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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사업주의 임금체불로 피해 구제가 진행중인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출입국사무소로 신병을 인계한 일이 발생해 이주민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17일 오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이주민인권을위한부산울산경남공동대책위원회가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찰이 사업주의 임금체불로 피해 구제가 진행중인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출입국사무소로 신병을 인계한 일이 발생해 이주민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17일 오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이주민인권을위한부산울산경남공동대책위원회가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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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피해를 당한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부당하게 국외 추방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통보의무면제 제도가 허울 뿐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제도가 시행된 지 2년이 넘었지만 모호한 법 규정으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이주민단체들은 최근 부산에서 발생한 이주노동자 체포 사건을 그 예로 들고 있다. 이주민인권을 위한 부산울산경남 공동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에 따르면 지난 12일 임금체불 피해를 당한 중국인이 노동청 조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경찰에 연행돼 출입국관리소로 넘겨지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2012년 한국에 입국해 기장군에서 요리사로 일해 온 왕아무개(35)씨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돈을 받아왔고, 나중에는 이마저도 체불돼 1600만 원 가량의 임금을 지급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왕씨는 사업주인 한국인 사장을 고용노동부에 고소해 피해구제를 진행중인 상황이었다.

사건이 발생한 12일 오후에도 왕씨는 부산지방노동청 동부지청에서 고소인 진술을 마치고 귀가하던 길이었다. 한국인 사장 등은 진술을 마치고 나오던 왕씨와 동행한 김형진 김해이주민인권센터 대표를 붙잡았고 양측의 몸싸움이 벌어졌다. 한국인 사장은 왕씨가 미등록 상태인 점을 노려 불법체류 사실을 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출동한 경찰 역시 왕씨가 미등록 상태임을 확인하고 출입국관리사무소로 그의 신병을 인계했다. 이 과정에서 김 대표가 형사 사건 피해자에 대해서는 출입국 당국에 통보 의무가 없다는 사실을 알렸지만 경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책위는 경찰이 권한을 남용해 왕씨가 권리구제를 받을 기회를 놓쳤다고 비판하고 있다. 대책위는 19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범죄피해를 예방하고 구제하기 위해 존재하는 경찰이 이주민의 정당한 피해구제를 봉쇄해 버린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가 왜 인권후진국인지를 보여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경찰은 해당 사안이 통보면제 대상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적법했다는 입장이다. 금정경찰서 관계자는 "출입국관리법상 통보의무 면제는 형법 등 일부 항목으로 한정할 뿐 임금체불은 통보의무 면제에 포함되지 않는다"면서 "적법하게 신병을 출입국사무소로 인계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대책위 측은 이 같은 제도의 허점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이 임금체불을 구제받지 못한 상태에서 강제 추방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대책위 관계자는 "임금체불이나 근로감독에 해당하는 것이 통보의무면제 법률에 적시되어 있지 않아 실무 담당자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출입국사무소로 인계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면서 "이주민들이 단속 우려로 구제 과정을 기피할 가능성이 커져 약점을 노린 사업주의 인권침해가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태그:#이주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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