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대통령이든 장관이든 정부의 기관장은 문학단체 수장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엘리트 문인을 주로 만납니다. 그런데 이 엘리트 문인들은 정부기관의 기관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 문학단체의 지원 문제를 두고 어떻게 말하는지 아십니까? 그 사람들 감투 싸움이나 하는 나쁜 집단입니다. 아까운 국민세금을 그런 데다 쓰지 마십시오. '엘리트와 리더가 무엇이 다른지 아십니까? 엘리트는 자신만을 위해 불을 지피지만 리더는 다른 사람을 위해서 불을 지피는 사람입니다. 문학단체는 엘리트도 필요하지만 더 필요한 사람은 리더입니다."
  
지난 5일 한국문인협회 신년하례식에서 정종명 이사장이 한 말이다. 4년 임기의 끝을 목전에 둔 그는 평소보다 힘들어 보이는 표정이었다. 한국문인협회는 지금 26대 임원선거 체제로 돌입해 선거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기자는 제 25대 임기 마지막을 앞두고 있는 정종명 이사장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4년 임기를 목전에 두고 있는 정종명 이사장이 신년하례식을 하고 있다.
 4년 임기를 목전에 두고 있는 정종명 이사장이 신년하례식을 하고 있다.
ⓒ 김학섭

관련사진보기


- 그동안 가장 역점을 두었던 사업이라면?
"협회 기관지 <월간문학>과 <계절문학> 발간이다. 이 두 잡지는 협회의 얼굴이다. 각각 8천 부에 육박하고 있다. 원고료 지불액만도 연간 1억4천만 원에 이른다. 두 기관지를 꾸준히 발행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협회의 존재감을 충분히 체감할 수 있다. 어려움도 있다. 회원 연회비는 7만 원인데 1만2천7백여 명 중 주소불명이 760명, 1천 명은 연회비 면제자다. 연회비 납부율이 60%인데 연간총액이 4억원이다. 회원들이 납부하는 4억 원은 두 잡지를 발행하기에 조금 부족한 액수다. 연회비 미납회원들에게 책을 우송해 드리지 못함은 이런 사정 때문이다."

- 주 수입원은 무엇인가?
"기관지 광고료와 단행본 출판사업이다. 2014년 현재 사무처 직원 6명의 인건비는 연간 1억9천4백만 원이다. 연말에 시행하는 십대문학상 상금 총액이 3천만 원, 협회 사무실 연간 관리비 1천5백만 원, 여기다 각종 행사비를 포함하면 연간 경상비는 배로 늘어난다. 나는 지난 4년 동안 협회를 열심히 도와주는 회원으로부터 1억4천만 원에 이르는 후원금을 받았다. 고마운 일이다. 사무처장과 편집국장직을 통합하여 4년 동안 1억5천만 원의 인건비를 절약한 것도 협회 운영에 큰 버팀목이 되었다."

- 정부 지원금은 얼마나 되나?
"1년에 6천7백만 원이다. 어떤 이는 협회가 정부로부터 막대한 지원금을 받아 호사를 누리는 문학단체로 곡해하는 문인들이 적지 않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매월 350만 원을 받는 지원금은 월간문학만 받는 지원금이 아니다. <현대문학> 등 몇개 문학잡지도 함께 받는다. 이 돈은 원고료와 제작비 명목이다. 한국문학심포지엄과 서울문학축전행사비로 1천만 원과 1천5백만 원의 지원금을 받고 있다. 이 역시 다른문학단체도 받고 있는 행사지원금의 일종일 뿐 특별 지원금은 아니다.

2011년 1월 25대 집행부 출범 당시 협회가 받은 정부지원금은 4천1백만 원이었다. 그 후 노력한 끝에 2014년 6천7백만 원이 되었다. 53년의 역사를 가졌고 1만2천7백여 명이 참여하는 문학단체에 대한 정부의 연간 지원금이 지부중에서 광역시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는 지원금에도  훨씬 못미치는 금액이다. 실망스러운 액수다."

