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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전직 국정원 직원 박원동 전 국장과 민병주 전 국장이 흰색 가림막 뒤에 몸을 숨긴 채 증인심문에 응하고 있다.
 2013년 8월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전직 국정원 직원 박원동 전 국장과 민병주 전 국장이 흰색 가림막 뒤에 몸을 숨긴 채 증인심문에 응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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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가까이 진행된 국가정보원 대선개입사건의 법정 공방이 모두 끝났다. 29일 결심공판(서울고등법원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에서 검찰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국정원법·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모두 유죄라며 1심처럼 징역 4년, 자격정지 4년에 처해달라고 밝혔다. 오는 2월 9일, 재판부는 과연 어떤 답을 내놓을까.

이날은 모든 혐의는 유죄임을 입증해야 하는 검찰과 결백을 주장하는 피고인 원세훈 전 원장과 이종명 전 3차장,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이 마지막으로 사실관계를 다투는 자리였다. 그만큼 양쪽은 끝까지 한 치의 양보가 없었다.

검찰은 특히 ▲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의 트위터 계정 등이 담긴 '시큐리티' 파일 등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 공직선거법 위반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서울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의 판단을 깨는 데에 주력했다.

대표로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한 박형철 부팀장은 작성자로 보이는 국정원 직원이 법정에서 부인했을 뿐, 시큐리티 파일은 작성자가 명백히 증명되고 그 내용도 충분히 신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국정원 직원들이 사이버활동 시기와 내역을 봐도 '특정 후보를 당선 또는 낙선시킬 목적'을 갖췄다고 말했다(관련 기사 : 파일명 '시큐리티', 원세훈 항소심에선 살아날까) .

박 부팀장은 2007년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가 발간한 <과거와 대화, 미래의 성찰> 보고서를 언급하며 국정원을 비판하기도 했다.

"국정원은 이때 정보기관 선거개입 사례를 7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선거 시기에 이뤄진 정보기관 판세 분석과 정치 사찰, 선거 구도에 영향을 주기 위한 사전 공작, 선거 결과 뒤집기 위한 사후 공작, 타 국가기관과 동조 등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국민을 상대로 한 사이버 여론 조작을 통한 선거 관여 행위는 포함되지 않았다. 국정원은 과거 잘못을 거울삼아 올바른 정보기관의 위상을 잡아나가는 일을 하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유형으로 선거에 개입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검찰의 공소사실 전체에 유죄를 선고해주시고 피고인 원세훈을 징역 4년 및 자격정지 4년에, 피고인 이종명과 민병주는 각각 징역 2년, 자격정지 2년에 처해 달라."

"직원들 일탈 잘못이지만... 국정원의 정당한 대북심리전"

국정원 대선 개입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9월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 6월, 자격정지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은 뒤 법정을 나서기 위해 차량에 올라타고 있다.
▲ 징역2년 6월, 집행유예 4년 선고 받은 원세훈 국정원 대선 개입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9월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 6월, 자격정지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은 뒤 법정을 나서기 위해 차량에 올라타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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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원세훈 전 원장 등은 '전부 무죄'를 주장했다. 무엇보다 국정원 사이버심리전은 정당한 업무활동인데도 1심이 '정치 개입'으로 잘못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이동명(법무법인 처음) 변호사는 "1심 판결문 130쪽을 보면 국정원 사이버활동의 주된 목적이 북한 흑색선전 및 대남 심리전에 대응하기 위함임을 인정한다"며 "그런데도 구체적인 활동 내용이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 형태로 나타나 정치관여 행위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목을 돈을 갚지 못한 안토니오의 살 1파운드를 떼어내려는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에게 '피 한 방울도 흘리면 안 된다'고 한 희곡 <베니스의 상인>의 판결에 빗댔다.

"재판관 포샤는 계약 자체는 유효하다면서도 살은 떼어가도 피는 못 가져간다고 한다. 원심 판결이 딱 그렇다. 국정원의 대북심리활동을 방어심리전으로 인정, 정당하다면서도 정당이나 정치인 지지 또는 반대로 나타나면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근데 북한 사이버전은 굉장히 정치적인 활동으로 엮어 있어서 방어심리전을 하다보면 우리나라 정당 또는 정치인 활동과 겹칠 수밖에 없다. 국정원의 행태가 일탈된 것은 정말 잘못됐다. 하지만 살을 떼어내다 보면 피가 날 수 있다. 그런데 검찰은 핵심을 벗어나서 살을 뗀 건 안 따지고 피가 난 걸 보고 '공모해서 피가 났다'고 기소했다."

이 변호사는 또 원세훈 전 원장 등이 정말 억울해하는 대목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라고 했다. 그는 제보자 김상욱씨를 직접 거론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 사건 배경 자체가 선거 시기에 어떤 정치적 목적을 노린 사람이 제보해서 그 목적에 편승하려고 해 문제가 됐다"며 "검찰도 안타깝게 특정 주장자의 논리를 받아들여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명 변호사가 말한 이유로 기소됐던 김상욱씨는 이미 항소심에서 공직선거법 위반도 무죄 선고를 받았다(관련 기사 :'국정원 대선개입' 제보자, 항소심 전부 무죄)

김승식(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검찰이 1심부터 줄곧 써온 '피고인 원세훈의 그릇된 종북관'이란 표현을 지적했다. 그는 "검찰 주장은 모순"이라며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을 언급했다. 원 전 원장이 말한 종북세력 등은 특정 정당 전체가 아니라 그 중 일부를 국정원장으로서 충분히 보고받고 말한 것인데 헌재에선 정당 자체가 헌법질서에 반한다고 해산 결정을 내렸다는 얘기였다. 김 변호사는 "검찰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면 헌재도 특정한 종북관에 매몰됐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고인 신문부터 최후 의견 진술까지 다섯 시간 넘게 양쪽의 치열한 공방을 지켜본 재판부는 오후 7시 22분 절차를 마무리했다. 재판장 김상환 부장판사는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여러 장점에 대한 의견을 충실히 듣는 경청과정을 마치고 진중한 판단과정에 들어섰다"며 "남은 기록을 꼼꼼히 살펴보고, 궁극적으로 관련 법률의 정신을 숙고하겠다"고 말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내년 2월 9일 오후 2시에 자신들의 최종 판단을 공개할 예정이다.


태그:#원세훈, #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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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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