴을 위해 만들어진 것인데 공직자들이라고 할 수 없는 언론인이나 사립 학교 임직원이 포함돼 과도하게 적용 대상이 넓은 것 아니냐는 것이죠. 그러나 언론은 사회의 부정과 부패를 감시하고 감독한다는 의미에서 입법, 행정, 사법과 대등한 역할을 하는 제4부로 불러요.

이런 공적인 기능에 비춰봤을 때 언론인도 자신의 업무를 청렴하게 수행할 필요가 있고 이 때문에 공직자와 구분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죠. 과도하게 적용 범위를 넓혔다는 건 아닌 것 같아요. 특히 최근 언론 기사를 보면 광고인지 기사인지 모르겠는 것이 많고 일부 정치적 기사나 사설 같은 경우도 청탁을 받아 쓴다는 의혹이 제기될 정도로 언론인의 신뢰도 많이 떨어져서 이 법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생각돼요. 사립학교 임직원의 경우도 관련 법령에 따라 공립 학교 임직원과 동일한 대우와 처우를 받기 때문에 그들이 포함되는 것도 크게 문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셋째, 마지막은 배우자가 법을 위반한 경우 신고하도록 한 것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지가 문제될 수 있다는 것인데. 헌법재판소가 양심의 자유가 무엇인지 분석한 내용을 보면 '내가 이런 말이나 행동을 못하거나 혹은 억지로 하게 되면 마치 내가 파괴되는 것 같은 내면의 가치'등을 보호해야 할 양심이라고 하죠. 그럼 자기 배우자가 부정한 청탁이나 금품을 받았다고 말하면 자기 본질적 가치가 훼손되는 느낌을 받냐, 아니잖아요. 보호돼야 할 양심을 훼손하는 건 아니란 거죠. 그래서 변협이 제기한 세 가지 위헌성에 대해 동의하기 어려워요."

- 김영란법을 보고 코에 걸면 코걸이고 귀에 걸면 귀걸이인 국가보안법이 떠올랐다는 말도 있던데.
"민변이나 시민 단체가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 이 법의 악용이에요. 왜냐하면 법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법을 집행하는 사람이 이상하게 집행하면 이상해져요. 국가보안법은 물론 법 자체도 문제가 있지만 악용되니 폐지하자는 것이잖아요. 검찰이라는 조직에 신뢰를 갖기 어렵다는 거예요.

아시다시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나 독립성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문제가 있다고 사람들이 지적하잖아요. 검찰이 지금도 편파적으로 행동하는데 이 법이 시행된 후 이것을 가지고 정치적으로 악용하면 집권 세력에 반대되는 정치 세력이나 비판하는 세력에겐 엄청난 탄압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죠. 그래서 이 법이 시행되기 전까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높이는 검찰 개혁도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죠."

- 변협이 헌법 소원을 하는 목적은 뭐라고 보세요?
"변협은 이 법의 취지나 필요성보다는 이 법이 가지고 있는 위헌의 위험성에 좀 더 주목하고 있는 것 같아요. 위헌적인 법률의 시행을 막겠다는 것이죠. 그런데 너무 서둘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요."

- 김영란법에 해당하는 언론인의 기준도 논란이에요.
"이 법의 적용을 받는 언론인의 범위를 조정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런 부분은 개선 지점이 있죠. 언론인을 포함하더라도 조정을 거쳐 사회적 영향력이나 파급력이 강한 분들 위주로 규율하도록 하는 게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입법적으로 고민을 해야 할 필요는 있을 것 같아요."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다산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이 최초 발의했던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의 수수 금지법)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김영란법 소회 밝히는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다산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이 최초 발의했던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의 수수 금지법)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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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김영란법에 대한 입장을 밝힌 데 대해 논란이 있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여론 조사에서 찬성 의견이 높으니 위헌이 아니라고 하셔서 '전임 대법관으로서 적절한 발언은 아니다'는 평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발언에는 이해할 만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김영란법에 대한 언론의 공격이 도를 넘었다고 생각해요. 아마 본인들이 적용 대상이 된다고 생각해서인지 취지나 필요성 등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공격 일변도로 보도하는 언론이 많았고 정치인들도 그런 언론의 반응을 받아서인지 여야를 막론하고 시행되기 전부터 개정 또는 폐지 논의를 했잖아요.

반면 국민은 70% 가깝게 이 법을 지지하며 오히려 더 적용 범위를 넓히라고 했다는 거잖아요. 그런 언론과 정치권의 호들갑에 일침을 가하기 위해 여론 조사를 꺼낸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특히 일부 언론이나 정치인이 이 법의 위헌성을 이야기하면서 '이 법이 통과되면 전 국민이 힘들 것이다'와 같은 주장을 했는데 국민이 인식하는 건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얘기하지 않았나 싶어요."

- 당시 기자회견에서 김 전 권익위원장이 이해 충돌 방지법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사실 부정 청탁을 받거나 금품을 수수해 벌어지는 부정도 심각하지만, 회전문 인사 등을 비롯한 이해 충돌과 관련해 이 사회가 부패하게 되는 게 더 크거든요. 그런데 이해 충돌 관련 부분이 통째로 빠졌죠.

