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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 생각만 해도 두려운 단어다. 성인이 되어서도 아토피 피부염과 비염을 달고 살았던 남편과 계절이 변할 때마다 비염을 앓았던 나는, 아이가 생기자마자 섭생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부모 한 명이 아토피가 있다면 태어날 아이에게 아토피가 있을 확률이 40%정도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 부부에게 모두 문제(?)가 있으니, 아이도 아토피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신생아 피부질환과 관련된 산모교실이 있으면 꼼꼼히 찾아 다녔고,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에게 혹시 아토피 피부염이 있다면 어떻게 대응할지도 미리 생각해두었다.

아빠는 아토피, 엄마는 비염, 태어날 우리 아이는?

지난 겨울을 지나면서 아이의 피부가 아토피 피부가 아니라 예민한 피부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아토피 피부염이 언젠가 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 있다.
▲ 배에 올라온 땀띠와 거칠한 허벅지 지난 겨울을 지나면서 아이의 피부가 아토피 피부가 아니라 예민한 피부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아토피 피부염이 언젠가 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 있다.
ⓒ 강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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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여름 아이가 태어났고 얼마 안 되어 빨갛게 태열이 올라왔다. 주변에서 누군가는 보습제를 충분히 발라줘야 한다 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신생아에게 무슨 보습제냐고 핀잔을 줬다. 혹시나 신생아 때부터 보습제를 바르면 피부 자생력이 떨어질까 전전긍긍… 결국 고민만 하다가 아무것도 못했는데, 태열이 자연스레 좋아졌다. 3.2kg 밖에 안 된 아이를 안고 마음 졸이며 지내던 삼일이었다.

여름에 태어난 아이가 맞은 첫 겨울의 화두는 다시 아토피였다. 여름과 가을을 보내는 내내 괜찮았던 아이의 피부가 허벅지부터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때마침 동네 보건소에서 아토피 예방 교실이 열렸다. 아이의 피부 상태에 대한 질의 응답시간에 절반 이상의 부모들이 손을 들고 질문을 했다.

우리 딸아이 허벅지의 거칠함은 질문의 축에도 끼지 못했다. 아토피가 심각해서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면서 치료를 받았던 아이의 부모도 있었고, 스테로이드제의 효과에 대해 의심하는 부모도 있었다. 강의를 했던 의사 선생님은 보습제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나도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강사는 "아토피 피부염은 유전도 있으나 피부가 건조해 생길 수 있으니 하루에 열 번 보습제를 발라보라"고 권했다. 그때부터 아이와 보습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보습에 좋다는 건 하나씩 구입... 거실에 굴러다니는 보습제

아이가 아토피 피부염이 있는 집에 가보면 쓰다만 로션들이 수도 없이 굴러다닌다. 누군가 이것 좋다고 하면 써봤다가 효과가 없으면, 좋다는 다른 제품에 혹해 또 사서 쓰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쓰다 남은 것들은 부모가 대신 쓴다.

나 역시 여러 브랜드의 제품을 사용했다. 사실 의약품으로 나온 것을 제외하고, 딱 꼬집어 "이게 제일 좋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건조함을 잡아준다는 제품들은 거기서 거기인 경우가 많았고, 로션이냐 크림이냐 밤이냐에 따라서 보습 정도가 달랐던 것 같다.

보건소에서 강의를 들은 이후 나는 하루 열번 보습제를 바르는 열혈 엄마가 되었다. 그것도 잠시 도저히 하루 열 번은 힘들어서 5번으로 타협했다. 노력의 결과, 거칠했던 허벅지는 일주일도 안 되어 원래의 상태로 돌아왔다.

하지만 아이는 본격적으로 피부와 전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사실 우리 아이는 아직 아토피 피부염을 진단받은 건 아니다. 다만, '초민감 피부'를 가진 건 분명했다. 기기 시작하면서 살짝 피부가 긁히면 그 자국이 선명하게 났고, 가라앉는 데도 제법 시간이 걸렸다.

목욕은 15분 이상 하지 않았고, 물기를 닦은 후 곧바로 보습제를 발라줬으며 민감할 것 같은 제품은 쓰지 않았다. 한겨울에는 보습력이 정말 '강한' 크림을 발라주었다.

다시 돌아온 여름, 돌 전 아이가 처음으로 모기에 물렸다. 어마무시하게. 벌겋게 부어오른 피부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약국에서 파는 연고는 무용지물. 결국 소아과에서 처방받은 스테로이드제 연고를 바르고 나서야 가라앉을 수 있었다.

이후 항상 집에는 모기향이 켜져 있었고, 외출할 때는 생협에서 산 모기퇴치제를 뿌려주었다. 모기의 흔적은 시꺼멓게 변하더니 겨울이 되어서야 없어졌다. 여자 아이인데, 흉터가 남으면 어쩌나 가슴 졸였던 시간들이었다(지금은 놀이터에서 놀다 남은 상처가 더 많다).

몸과 싸우는 아이, 불안함과 싸우는 엄마

아이의 팔에 올라온 땀띠는 딱지를 만들고선 사라진다. 딸 아이를 둔 엄마는 그것이 흉터로 남을까 걱정이다.
▲ 아이의 팔에 올라온 땀띠 아이의 팔에 올라온 땀띠는 딱지를 만들고선 사라진다. 딸 아이를 둔 엄마는 그것이 흉터로 남을까 걱정이다.
ⓒ 강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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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와의 전쟁은 계속되었다. 여전히 '더우면 쉽게 땀띠가 났고, 땀띠를 긁으면 손톱자국이 올라왔으며 딱지가 생겼다 없어졌다'를 반복했다. 기저귀가 감싸고 있던 엉덩이에 아이가 손을 넣고 긁으면 쉬이 피가 났다. 외출할 때를 제외하고는 천기저귀를 사용했다.

지난달, 아이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워터파크에 갔다. 워터파크의 시간은 너무나도 즐겁고 행복했지만, 아이를 씻기던 나는 또 한 번 놀라야했다. 온 몸의 피부가 닭살처럼 오돌토돌 하게 올라와 있고, 너무나도 건조한 상태였기 때문.

수영장 물에는 염소성분이 들어있다. 대장균 등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를 살균하기 때문에 수영장에는 꼭 염소 성분이 들어 있다. 선진국에서는 물에 소금을 섞어 전기분해로 '차아염소산수'를 발생시켜 소독한다고도 하는데, 하루에도 수백 명씩 입장하는 워터파크에서 이런 관리는 한다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아이는 여전히 자신의 몸과 싸우고 있다. 워터파크에 다녀온 지 한 달이 다 되어 가지만 여전히 피부는 원래의 상태를 회복하지 못했다. 동네 언니들을 따라 매미를 잡겠다며 풀숲에 뛰어들어가는 아이. 벌레에 물리기라도 하면 붓기도 많이 붓고,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에 목 주변과 팔이 접히는 부위 등에는 땀띠 자국이 선명하다.

나는 언제쯤이면 아이의 피부 트러블로 고민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아이는 몸과 싸우고 엄마는 불안함과 싸우고 있다.


태그:#아토피, #아기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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