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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시내에 설치돼 있는 주민투표 안내 천막.
 삼척 시내에 설치돼 있는 주민투표 안내 천막.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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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실시되는 '삼척원전 유치 찬반 주민투표'를 앞두고, 개천절인 3일 삼척시 성내동성당 교육관에서 '한국의 탈핵과 삼척 핵발전소 건설 주민투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반핵의사회 등이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삼척의 지역 주민들을 지지하고, 10월 9일로 예정된 주민투표를 응원"할 목적으로 마련됐다.

토론회에는 반핵 전문가들과 활동가들, 그리고 삼척시 내에서 삼척원전 반대운동을 전개해온 삼척 시민들이 참석했다. 현재 삼척시에서는 정부가 주민투표 관리를 거부한 상태에서, 삼척 시민이 중심이 돼 주민투표를 준비하고 있다. '원전'을 유치 문제를 두고 주민들이 직접 주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은 삼척이 처음이다.

토론회 발제는 김익중 반핵의사회 공동대표(동국대 의대 교수),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변호사), 이광우 삼척시의원이 맡았다. 토론자로는 김영희 탈핵법률가모임 대표(변호사), 윤순진 탈핵에너지교수모임 집행위원장(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이이재 새누리당 국회의원, 민성환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특히 이이재 의원(동해·삼척)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지난달 25일 최문순 강원도지사, 김양호 삼척시장과 함께 삼척에서 실시되는 주민투표를 지지하고 정부가 삼척원전 주민투표 결과를 존중하고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이날 토론회에서 ▲ 원전은 그 자체로도 원전 주변에 방사능을 뿜어내 지역 주민들의 암 발생률을 높인다 ▲ 원전 건설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전무하다 ▲ 원전 밀집도 세계 1위인 대한민국에 더 이상의 원전은 필요 없다 ▲ 삼척 주민투표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되살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 등을 강조했다.

원전 지역 경제가 발전한다고? "사실이 아니다"

김익중 교수
 김익중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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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발제자로 나선 김익중 교수는 '원전 지역의 특징'을 발표했다.

김 교수는 경주에서 오랜 기간 동안 방폐장 반대운동을 하면서, "원전과 관련된 몇 가지 특징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며, '원전을 하면 안 되는 8가지 이유'로 ▲ 원자력발전소 자체 위험 ▲ 어업권의 제한 ▲ 원전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 등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원전은 사고가 나지 않더라도 (원전) 주변에 방사능 물질을 뿜어낸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와 한수원이 원전 지역 주변에 대해서 매년 방사능 오염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한다며 "(그 내용을 보면) 세슘, 삼중수소 등의 방사성 물질들이 원전 주변에 퍼져나게돼 있고 원전에 가까울수록 그 농도가 높다"고 말했다.

그 결과 "원전이 들어오면 주변이 방사능에 오염이 되고, 주민들의 피폭량이 늘고, 그것 때문에 암 발생이 증가한다"며, 이 모든 내용은 "정부가 15년에 걸쳐 100억 원의 돈을 들여 조사를 하고 암 발생이 증가한다고 결론났고, 정식 학회에서 보고되는 등 증거가 확보"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원전이 들어오면 지역이 발전한다는 정부와 한수원의 홍보는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단적으로 지금 원전이 있는 영광, 울진, 경주, 고리 등 네 개 지역이 주변 지역에 비해 잘 사느냐"라고 물으며 "원전 지역이 주변 지역보다 못 사는 게 사실"이라고 못 박았다.

김 교수는 또 "전 세계에서 원전이 계속 줄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선진국은 30여년 전부터 원전을 줄이고 태양광 등 재생가능에너지를 만들어 왔지만, (한국 등) 아시아에 있는 개도국 4개국은 원전을 늘렸다"며 "전 세계적으로 원전은 사양 산업인데, 한국의 에너지정책은 (원전을 확대하는) 이상한 길을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원전이 그렇게 좋으면 왜 서울에 짓지 않나?"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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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하승수 위원장은 '신규 핵발전소의 문제점'을 발표했다.

