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에서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된 문재인 후보와 낙선한 박지원·이인영 후보가 스치고 있다.
▲ 승자 문재인과 패자 박지원·이인영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에서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된 문재인 후보와 낙선한 박지원·이인영 후보가 스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기사 보강 : 8일 오후 9시 48분]

새정치민주연합 당권 도전에 나선 박지원 후보는 '친노'(친노무현) 진영과 대립각을 세우며 막판 뒤집기를 시도했지만 '문재인 대세론'을 넘지는 못했다. 하지만 41.78%라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사실상 '비노'의 대표주자로 떠올랐다.

경선 초반에는 문 후보의 승리가 점쳐졌으나 후반부로 갈수록 박 후보의 추격이 거세지면서 경선 결과를 섣불리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특히 막판에 경선 룰 논란이 불거지면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심이 박 후보에게 쏠렸다는 관측이 나왔다.

박 후보 쪽도 이러한 움직임을 의식한 듯 경선 룰 논란의 '피해자'라고 재차 강조하며 '비노' 진영의 결집에 총력을 다 했다. 막판 뒤집기로 오차 범위 내 승리를 이룬다는 게 이들의 계획이었다.

전당대회 현장에서 만난 박 후보 쪽 핵심 관계자는 "경선 룰 논란에 분노한 대의원들이 박 후보 쪽으로 급속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라며 "박주선·조경태 의원에 이어 김한길·안철수·박영선 의원 등도 막판에 (박 후보를) 돕겠다고 나섰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후보가 2% 차이로 이길 것"이라고 확신했다.

문재인과 3.52%p 차이... "당내 지분 요구할 수도"

하지만 박 후보는 유력 대권주자이자 '친노' 그룹의 지지를 받는 문재인 신임 대표에 3.52%p 차로 패했다. 그는 전당대회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선거 결과에 승복한다, 승자가 앞으로 잘해주기를 바란다"라며 "저는 당원으로서 의무를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력 대선주자와 비등한 경쟁을 펼쳤다는 점에서, 경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으로는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당내 '비노'의 구심점으로서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새정치연합의 한 초선 의원은 "계기가 있을 때마다 당에 개입하며 '비노' 진영의 지분을 요구할 수도 있다"라고 조심스레 예측했다.

박 후보는 '근소한 차이로 패배한 의미가 무엇이라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우리 당의 계파 정치가 청산돼야한다는 것을 절반이 넘는 당원과 국민들이 결정했다"라며 "앞으로 문재인 대표가 이러한 요구대로 잘 하실 거라 본다"라고 말했다. 비노 진영의 대표주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과 관련해서는 "선거가 끝나면 승복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라며 말을 아꼈다.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제1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된 문재인 후보에게 박지원·이인영 후보가 인사를 건네고 있다.
▲ 문재인 신임 당대표에 건네는 패자의 인사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제1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된 문재인 후보에게 박지원·이인영 후보가 인사를 건네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반면, 연일 '문재인 때리기'에 나서며 '친노'와 대립각을 세운 게 오히려 박 후보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 당의 한 관계자는 "박 후보가 집요하게 문 후보를 공격하면서 '구태'라는 이미지가 강해진 측면이 있다"라며 "이번 선거운동 방식이 앞으로 박 후보 개인의 정치적 행보에서 장애물로 작용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인영 '세대교체론' 실패했지만... 독자적 세력 출전은 의미

'86그룹'(1980년대에 대학을 나온 1960년대생)의 대표주자인 이인영 후보는 '세대교체론'을 내세우며 지지율 끌어올리기에 부심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세대교체를 전면에 내걸고 당권 경쟁에 도전장을 내민 이 후보에게는 경선 승리보다 '의미 있는' 득표율을 올리는 게 관건이었다. 소위 '빅2(문재인·박지원 후보)'라는 대결 구도 사이에서 20% 정도의 지지를 얻어낸다면 제1야당의 차세대 지도자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이 후보 쪽도 누구를 찍을지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을 잡기 위해 막판까지 전력을 다했다. 초반에는 네거티브 경선을 자제하겠다는 방침이었지만 경선 후반부터는 문재인-박지원 후보 간의 공방전을 비판하며 틈새 공략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경선에서 이 후보의 최종 득표율은 12.92%에 그쳤다. 세대교체론이 당원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 것이다.

86그룹은 1996년·2000년 총선 때 정치권에 입문해 최고위원으로 당내 지도부에 입성하기도 했지만,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뚜렷한 정치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경선에서도 이러한 '아킬레스 건'을 뛰어넘지 못해 당원들의 표심을 끌어 모으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분간 당내에서도 발언권이 약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이 후보 쪽은 유력정치인의 '대리인'으로 활약해온 86그룹이 양강 구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득표율을 기록했다고 본다. 특히나 이 후보 쪽 지지층이 막판 접전 속에서 문 후보 쪽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적지 않음에도 선전했다는 평이다.

새정치연합의 한 당직자는 "공식적으로는 이 후보를 돕겠다면서도 실제로는 문 후보를 찍었다는 대의원들이 적지 않다"라며 "문재인-박지원 구도가 박빙이다 보니 막판에 일부가 문 후보 쪽으로 이탈한 듯하다"라고 전했다.

이 후보 캠프 관계자는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이다, 86그룹이 더 이상 세대교체의 기수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라면서도 "득표율이 12%를 기록한 것은 최저임금 1만 원 공약 등이 그만큼 지지 받은 것이라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후보가 비록 낙선했지만 의미 있는 득표율을 얻었다고 생각한다"라며 "앞으로도 이인영의 정치를 계속 하며 목소리를 내라는 의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역시 '86그룹'인 오영식 후보는 최고위원 경선에서 4위(득표율 12.49%)를 기록해, 쉽지 않게 지도부에 입성했다.

오 후보 쪽 관계자는 "선전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86그룹인 오 후보의 '젊은기수론'이 아예 실패했다고 평가할 수도 없다"라며 "그가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가 86그룹의 미래에 일정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태그:#박지원, #이인영,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댓글27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