이해 충돌에 대해서는 여야가 나중에 얘기하기로 했잖아요. 앞으로 이런 부분도 논의되고 반영이 돼야 하는데 문제는 언론이 부정 청탁과 금품 수수에 대해 융단 폭격을 해놨기 때문에 논의가 안 될 거예요. 겁나서 얘기 못할 겁니다. 이해 충돌 부분이 빠져 반쪽 법안이라는 의견에 대해선 저도 동의하죠."

"김영란법, 원안 취지 약화된 게 문제" 

- 김영란법은 1년 6개월의 유예 기간이 있어요. 유예 기간도 논란인데.
"유예 기간에 대해 '지금 당장 국회의원들이 적용을 안 받으려는 것이다' 등의 의혹도 제기되고 있죠. 유예 기간이 길다는 느낌은 있어요. 김영란법 원안은 유예 기간이 2년으로 길었어요. 그 이유는 법이 굉장히 엄격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캠페인 기간을 둘 필요가 있다고 얘기한 거예요. 그러나 통과된 법은 이해 충돌 방지도 없고 적용 기준도 완화됐기 때문에 이에 맞춰 유예 기간을 조금 더 짧게 조정할 필요가 있었죠.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1년 6개월은 길고, 1년 정도 유예 기간을 둬서 문화를 바꿀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게 어떨까 싶어요."

- 김영란법의 문제점이 뭐라고 보세요?
"법의 원래 취지가 약화된 게 문제라고 봐요. 지금 백만 원이 기준이잖아요. 그리고 그 이하는 직무 관련성을 인정받아야 해요(원안은 모든 금품거래에 직무 관련성을 따지지 않고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이었다- 기자 주). 그런데 백만 원만 해도 서민에겐 큰 부담 아닌가요? 연 3백만 원도 마찬가지죠. 1년에 3백만 원이라는 기준도 높아 보여요. 정작 서민들은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가기가 무섭다는 거잖아요. 촌지, 떡값, 명절 선물 등. 이 기준 자체가 완화됐죠. 그리고 배우자에게만 돈을 주진 않거든요. 최근 군 납품 비리를 보면 아들을 통해서도 몇억씩 오고 가잖아요. 그런 경우가 다 빠져 있는 거죠."

- 김영란법의 문제점을 제기하면, 김영란법을 반대하는 사람으로 몰리는 분위기에 대해 어떻게 보세요?
"반대할 수 있죠. 김영란법은 사회 문화를 바꾸자는 법이기 때문에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어요. 그럼 그걸 놓고 토론을 하면 돼요. 토론을 통해 적당한 답을 찾으면 되죠. 어떤 입장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 입법 과정도 벼락치기 하듯 했다는 느낌인데.
"입법부 내부에서 좀더 성숙한 토론이 있었다면 좋았겠죠. 졸속으로 했다는 소리가 나오는데 수긍하는 부분이 있어요. 좀 더 세밀하게 만들었다면 위헌이나 졸속 논란은 줄었을 것 같은데... 통과시켜야 한다는 것에 쫓겨 한 부분이 있어요. 그러나 어찌 보면 이해되는 부분도 있어요. 이 법이 통과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압력이 들어왔겠죠. 그래서 법이 완화된 부분도 많았겠죠. 때문에 더 망가지기 전에 통과시키자고 움직인 것 같아요. 아마 시간이 더 지났다면 더 무력화된 법이 나왔을 수도 있을 거예요."

- 변협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길 바라는 것 같던데.
"이미 말씀드린 바와 같이 변협이 제기한 문제에 동의하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봤을 때는 거부권을 행사할 이유가 없죠. 그럼에도 만약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제 입장에서 봤을 땐 이 법의 적용을 받을 때 불편을 겪는 사람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죠."

- 김영란법 논의를 촉발한 이른바 벤츠 여검사 사건이 지난 12일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잖아요. 김영란법이 적용됐다면, 하는 아쉬움이 많던데.
"부정을 하려고 마음먹은 사람은 뇌물처럼 두드러진 건 잘 안 해요. 뭐가 무섭냐면 보통 '스폰서'라고 하죠, 평상시 관리를 하는 거예요. 뇌물로 처벌하기 어려운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것이죠. 친한 사람들이 같이 운동하고 식사하는 게 뇌물로 걸리기 어렵잖아요. 그런 네트워크를 만들면 필요할 때 부탁하며 따로 돈이나 금품을 주진 않죠. 이렇게 유착되면 뿌리가 깊어지고, 여러 악영향을 미치면서도 적발은 안 되고, 걸려도 뇌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잘 빠져 나가죠. 벤츠 여검사도 그런 거잖아요. 벤츠 여검사 사건 같은 일들을 막으려면 김영란법이 시행돼야죠. 문화가 바뀌어야 해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영광의 언론, 그리고 방송이야기'(http://blog.daum.net/lightsor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김영란법, #민변, #박주민, #변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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