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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부활은 이미 예고되어 왔지만, 중국지도부가 나서서 ‘존공숭유(尊孔崇儒)’의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은 이채롭다.
▲ 린이대학교 도서관 입구에 선 공자상 공자의 부활은 이미 예고되어 왔지만, 중국지도부가 나서서 ‘존공숭유(尊孔崇儒)’의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은 이채롭다.
ⓒ 김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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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8일은 공자(BC551~BC479) 탄신 2565주년이다. 9월 24일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공자탄신 기념대회 및 국제유학연합회 제5기 회원대회에 참가한 시진핑(習近平) 중국국가주석은 중국사회가 공자를 존경하고 유교를 숭상하는 '존공숭유(尊孔崇儒)'의 길에 들어섰음을 다시 한 번 대·내외에 분명히 천명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11월 공자의 고향인 취푸(曲阜)를 방문했을 때도 그리고 올해 베이징대학에서 한 5·4운동 기념 연설에서도 공자를 존경하고, 유교문화에 대한 친근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자신의 문화관을 내비쳐왔었다.

특히 올해 공자탄신일은 중국어와 중국문화의 세계 보급을 위해 만든 공자학원 건립 10주년을 맞아, 9월 28일을 '공자학원의 날'로 공식 지정하였다. 이를 기념해 시진핑은 공자에 대한 세 번째 커밍아웃을 한 셈이며, 중국사회가 이미 신유교시대의 서막을 열어젖히고. 본격적으로 유교가 국가이데올로기로 중국사회를 통합하고, 중국인들의 문화적 소양을 제고하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임을 선언한 것이다.

리커창(李克强)총리도 123개국, 465개 공자학원, 713개 공자학당 원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공자학원을 중외합작의 또 하나의 모델이라고 강조하며, 조화를 이루는 것이 귀한 것이라는 '화위귀(和爲貴)'라는 <논어(論語)>의 글귀를 인용해 세계 각국의 문화와 조화로운 융합을 당부했다.

중국지도부가 나서서 공자에 대한 존경과 유교문화에 대한 적극적인 계승을 표한 것이다. 약 100년 전 5·4운동 때 중국의 지식인들이 민주와 과학을 주창하며 반봉건, 반전통을 외치며 유교를 사람을 잡아먹는 '식인(食人)문화'로 치부한 것이나 약 50년 전 문화대혁명 기간에 공자와 마오쩌둥의 정적 린뱌오(林彪)를 동시에 공격하던 '비공비림(批孔批林)'의 구호를 생각하면 참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공자가 역사적으로 추앙과 냉대의 아리랑고개를 숱하게 넘어오긴 했지만, 이렇게 짧은 100년의 기간 동안 긴박하게 급하강과 급상승을 거듭하는 롤러코스터를 타보긴 처음일 것이다.

대만에서 만세사표(萬世師表), 공자의 탄신일을 스승의 날로 기념하는 것과 견주어, 중국이 '공자학원의 날'로 지정한 것은 어쩌면 공자를 중국문화의 아이콘 삼아 세계문화와 보다 대등하고 당당하게 융합해 나가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유교문화의 창시자를 전면에 내세워 중국 내부적으로는 중화민족 통합의 기제로, 외부적으로는 유교문화에 대한 정체성을 굳건히 하며, 중국적 특색의 문화강국 이미지를 만들어가겠다는 전략이다.

공자를 비판하고 전통문화를 무참히 깨부쉈던 마오쩌둥조차도 늘 <논어>의 구절을 인용해 자신의 논리를 피력하곤 했다. 사회주의 중국이든, 자본주의 중국이든, 정치적인 의도든, 사회적 필요든 상관없이 유교가 중국인들의 의식 속에 여전히 면면히 흘러오고 있다는 점에서 시진핑의 공자 사랑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것이 지나치게 중화민족주의나 패권주의로 경도되는 일이 없길 바란다.


태그:#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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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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