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담뱃값이 2천원 오르면서 금연 열풍이 거센 것 같습니다. 거기에 1월 1일 새해결심과 맞물리니 많은 사람들이 이번 기회에 담배를 끓을 결심을 하고 실천에 옮기고 있을 겁니다.

금연? 담배를 끊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오죽하면 담배를 마약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니까요. 해서 제가 지난 2년 동안 실천해 오고 있는 금연 방법을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30년이 넘는 애연가로서 제가 실천하고 있는 것은 시차를 두고 조금씩 흡연량을 줄여가는 '절연법'입니다.

등소평, 처칠 등 '흡연의 변명거리' 많고 많지만...

지난해 담배값 인상이 가시화 된 후 한 대형마트의 담배진열장    ⓒ 추광규 기자
 지난해 담배값 인상이 가시화 된 후 한 대형마트의 담배진열장 ⓒ 추광규 기자
ⓒ 추광규

관련사진보기

담배엔 나쁜 성분들이 많이 들어 있다고는 하지만, 개인적으론 장점 또한 많다고 생각합니다. 가슴 속 깊은 고뇌를 털어내는 데에는 담배 한 개비가 그 어떤 비싼 약보다 좋기 때문입니다.

담배가 만병의 근원이라고 하지만 등소평 주석과 처칠 수상은 애연가로 이름을 날리고도 90세를 넘겼습니다. 그 세대 분들로서는 상당히 장수를 한 것이지요.

저는 10여년 전 여수의 한 작은 섬을 방문했을 때, 100세가 다 되신 할머니께서 식사를 마치고 맛나게 담배를 태우시는 모습을 본 적도 있습니다.

당시 연세가 98세라고 했는데 정신도 초롱초롱 하시고 당신 혼자서 밭을 일구시는 등 건강한 삶을 누리고 있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담배가 만병의 근원은 아닐 것이라며 제 나름의 '흡연의 변명거리'로 삼기도 했습니다.

사회가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록 건강을 우선시하게 되는데, 금연은 그런 현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30년 동안 극복 못한 '금연 작심삼일'... 이번엔 달랐다

제가 본격적으로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것은 30여 년 전인 1984년 육군훈련소 때부터 입니다. 육체적인 한계를 느낄 정도로 힘들었던 훈련 시간 중간 중간 조교들의 '담배 1발 장전'의 외침은 '발사'로 이어졌습니다.

그렇게 애연가로서의 제 삶이 시작됐습니다. 30년이 넘는 동안 몇 차례나 담배를 끊어 보려 했습니다. 금연 보조제를 동원했음에도 작심삼일을 극복하지는 못했습니다. 제 기억을 더듬어 보니 가장 길었던 것이 한 일주일이나 될까요?

본격적으로 애연가의 길로 접어든 뒤엔 흡연량이 하루 두 갑까지 늘어났습니다. 그렇게 담배를 끼고 살다보니 건강상의 문제는 그렇다고 해도 사회생활 하는 데 불편한 점이 하나둘이 아닙니다.

먼저 거의 20~30분마다 담배를 피우다 보니 장거리 여행을 하다보면 담배 생각에 안달을 하는 것입니다. 또 회의가 길어지다 보면 회의 의제는 저만치 사라져 버리고 오로지 언제쯤 끝내고 담배를 피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만 머릿속을 가득 채웁니다.

불편한 게 하나 둘이 아닌 게지요. 이런 저런 상황이 겹치다 보니 2년 전인 2013년 1월 1일 새해를 시작하면서 한 가지 결심을 했답니다. 금연이 힘들다면 담배를 줄이는 '절연'이라도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다만 단시간에 확 줄이지는 못하니까 장기적으로 시간을 갖고 단계적으로 줄이기로 했습니다.

