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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을 선거구에 출마한 김득중 무소속 진보단일 노동자 후보가 17일 오후 경기도 평택역 앞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며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 평택을 출마한 김득중 후보 "노동자로 선수교체" 평택을 선거구에 출마한 김득중 무소속 진보단일 노동자 후보가 17일 오후 경기도 평택역 앞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며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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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공장 앞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 사무실 벽에 붙어있는 일정표에는 선거운동 일정과 30일 재보궐 선거 '당선'이라고 적혀있다.
 쌍용자동차 공장 앞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 사무실 벽에 붙어있는 일정표에는 선거운동 일정과 30일 재보궐 선거 '당선'이라고 적혀있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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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궐 선거 축 당선'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지부 사무실에 걸린 일정표 7월 30일에는 그렇게 쓰여 있다. 재판, 집회 일정에 유세까지 더해져 빽빽했다. 몇몇 조합원들의 옷차람도 달라졌다. 작업복이나 등산복 차림이었던 사람들이 캐주얼한 복장을 하고 있다.

'기호 5번' 어깨띠를 두른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도 마찬가지다. 잘 다려진 와이셔츠에 정장바지, 왼쪽 손목에 찬 메탈시계도 적절한 맞춤이었다. 당분간 김 지부장을 '김 후보'로 불러야 하는 것도 달라진 것 중 하나다.

7·30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7일, 경기도 평택을에 출마한 김 후보를 만났다. 그는 186명의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복직과 용산참사, 밀양송전탑 공사,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등으로 피해 입고 고통 받는 서민을 대변하기 위해 무소속 후보로 출마했다.

그동안 쌍용차 투쟁을 지지해 온 통합진보당과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등은 후보를 내지 않고 김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그는 진보단일 후보로 유의동 새누리당 후보, 정장선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와 3파전을 벌이고 있다.

진보단일 후보... 거대 양당과 3파전



오전 7시, 김 후보는 평택역에서 첫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아침 출근길 인사를 위해 선거운동원들이 곳곳에 배치됐다. 하지만 정작 그는 별다른 선거운동을 하지 못했다. 유세를 위한 준비를 다하고도, 라디오 인터뷰 때문에 평택역에 차려진 농성천막 안에서 나오지 못했다.

한 시간가량 진행된 유세가 끝날 때쯤 밖으로 나온 김 후보는 가장 먼저 선거운동원들에게 인사를 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선거운동원들을 일일이 찾아다녔다. 경쟁후보인 정장선 후보의 선거운동원들에게도 찾아가 인사했다.

평택을 선거구에 출마한 김득중 무소속 진보단일 노동자 후보가 17일 오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쌍용차 기업노조와의 간담회를 마친 뒤 공장을 나서고 있다.
 평택을 선거구에 출마한 김득중 무소속 진보단일 노동자 후보가 17일 오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쌍용차 기업노조와의 간담회를 마친 뒤 공장을 나서고 있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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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역 광장은 다른 지역으로 출근하는 주민과, 다른 곳에서 평택으로 출근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김 후보는 잠시 거리에 서서 오가는 사람들에게 명함을 뿌렸다. 명함 나눠주기에는 어색함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지는 못했다. 악수를 청하는 것이 아직은 쑥스러운 모습이었다. 그 역시 "명함은 예전에 유인물을 많이 뿌려봐서 할 만한데, 악수하는 건 아직 힘들다"라며 "점점 더 좋아 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 캠프의 선거운동 방식은 '익숙한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배낭을 메고 유세차 없이 다니는 박원순 서울시장식 '조용한 선거'가 유행처럼 번졌지만, 인지도가 낮은 김 후보가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김 후보의 방송유세차에서는 사회 각계의 지지연설과 노래가 흘러나왔고, 선거운동원들은 "기호 5번 김득중입니다!"를 외치며 피켓을 흔들었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는 많게는 7%까지 지지율이 나온다. 30%가 넘어가는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에 비하면 인지도가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캠프 관계자는 "어떤 방식의 선거운동이 옳은 것이고, 어떤 건 틀렸다고 할 수 없다"라며 "뭔가 새로운 방식을 고민했지만 마땅한 게 없었고, 결국 후보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이 방법이 최선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첫날 '텃밭' 다진 김 후보... "잘생겼네!"

이후 쌍용차공장 안에서 기업노조와 간담회를 마친 김 후보는 청북면 지역에서 첫날 일정 대부분을 소화했다. 오랜 노동운동으로 표현이나 사람에게 접근하는 방식이 경직돼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청북면에서 주민들을 만날 때는 정치인다운(?) 모습을 보였다.

청북면은 김 후보가 태어나서 고등학교를 평택시내로 나가기까지 살던 지역이다. 여전히 본인과 가족들이 살고 있고, 학교 선후배가 많은 일종의 '텃밭' 같은 곳이다. 

