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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2014년 5월 29일 경남도청 마당에서 "진주의료원 강제폐업 1년, 공공의료가 침몰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2014년 5월 29일 경남도청 마당에서 "진주의료원 강제폐업 1년, 공공의료가 침몰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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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의료원 재개원 주민투표와 관련해, 홍준표 경남지사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지방자치단체장의 임의적 재량'이라며 성사요건이 되더라도 실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해당 판례가 주민투표법이 만들어지기 이전에 나온 것이라 적용에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24일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재개원) 주민투표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를 교부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주민투표법상 주민투표 청구인 대표자의 증명서 교부신청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장의 증명서 발급행위는 행정기관의 재량이 허용되지 않는 기속행위"라면서 "원고(청구인 대표자 4명)들이 발의한 사람이 주민투표 대상이 된다는 점도 분명하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남도는 지난해 12월 31일 청구인 대표자 4명(백남해·류조환·강수동·최세현)에 증명서를 교부(등기발송)했다. 서명 요청 기간은 이날부터 올해 6월 28일까지(180일간)이고, 청구인 대표자들은 경남지역 전체 유권자의 1/20 이상(14만 명)의 서명을 받아야 제출해야 한다.

경남도는 주민투표를 실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경남도는 "주민투표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 교부와 주민투표 실시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비록 주민투표의 대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주민투표 실시 여부는 지방자치단체의 임의적 재량이라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고 밝혔다.

경남도가 증명서를 교부한 그날 홍 지사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주민투표 실시 여부는 단체장의 재량이다, 14만 명의 서명을 받아본들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라고 말해 주민투표 성사 요건이 충족되더라도 실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홍준표 지사가 언급한 대법원 판례는?

홍준표 경남지사. 사진은 지난해 11월 3일 경남도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 당시 모습.
 홍준표 경남지사. 사진은 지난해 11월 3일 경남도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 당시 모습.
ⓒ 경남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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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지사가 주민투표 실시 여부는 단체장의 재량이라고 한 근거는 2002년 4월 26일 나온 대법원 판례를 말한다. 2001년 12월 인천 부평구의회가 '미군부대 이전에 관한 구민투표 조례안'을 (재)의결하자, 부평구청장(원고)이 구의회(피고)를 상대로 냈던 소송이었다.

당시 대법원은 지방자치법에 근거해 "미군부대 이전은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에 의하여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님이 명백하므로 주민투표 대상이 될 수 없고, 주민투표 대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시행 여부는 자치단체장의 임의적 재량에 맡겨져 있음이 분명하므로, 일정한 기간 안에 반드시 투표를 실시하도록 규정한 조례안은 자치단체장의 고유 권한을 침해한 규정"이라고 판결했다.

당시 대법원이 근거로 삼았던 규정은 지방자치법 제14조(주민투표) 1항으로, 여기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결정사항 등에 대해 주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라고 돼 있다.

주민투표법은 대법원 판례 뒤에 제정돼

하지만 주민투표법은 이 대법원 판례가 나온 뒤에 제정됐다. 현행 주민투표법은 참여정부 때인 2003년 12월에 제정돼 2004년 7월 30일부터 정식 도입됐다.

주민투표법 제13조(주민투표의 발의) 제1항에는 "지방자치단체장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지체없이 그 요지를 공표하고 관할선거관리위원회에 통지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다음 각 호'는 모두 세 가지인데, 그 중에 "제9조 제2항 또는 제5항의 규정에 의한 주민투표청구가 적법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라는 규정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제9조 제2항'은 주민청원(19세 이상 주민투표청구권자 총수의 1/20 이상 1/5 이하의 범위 안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수 이상의 서명으로 그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주민투표의 실시를 청구할 수 있다)이고, '제9조 5항'은 지방의회의 청구(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2/3 이상의 찬성)다.

또 주민투표법 제13조 제2항에는 "지방자치단체장은 주민투표를 발의하고자 하는 때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공표일부터 7일 이내에 투표일과 주민투표안을 공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해놨다.

'경남도 주민투표 조례'는 2004년 8월 12일 제정됐다. 이 조례를 보면 주민투표 청구 주민수는 '총수의 1/20 이상'이라고 명시돼 있고, "도지사는 열람기간이 종료된 날 또는 이의신청 심사결과를 통지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청구인대표자의 주민투표청구의 수리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처리기간)라고 돼 있다.

"법령 요건 갖추면 실시해야"... "'무조건'은 아냐"

홍 지사의 주장과 다르게 주민투표는 법령 요건이 맞으면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경남도청 고문변호사를 지낸 하귀남 변호사는 "주민투표법은 대법원 판례 이후에 만들어졌다"라면서 "자치단체장은 청구권자의 서명이 제대로 됐는지 심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고, 요건을 갖춰졌으면 지체없이 공표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정영훈 변호사(진주)는 "설사 자치단체장의 재량권이 있다고 하더라도, 주민투표법의 입법 취지나 규정으로 봤을 때 법령 요건을 갖췄는데도 (이를) 실시하지 않으면 재량권 남용의 일탈행위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울산경남본부 박윤석 부장은 "홍 지사가 주민투표 실시 요건이 되어도 실시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법을 어기겠다는 것"이라면서 "그렇게 되면 다시 소송으로 가게 된다, 시간을 끌려는 의도로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경남도는 입장이 다르다. 경남도청 행정과 담당자는 "지방자치법에 보면 주민투표는 '할 수 있다'고 해놔 자치단체장의 임의적 재량이라고 해놨고, 대법원 판례도 거기에 따른 것이다"라면서 "또 대표자증명서 교부와 관련한 소송의 항소심에 보면 '실시하지 않을 재량권이 있다'고 돼 있다, 주민투표는 자치단체장의 재량권이라는 게 사법부의 정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주민들이 서명을 받아 요청할 경우 무조건 해야 한다고 한다면, 주민들은 이것 저것 다 주민투표를 요구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지자체는 1년 내내 주민투표만 하게 될 것"이라면서 "주민투표 실시 여부는 자치단체장의 재량"이라고 덧붙였다.


태그:#진주의료원, #주민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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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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