절연을 결심할 당시 하루 두 갑을 피웠으니 숫자로 따지면 40개비입니다. 하루 목표를 서른다섯 개비로 잡았습니다. 그렇게 따지니까 20~30분마다 한 개비에서 대략 40분마다 한 개비로 흡연 간격이 늘어났습니다.

처음 시작한 절연의 시간은 4개월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4개월 만인 2013년 5월에 들어선 후에는 서른 개비로 줄일 수 있었습니다. 흡연경력 30여 년만에 처음으로 담배를 줄이기에 성공한 것입니다. 이어 4개월이 지난 다음에는 스물 다섯개비로 줄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흡연 습관이 굳어진 후 지난해 1월 1일을 시작할 때에는 스무개비로 줄일 수 있었습니다. 5월부터는 열다섯 개비로 그리고 지난 10월부터는 열 개비로 줄인 상황입니다. 2년 동안 흡연량을 1/4로 줄인 것입니다.

매일 두 갑씩 피우다, 흡연량 4분의 1로 줄인 '비법'

국내 최대 규모 흡연자 커뮤니티 아이러브스모킹이 지난해 11월 17일 오전 담배값 인상에 반대하면서 여의도 새누리당사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새누리당이 서민을 쥐어 짠다는 의미의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 흡연자 커뮤니티 아이러브스모킹이 지난해 11월 17일 오전 담배값 인상에 반대하면서 여의도 새누리당사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새누리당이 서민을 쥐어 짠다는 의미의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 추광규

관련사진보기


흡연 간격이 20~30분에서 40분, 이어 1시간 그 다음에는 1시간 반에서 이제는 2시간으로 늘어났습니다. 이렇게 흡연 간격이 늘어나면서 좋은 점이 생겼습니다.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은 회의가 길어져도 담배 생각 때문에 엉덩이를 들썩거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더해 흡연을 방금 마친 사람들 가까이 가보면 담배의 역한 냄새를 느끼곤 합니다. 제가 담배를 입에 달고 살 때는 몰랐던 냄새입니다. 그동안 담배를 피우면서 저는 전혀 의식하지 못했지만, 담배를 줄여나가면서 제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힌 횟수도 같이 줄어든 것입니다.

문제는 처음 담배를 줄여 나갈 때는 그리 힘들지 않았는데 숫자가 점점 줄어들면서 더 힘이 든다는 점입니다. 스무 개비에서 열다섯 개비로 줄인 것을 비율로 따진다면 25% 감량입니다. 또한 열다섯 개비에서 열 개비로 줄이면 34% 감량이기에 그만큼 더 힘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참는 고통보다는 참은 다음 담배를 피우는 즐거움이 더 큽니다. 참은 시간에 비례해 담배를 피우는 즐거움이 더욱 커지는 것입니다.

이렇게 담배를 줄여나가다보니 어쩌다 한 시간 또는 그보다 짧은 간격을 두고 담배를 피우게 되면 담배 맛이 별로입니다. 지난 2년여 동안 시간을 두고 조금씩 줄이다 보니 제 몸에서 요구하는 니코틴의 양 또한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가격이 오르기 전 쌓아놓은 세 보루의 담배를 다 피우게 되는 3월 1일부터는 하루 일곱개비 정도로 줄이고 올 하반기에는 하루 다섯 개비로 줄여보려고 합니다. 흡연 경력 30년이 넘는 지독한 담배중독자의 입장에서 금연 때문에 고민하는 분들에게 던지는 조언입니다.

금연을 결심한 후 안절부절 못하고 머릿속에는 오로지 담배 생각만 가득해 정신적으로 피폐해 지는 것보다는 절연이 어떨까 합니다. 지금 당장 하루 한 개비라도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절연' 역시 금연으로 나아갈 수 있는 한 방법이 아닐까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담배값 인상, #금연, #절연
댓글2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화물차는 굴러가는게 아니라 뛰어서 갈 수도 있습니다. 물론 화물칸도 없을 수 있습니다. <신문고 뉴스> 편집장 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