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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지방법원 제4형사부가 16일 오전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아버지를 망치로 때려 '존속살해미수' 등 혐의로 구속되었던 김태현(16, 가명)군에 대해 '소년부 송치' 선고를 한 뒤, 경상남도상담소시설협의회 등 여성단체 회원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창원지방법원 제4형사부가 16일 오전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아버지를 망치로 때려 '존속살해미수' 등 혐의로 구속되었던 김태현(16, 가명)군에 대해 '소년부 송치' 선고를 한 뒤, 경상남도상담소시설협의회 등 여성단체 회원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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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10시, 창원지방법원 315호 법정. 경상남도상담소시설협의회와 아동학대근절을위한자발적시민모임 '하늘소풍' 회원들이 모여들었다. 모두 초조한 마음으로 법정에 앉아 있었다.

시간이 되자 창원지방법원 제4형사부 판사들(재판장 차영민·조현우·황여진)이 입장했다. 방청객들이 일어서자 판사들은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자리에 앉았다. 차영민 부장판사는 사건 번호를 불렀고, 곧바로 교도관들과 함께 한 아이가 불려나왔다.

그는 머리를 깎고 죄수복을 입고 있었다. 김태현(16, 가명)군. 그는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아버지를 망치로 때려 '존속살해미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다. 김군은 이날 선고를 받으러 법정에 나왔다.

김군은 지난해 10월 11일 오후 11시께 창원에 있는 집에서 망치로 아버지(47)의 이마를 한 차례 내려쳤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힌 김군은 그동안 마산교도소에 수감돼 지내왔다. 김군은 아버지로부터 가정폭력에 시달려왔고, 김군의 어머니는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2008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13일 공판 당시 김군에 대해 국민참여재판을 결정했고, 김군의 변호인이 신청했던 정신감정을 받아들였다. 공판 때 검찰은 "피고인이 아버지를 살해할 의도가 있었다"라고 주장했고, 변호인은 "살해 의도가 없었으며, 가정폭력의 영향이 컸다, 그날도 (아버지가) 목을 졸라서 그랬다"라고 반박했다.

그동안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경남상담소시설협의회와 '하늘소풍' 회원들은 법정을 찾아 재판과정을 지켜봤고, 경상남도상담소시설협의회는 재판부에 탄원서를 내기도 했다. 가정상담센터 회원들은 교도소를 찾아가 김군을 면회하기도 했다.

재판부 "소년부로 송치... 심리와 보호 받도록 한다"

차영민 부장판사는 김군의 생년월일을 확인한 뒤 "1999년 출생으로, 16세의 미성년자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 부장판사는 "아버지를 폭행한 혐의다, 정신감정을 해보니 폭행과 학대로 우울성 심신장애를 겪고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사 소견이 있었다"라면서 "아버지도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차 부장판사는 "피고인을 창원지법 소년부로 송치해서 심리와 보호를 받도록 한다"라고 선고했다. 재판부의 이같은 결정으로 김군은 이제 교도소에서 나와 법적 보호 조치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김군은 사법형 그룹홈 쉼터에서 지낼 것으로 보인다. 김군은 일정 기간 정신과 치료도 받을 수 있게 됐다.

차 부장판사가 '소년부 송치'를 선고하자 방청석에서는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나왔다. 이날 김군의 선고를 보러 온 몇몇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판사를 향해 고개숙여 인사하는 이도 있었다.

법정에서 나온 한 여성단체 회원들은 "잘 됐다" "고생했다"는 반응이었다. 박인숙 진해가정상담센터 소장은 "교도소를 찾아 아이를 면회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 거의 말이 없더라"며 "마음이 아픈데, 이제 교도소에서 나올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박 소장은 "어떤 경우든 사람은 잘못을 할 수 있고 실수를 할 수 있지만, 폭력을 당할 수는 없다"라면서 "특히 아이들은 가정에서 사랑과 보호를 받아야 한다, 가정폭력이 없어야 사회폭력도 없어질 수 있고 사회와 국가가 잘 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아이 치료 위해서도 잘 된 일"

창원지방법원 제4형사부가 16일 오전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아버지를 망치로 때려 '존속살해미수' 등 혐의로 구속되었던 김태현(16, 가명)군에 대해 '소년부 송치' 선고를 한 뒤, 경상남도상담소시설협의회 등 여성단체 회원들이 법정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창원지방법원 제4형사부가 16일 오전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아버지를 망치로 때려 '존속살해미수' 등 혐의로 구속되었던 김태현(16, 가명)군에 대해 '소년부 송치' 선고를 한 뒤, 경상남도상담소시설협의회 등 여성단체 회원들이 법정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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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경남상담소시설협의회 회장은 "잘 됐다, 다행이다, 우리가 예상했던 대로 됐다"라면서 "아이들이 가정폭력에 시달리지 않고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민정숙 하늘소풍 대표는 "우리도 처음에는 이 사건을 잘 몰랐다, 지난해 <오마이뉴스>에서 보도해서 알게 됐다, 우리는 부모의 마음으로 방청 등의 활동을 벌였다"라면서 "선고 결과는 당연하다, 아이의 치료를 위해서도 잘 됐다"라고 말했다.

민 대표는 "성인도 들어가면 힘들어하는 곳이 교도소인데, 아이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겠나"라면서 "미성년자가 법적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제도가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마이뉴스>는 지난해 김군의 사연을 집중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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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가정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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