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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6일 오전 제주도 수학여행길에 오른 안산 단원고 학생을 비롯한 459명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km 해상에서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해양경찰청이 공개한 구조작업 모습이다. (자료사진)
 지난 4월 16일 오전 제주도 수학여행길에 오른 안산 단원고 학생을 비롯한 459명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km 해상에서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해양경찰청이 공개한 구조작업 모습이다. (자료사진)
ⓒ 해양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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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 앞에 안전은 무릎을 꿇렸다. 26일 광주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임정엽) 심리로 열린 세월호 선원 15명의 11차 공판은 세월호와 선사 청해진해운의 총체적 문제점을 되짚어보는 자리였다.

이날 법정에는 세월호 정식 선장 신보식(47) 선장이 증인으로 나왔다. 세월호 도입 직후 1등 항해사로 일하다 견습 선장을 거쳐 지난해 8월 정식 선장으로 승진한 그는 세월호 비상대피훈련은 요식행위였을 뿐이고, 회사는 매출을 위해 무리하게 화물을 많이 실었음을 다시 확인시켜줬다. 함께 나온 청해진해운 관계자들의 증언도 비슷했다. 세월호는 그렇게 조금씩 침몰하고 있었다.

[화물 과적] "복원력 때문에 얘기해도 물류팀이 묵살"

세월호의 복원력이 안 좋았기 때문에 신 선장은 물류팀에게 신경써달라고 얘기했다고 한다. 처음 말을 꺼낸 것은 2013년 여름이었다. 그는 "(선박 관리 담당인) 해무팀에 계속 얘기했고, 직접 물류팀을 찾아가기도 했지만 안아무개 이사로부터 '배 운항 못 하겠느냐, 그럼 사표 써야겠다'란 말을 들었고, 물류팀에 계속 묵살 당했다"고 얘기했다. 또 과적을 숨기기 위해 출항 때는 평형수를 뺀 다음 운항 도중 밸러스트 탱크(탱크 속 물과 공기의 양을 조절해 선박의 무게 중심을 잡는 기능을 한다)를 채웠다고 했다.

이날 증인으로 나온 청해진해운 물류담당 안아무개(60) 이사와 박아무개(47)팀장, 홍아무개(43) 대리도 "물류팀이 회사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했기 때문에 화물 적재에 간섭할 수 없었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또 세월호 화물고박 담당업체, 우련통운 윤아무개(36) 계장은 "차량을 실을 때 간격을 더 띄워야 하는데 청해진해운 김아무개 물류팀 차장은 붙이라더라"고 말했다. 규정상 승용차끼리는 1.2m씩 거리를 둬야하지만, 그는 30~40cm 간격으로 차를 실었다. 4월 15일에도 마찬가지였다.

[비상대피훈련] "훈련 안 해도 기록은 남겨두라고 했다"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화물을 최대한 실은 만큼, 안전에는 소홀했다. 신보식 선장은 "회사에서 주관하는 훈련은 없었고, 소화·퇴선훈련은 실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규정상 매 10일마다 해야 하는 훈련을 세월호는 월 평균 1.5회 꼴로 했다. 신 선장은 또 "해무팀에서 '(인천항만청이나 해경 등의) 점검 때 지적받지 않도록 훈련을 안 해도 기록은 남겨두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훈련 문제로 인천항만청 운항관리실에서 지적받은 적도 있다. 실제로 훈련을 했는지 여부 때문이 아니라, '10일마다'라는 간격을 지키지 않아서다.

[맹골수도] "물살 좁고 위험... 3등 항해사 혼자선 무리"

경력이 짧은 박아무개 3등 항해사가 혼자서 맹골수도를 항해하는 건 무리였다는 얘기도 나왔다. 신 선장은 "박아무개 3등 항해사에게 '이곳은 물살이 세고 좁아서 위험하니까 타를 수동으로 잡고 미리 미리 변침하라'고 했다"며 "그가 혼자 맹골수도를 통과하도록 하는 건 적절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사고 당시 조타 담당이었던 조아무개 조타수가 지난해 출항 직후 조타실수를 한 적이 있어서 한동안 조타를 못하게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두 사람의 변침과정에 과실이 있었다며 특정범죄가중처벌법률 위반죄(도주 선박의 선장 또는 승무원에 대한 가중처벌)를 적용한 상태다.

[국정원과 CCTV] "세월호, 국가보유장비라 보안점검받은 것"

이날 유족들은 그동안 의심을 품어온 국정원 관련 질문을 잔뜩 적어 재판부에 전달했다. 하지만 임정엽 부장판사는 "검찰이 수사해야 할 내용"이라며 증인 신문에 적절하다고 판단한 질문 몇 가지만 물었다.

첫 번째 질문은 세월호에서 수거된 노트북에서 나온 2013년 2월 27일 자 '국정원 지적사항'이란 문건 관련 내용이었다. 여기에 이름이 나오는 홍아무개 대리는 "세월호가 국가보유장비라 국정원이 보안점검에 나왔고, 이 문건은 그때의 지적사항"이라고 했다. 국정원 해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관련 기사 : '국정원 지적사항' 100항 중 4개 항만 인정)

최근 세월호의 CCTV가 4월 16일 오전 8시 31분경 동시에 꺼졌음을 확인한 유족들은 신보식 선장에게 "CCTV가 어떨 때 작동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답변은 "전기 공급이 되지 않을 때"라는 정도였다. 관련 질문을 받은 홍 대리는 CCTV 원격 조종은 불가능하다고도 했다. 유족들은 여전히 의문이 풀리지 않은 모습이었다. (관련 기사 : "세월호 CCTV 갑자기 꺼졌다... 누군가 작동 멈춘 것")

한편 재판부는 다음 공판에 청해진해운 물류팀 김아무개 차장 등을 증인으로 불러 화물 과적 문제를 한 번 더 따져보기로 했다. 12차 공판은 8월 27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태그:#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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