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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여행 2일차입니다. 5일에는 제주 올레길 12코스 중 절반 정도만 걷고 쉬었습니다. 6일은 나머지 12코스와 13코스를 걸을 계획입니다. 제주 올레길을 만든 서명숙 이사장은 올레길은 놀멍, 쉬멍 걸으라는 이야기를 하시는데 저도 계획은 이렇게 잡았지만 쉬면서 구경하면서 천천히 걸을 생각입니다.

우린 숙소에서 오전 8시에 출발하였습니다. 오늘은 바람이 무척 세게 불어옵니다.  바람이 세게 불어 오니 바닷가의 파도는 정말 멋진 풍경을 연출합니다.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던 태양도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멋진 빛내림을 우리에게 선물합니다.

아침 올레길에서 만난 빛내림
 아침 올레길에서 만난 빛내림
ⓒ 이홍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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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앙길 풍경
 엉앙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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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와 와도, 멀리 차귀도
 등대와 와도, 멀리 차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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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산봉에서 바라본 와도와 차귀도
 당산봉에서 바라본 와도와 차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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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와 차귀도
 파도와 차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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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어찌나 심한지 한발짝 걸으면 반 발짝은 뒤로 밀리기도 합니다. 친구와는 대화를 나눌 수도 없습니다. 제주 방언이 앞뒤를 생략한 언어가 많다 하는데 그 이유가 바람 때문에 잘 들리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는 말이 실감이 됩니다.

신도 포구를 지나 수월봉에 오르는 길에는 띠풀밭이 있는데 바람에 이리저리 날리는 모습을 보면서 제주의 사진만을 담아오던 감영갑님의 사진이 생각 났습니다. 수월봉 정상에는 멋진 기상 관측소가 있고 여기서 내려다 보는 차귀도와 해안 풍경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오늘은 바람이 세게 불어 파도까지 멋진 풍경을 만드는 데 한 몫을 합니다.  당산봉 아래 어촌 마을에 도착하여 추위도 피할 겸 작은 슈퍼에 들렸습니다. 따뜻한 음료수를 마시며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 추위에 올레길을 걷느냐"며 걱정을 하십니다.

잠시 몸을 녹인 후 당산봉을 오릅니다. 당산봉을 오르기 전에는 몰랐습니다. 올레길 12코스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는 것을... 바람은 세차게 불어 서 있기도 힘들었지만 이 아름다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하여 열심히 셔터를 눌렀습니다. 수월봉부터 보이기 시작하던 차귀도 모습은 보는 위치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 줍니다.

우린 당산봉에서 용수 포구를 걷는 동안 이 길은 가족들과 다시 한 번 오고 싶다며 즐겁게 걸었습니다. 비록 파도에 카메라 렌즈가 젖고, 옷도 젖었지만 이런 풍경과 경험이 우릴 더 즐겁게 해 주었습니다.

김대건신부 제주표착기념 성당
 김대건신부 제주표착기념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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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 풍력발전 단지
 신창 풍력발전 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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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들의 교회
 순례자들의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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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숙소
 무료 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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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올레길 12코스를 마치고 13코스를 계속하여 걷습니다. 용수 포구에 도착하니 낮 12시가 되었습니다. 점심을 먹을 곳을 찾다가 조금 더 가면 먹을 곳이 있겠지 하고 걷다 보니 인가도 거의 없는 길이 이어집니다. 우린 바람을 맊아주는 돌담 아래 앉아 간단한 간식으로 점심을 대신하였습니다. 다행히 바람은 우리 뒤쪽에서 불어 걷기가 한결 수월해졌습니다.

길을 걷다보니 올레길 옆에 작은 순례자 교회가 나타났습니다. 올레길을 걷다가 기도를 하고 싶은 사람들은 기도를 하고 갈 수 있도록 하였는데 아담하고 멋진 모습에 마음까지 편안해집니다. 제주 올레길은 걷다보면 생각지 못한 멋진 모습을 만납니다. 길 옆에 무료 숙소도 있습니다. 2층으로 된 작은 숙소는 보기만 하여도 마음이 훈훈합니다. 올레꾼들을 돕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신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용수 저수지
 용수 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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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길
 특전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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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쉼팡(쉼터)
 무인 쉼팡(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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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길 13코스에는 멋진 바다 풍경은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길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등 뒤의 배낭은 적당하게 무겁고, 점심도 먹지 못하였지만 묵묵히 길을 걸으며 '사는 것이 이런 것이지' 즐거울 때가 있는가 하면 '1950~1960년대 그 힘들었던 시간들을 생각하면 지금 나는 너무 행복하다. 부족한 것만 생각하면 오히려 내 삶은 더 힘들어 진다. 늘 만족하며 살자'고 다짐을 해 봅니다. 친구는 몇 군데 구호 단체와 결연을 맺고 돕고 있는데 작은 일이지만 그로 인해 마음이 정말 편안하다고 합니다.

특전사길은 숲속 너덜 지대를 자원 봉사대 만으로는 올레길을 만들 수 없어 특전사들의 도움을 받아 만들었다는데 걸으면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길을 만들기 위해 많은 수고가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산다는 것은 서로 도우며 살아야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특전사길을 지나 고사리 숲길을 걸으며 사탕 하나를 입에 넣고 걷고 있는데 조수리 청년들이 만든 무인 쉼팡(쉼터)를 만났습니다. 커피, 둥글레차, 귤을 상자로 갖다 놓고 마음대로 먹으라고 합니다. 물론 물과 가스렌지와 주전자까지 준비되었습니다.

어디 모금함이라도 있는지 찾아 보았으나 없었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커피도 한 잔 마시고 귤도 몇 개 먹고 길을 나섰습니다. 이 쉼터에 작은 글씨로 귤 10키로에 택배비 포함 2만 원. 우린 전화번호를 메모하여 주머니 속에 넣었습니다. 특전사길이나 조수리 청년들의 쉼팡을 보면서 우리 사회에 이런 분들이 많으면 더 살맛 나는 세상이 되겠구나 하고 생각였습니다.

낙천리 의자 마을
 낙천리 의자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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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의 수선화
 길가의 수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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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길의 보호수
 올레길의 보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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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오름 가는길
 저지오름 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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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숲길에서 커피와 귤을 먹고 힘을 내어 길을 걷습니다. 낙천리 의자 마을은 의자로 다양한 연출을 하여 놓았는데 봄부터 가을까지는 쉬었다 가기에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을의 길가에는 수선화가 활짝 피었고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오래된 멋진 나무가 그 자태를 뽑내고 있습니다.

저지오름을 오르는 길도 아름다운데 우린 등에 무거운 짐을 진 탓에 정상에 오르지 않고 저지마을 정류소로 갔습니다. 우린 여기서  택시로 한림에 가서 시외 버스를 타고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여 다음 행선지 성산포로 향합니다. 제주 올레 13코스는 멋진 경치는 없지만 제주의 속살을 보면서 자신을 찾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태그:#제주 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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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취미가 있는데 주변의 아름다운 이야기나 산행기록 등을 기사화 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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