그는 ▲ 대한민국에서 신규 핵발전소가 필요한지 ▲ 삼척과 영덕에 지으려고 하는 원전은 수도권에 전기를 보내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이 갖는 문제는 무엇인지 ▲ 다른 나라에서는 원전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풀고 있는지 등 3가지 문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하 위원장은 "국민들이 우리나라에 23개나 되는 원전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하는데, 세계에서 원전 밀집도로 보면 대한민국이 1등이다, 압도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도 우리나라 국민들이 원전이 더 필요한 게 아닌가"라고 묻는 것에 "조금만 불편을 감수하면, 그리고 마음만 먹으면 일본처럼 원전 없이도 살 수 있다"고 답했다.

하 위원장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일본이 원전을 전부 멈추고도 별 문제가 없었던 사례를 들며, 한국에도 더 이상의 원전은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지금 일본은 에스컬레이터 돌아가고 에어컨 틀고 큰 공장들도 다 돌리고 있다"며 "원전이 없어도 일본 사회가 유지된다는 게 이미 증명이 됐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도 작년 6월 원전 부품 비리로 8개의 원전이 한꺼번에 가동을 중단했을 때 일본처럼 전기를 절약하고 LNG발전소 가동률을 올리는 방법으로 모자란 전기를 해결했다"며 "이렇게 전기를 절약하고 발전소를 가동하는 것만 잘 조절해도, 최소한 삼척과 영덕에 새로 원전을 지을 필요는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하 위원장은 또 "재생가능에너지 중에 제일 비싼 태양광이 계속해서 발전 단가가 떨어져 2030년 이후에는 원전보다 더 싸게 된다"며 "좀 있으면 태양광이 원전보다 싸지는 게 분명한데 정부는 (삼척 등에 원전을 짓는)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익을 위해서도 원전은 더 이상 지을 필요가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또 그는 "원전이 그렇게 안전하고 좋으면 왜 서울에 짓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들이 그렇게 위험한 걸 어떻게 서울에 짓느냐, 제정신이냐고 나를 비판하는데, 그러면 거꾸로 그렇게 위험한 걸 어떻게 삼척에 지을 수 있느냐"며 "서울 시민들도 조금만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볼 것"을 부탁했다.

"반핵운동은 파괴된 지역 민주주의 복원하는 것"

하 위원장은 서울에 원전을 짓는 게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외국에서는 호수나 강물로도 냉각수를 쓴다"며 "한강 물을 냉각수로 사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강원도 동해안에 짓고 있는 화력발전소만으로도 "앞으로 강원도에 필요한 몇 배의 전기를 생산하게 되는데 거기에다가 원전까지 짓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삼척에서 진행중인 반핵운동과 관련해 "앞으로 지난한 싸움이 될 수 있지만, 부안에서 있었던 것과 같이 끈질기게 싸우면 결국에는 정부도 손을 들 수밖에 없다"며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삼척 주민투표가 바닷가 지역에 원전을 지으려는 시도를 막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살리는 큰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광우 삼척시의원.
 이광우 삼척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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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발제자로 나선 이광우 시의원은 '삼척 핵발전소 건설의 문제점과 주민투표의 의의'를 발표했다.

이 의원은 ▲ 삼척핵발전소 반대투쟁의 역사는 삼척 시민의 자기정체성이다 ▲ 삼척핵발전소 건설(유치)은 삼척시민들의 의사를 왜곡했다 ▲ 삼척 시민들의 주민투표는 파괴된 지역 민주주의를 복원하는 일이 될 것이라는 점에 집중했다.

이 의원은 삼척 시민들이 한데 뭉쳐 1998년 지역에 원전을 건설하려는 정부의 시도를 물리치고 2005년에는 또 방폐장을 막아낸 역사적 사실이 있음을 설명하고, "삼척은 지구상에서 핵을 물리친 것을 기념하여 공원을 만들고 기념탑을 세운 유일무이한 곳"임을 강조했다.