- 사무실을 대학로에서 목동으로 이사했는데?
"2011년 11월에 사무실을 대학로에서 지금의 양천구 목동 대한민국예술인센터로 이사했다. 대학로 예총화관의 옹색했던 사무실보다 지금의 대한민국예술인센터 사무실은 훨씬 쾌적한 환경이다. 그러나 빛과 그림자는 공존한다. 예총회관시절에는 사무실 관리비가 30만 원이었는데 지금은 150만 원이다. 여기에 부대행사를 하게 되면 행사장 사용료가 추가로 부과되어 관리비 부담료가 200만 원으로 올라간다. 대한민국예술인센터에는 문인협회를 비롯해 10여개 협회가 있으나 사무실 관리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입주를 포기한 업체도 있다. 대한민국예술인센터가 매월 은행에 1억8천만 원에 가까운 이자를 물고 있어 우리 협회도 자유롭지 못하다."

신년하례식에서 금년 한해 행운을 빌며 떡을 자르고 있다.
 신년하례식에서 금년 한해 행운을 빌며 떡을 자르고 있다.
ⓒ 김학섭

관련사진보기


- 가장 보람있었던 일은 ?
"서울문학축전개최와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 개원이다. 앞으로 협회발전에 기여하는 성장동력이 되도록 고삐를 다잡아야 한다. 여러가지 사업을 하는 동안 일손이 부족해서 어려움을 겪을 때 자원봉사를 해주신 여러분에 감사를 드리고 싶다. 10대 문학상을 비롯해 문학특강 시낭송대회는 거의 매월 시행해 왔다. 사무처 직원 숫자에 비해 행사가 많아 인건비 문제로 인원을 보충하지 못하고 있을 때 자원봉사자가 일을 적극 도왔다. 자원봉사가 아니었다면 행사를 단념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힘들고 험한 일을 마다않고 몸과 마음을 다해 도와주신 자원봉사자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

- 자생력이 없으면 미래 설계도 없다?
"협회임원 선거 때만 되면 후보자들이 내세우는 단골 메뉴가 있다. 정부기관이나 기업으로부터 자금을 끌어내어 문인복지를 실현하겠다는 공약이다. 나도 그동안 나름대로 노력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사장으로 재직시 우리나라 700대 기업대표자에게 <월간문학> 원고료 협력을 간곡하게 요청해 본적이 있다. 이 중 100만 원과 함께 응답을 보내 주신 분은 일신문화재단 대표자뿐이었다. 그후 동서식품에서 상당한 예산을 들여 '삶의 향기 동서문학상'을 개최하면서 협회에 적지않은 후원금을 보내 주었다. 지금은 역사와 전통을 아무리 자랑해도 기댈 언덕은 없다. 어떻게 하든 자생력을 갖춘 문학단체로 진화해야 한다. 자생력이 없으면 미래를 설계할 수 없다."

- 이사장은 봉사직일뿐 이권직이 아니다?
"26대 이사장 선거를 앞두고 있다. 선거는 민주주의 꽃이다. 선거가 끝나면 그 후유증이 매우 심각하다. 선거 때만 되면 근거 없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모함하고 모욕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그러니 많은 회원들이 문협이사장 자리에 무슨 큰 이권이 있는 모양이라고 의혹을 갖게 된다. 사단법인이라 이사장에는 급여도 없다. 그러니 상여금도 퇴직금도 없다. 매월 327만 원의 판공비를 지급받는다. 그나마 이사장은 이 돈은 업무추진비와 품위유지에 보탬이 되지만 부이사장과 분과회장은 판공비마저 없다. 사명감이 없으면 감당하기 어려운 직무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지난 4년 동안 주어진 소임을 다하려고 노력했다. 나름대로 원칙과 정도를 고집했다고 자부한다. 실천에 옮겨보고 싶었던 여러  과제를 다음 이사장에게 넘겨 버리는 아쉬움이 없지 않다. 각종 문학상을 주관하거나 심사에 개입해 가까운 사람이 아니면 기를 쓰고 밀어내는 세력은 배척해야 한다. 인맥, 지맥, 학맥 등 다양한 형태로 조성된 파벌과 편가르기도 종식되어야 한다. 신인장사에 의존하면서 원고료를 주지 않는 문예지 발행인이나 편집인도 문인 명패를 내려 놓아야 한다. 문학상 장사로 이권을 챙기는 문인도 예외일수 없다. 교묘한 방법으로 정부 지원금을 독식하거나 이를 지원하는 세력도 척결대상이다 이와 같은 적패는 우리 문단이 해결해야 할 해묵은 고질병이다. 과거의 잘못된 관행과 행태를 정리하고 기본을 바로 세워서 새로운 문화가치를 창조하는 데서 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태그:#한국문인협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