그는 "삼척의 반핵운동은 자기 역사의 정통성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발제에서 특히 김대수 전임 시장이 삼척원전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삼척 시민들의 의사를 왜곡한 사실을 거론했다. 그는 "삼척 시민들의 주민투표는 한마디로 김대수 시장에 의해 왜곡된 원전 유치 의향을 바로잡는 일이자, 파괴된 지역 민주주의를 복원하는 것"이라며 "지방 자치의 점진적 발전을 가져오는 국가적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또 "삼척 시민들의 주민투표 결과는 국가적으로 에너지 정책의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삼척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점임 시장이 원전 유치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거짓과 기만으로 점철된 지난 4년의 역사를 (주민투표를 통해) 시민들의 힘으로 종결짓는 대투쟁에 무한한 찬사를 보낸다"고 발제를 마무리했다.

"삼척 주민들이 주민투표로 새로운 역사를 쓰기를..."

토론자로 나선 이이재 의원은 "과거에 지역 발전의 중장기 전망에 대해서는 중앙정부가 (독단적으로) 이렇게 해"라고 해서 진행된 적이 있다고 말하며 "이제는 대한민국도 더 이상 그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 주민들이 자기 지역 발전의 방향에 대해서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것이 바로 주민 자치"라고 말했다.

그는 한 번 원전이 지어지면 그 자리는 영원히 폐허가 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원전이 수명이 다 돼서 폐쇄하고 나면, 그 자리에 새로운 원전도 못 짓는다"며 "대한민국 해변이 전부 다 원전의 공동묘지가 돼야 하느냐"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는 "이러한 (원전의) 불편한 진실들을 우리 국민들이 정말 잘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일 삼척시 성내동성당에서 열린 '한국의 탈핵과 삼척 핵발전소 건설 주민투표 토론회'.
 3일 삼척시 성내동성당에서 열린 '한국의 탈핵과 삼척 핵발전소 건설 주민투표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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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진 위원장은 "삼척은 반핵운동의 역사가 면면히 흐르고 있는 곳"인데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반핵·탄핵을 (공약으로) 전면에 내건 시장이 탄생했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전무한 일로 역사적으로 길이 남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삼척 시민들의 새로운 역사를 쓰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여러 지자체와 시민단체들이 탈핵운동을 해왔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며 "삼척이 이번 주민투표를 계기로 탈핵 운동의 변화(성과)를 이뤄내는 진원지 역할을 해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영희 대표는 자신이 최근 삼척을 20번 넘게 오간 사실을 소개하고 "(전임 시장을 대상으로 했던) 주민소환운동을 지켜본 나로서는 주민투표가 (삼천원전 백지화를) 완성해 가는, 고지가 목전에 있다는 느낌이 든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정부가 고시한 원전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견해는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삼척에서 진행되고 있는 주민투표가 "국가 사무가 아니라 지자체 사무"임을 강조했다. 그는 "원전 유치 신청이 지자체에 속한 일이기 때문에 신청을 철회하는 것도 역시 지자체 사무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데도 정부가 주민투표를 거부하는 것은 그 결과가 뻔하기 때문에, 그 결과를 지켜보는 게 두렵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삼척 중심가 상점 문마다 붙어 있는 주민투표 안내문.
 삼척 중심가 상점 문마다 붙어 있는 주민투표 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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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회는 3시간가량 진행됐다. 이날 발제 시간에 사회를 맡은 성원기 강원대 교수는 토론회를 마무리하면서 삼척이 수천 년의 역사를 이어온 지역임을 강조한 뒤 "현재도 인구 7만 명이 충분히 잘 살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는, 아름다운 해안과 강과 산이 있는 축복받은 도시"라며 천혜의 자연을 잘 보존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지역으로 남아 있는 곳이 거의 없기 때문에 삼척이 가진 가치는 점점 거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 아름다운 자연을 잘 보존해 나가면, (삼척에서) 우리 후손들이 애향심과 정주심을 가지고 살 수 있다"며, "우리가 가진 것을 소중히 지켜 나가면, 앞으로도 우리 지역은 잘 살 수 있다"고 자신했다.

덧붙이는 글 | '한국의 탈핵과 삼척 핵발전소 건설 주민투표 토론회'는 녹색당,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반핵의사회, 탈핵에너지교수모임이 공동 주최하고, 핵 없는 세상을 위한 공동행동이 후원했다.



태그:#삼척원전, #주민투표, #김익중, #하승수, #이광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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