청북면은 평택에서도 농촌지역으로 길에서 마주치는 주민들은 대부분 마을 어르신들이었다. 김 후보는 망설임 없이 그분들에게 명함을 전하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가 "청북면에서 처음 나온 국회의원 후보입니다. 여기 옥길리에 살아요"라고 하자 "그럼 OO이 아는가?"하는 질문이 돌아왔다. 김 후보가 "아, 예. 제 고종사촌입니다"라고 하자 그 주민은 반갑게 악수를 했다. 그러면서 주변에 김 후보를 소개하기도 했다.

김 후보가 청북면 119센터를 방문했을 때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이날 복날을 앞두고 소방대원과 지역 의용소방대원들은 차고지에서 삼계탕 등을 함께 나눠 먹고 있었다. 김 후보가 들어서자 한 남성이 "여 이봐. 여기 OO이 사촌인데, 이번에 선거 나왔다네. 와서 인사해"라고 소개를 했다. 김 후보를 소개 받은 또 다른 주민은 "학교는 어디 나왔는가?"라고 물었고, "청북중학교 11기입니다"라는 김 후보 답변에 "까마득한 후배고만"이라며 반갑게 인사했다.

평택을 선거구에 출마한 김득중 무소속 진보단일 노동자 후보가 17일 오후 경기도 평택역 앞에서 출정식을 마친 뒤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인사 나누는 김득중 후보 평택을 선거구에 출마한 김득중 무소속 진보단일 노동자 후보가 17일 오후 경기도 평택역 앞에서 출정식을 마친 뒤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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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후보는 청북면에서 '누구 아들' '누구 동생', '학교 선후배'로 통했다. 그는 복날을 맞아 마을 주민들이 모여 식사하는 자리에서 주민들이 따라주는 소주를 연거푸 두 잔 마시기도 했다. 김 후보를 만난 주민들은 그가 굳이 쌍용차 해고노동자라는 것을 설명하지 않아도 어떤 사연이 있는지 아는 눈치였다.

한 남성은 "고생했다, 잘 될 거다"라며 김 후보를 격려했다. 또 훤칠한 그의 외모를 칭찬하는 '아줌마 부대'도 등장했다. 이들은 김 후보가 인사를 하고 지나가자 "키가 크네, 잘 생겼네"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잘 생겼다는 말이 기분 나쁘지는 않다"라며 "하지만 단지 외모로만 다가가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평택은 내가 태어나서 학교를 다니고 공장에 들어가기까지 청춘을 다 받친 곳"이라며 "노동의 보람과 공동체의 소중함도 평택에서 느꼈다"라고 말했다.

대규모 출정식... "국민의 절박한 요구 들어야"

선거구 곳곳을 다니며 주민들을 만난 김 후보는 다시 평택역으로 돌아왔다. 오후 6시 30분부터 이날 일정의 핵심인 출정식이 시작됐다. 출정식은 세 명의 후보가 각축을 벌이는 평택을 지역에서 서로의 세를 보여주는 자리다. 김 후보 출정식 직후에는 유의동 새누리당 후보의 출정식이 같은 자리에서 예정돼 있었다. 김 후보는 미리 출정식 연설문을 수차례 반복해서 읽는 등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다.

통합진보당과,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등 4개 진보정당 모두가 그를 지지하며 단일후보로 내세운 만큼, 출정식 규모는 거대 양당에 밀리지 않았다. 또 용산참사와 강정마을,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들도 찾아와 그에게 힘을 보탰다. 출정식이 진행되는 동안 곳곳에 선거운동원들이 배치됐고, 유세차량에서 나는 소리로 평택역 일대가 들썩였다.

김 후보는 이날 출정식에서 "국민에게 고통과 좌절, 아픔만을 남긴 거대 양당 정치구도를 이제는 바꿔야 한다"라며 "국민들의 절박한 요구를 들을 수 있는 정치를 만들어야 한다. 온몸으로 국민들의 절박함을 듣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평택에 쌀이 많이 나는데, 정부는 쌀시장을 개방하려고 한다. 농민들의 억장이 무너지고 삶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라며 "쌀 개방을 막고, 농촌을 살리겠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평택에 KTX역이 생긴다고 하니까, 여기저기 투기꾼들이 득실대고, 어느 정당의 후보는 우리 삶과는 관계없는 미군기지 유치가 고도성장이고 개발이라고 말한다"라며 "삼성공장이 들어온다고 한들 그게 우리와 무슨 상관입니까? 우리는 어차피 비정규직으로 고용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평택을 선거구에 출마한 김득중 무소속 진보단일 노동자 후보가 17일 오후 경기도 평택역 앞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시민들의 사진촬영에 응하고 있다.
▲ 김득중 후보 필승 다짐하며 시민과 함께 '찰칵' 평택을 선거구에 출마한 김득중 무소속 진보단일 노동자 후보가 17일 오후 경기도 평택역 앞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시민들의 사진촬영에 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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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을 선거구에 출마한 김득중 무소속 진보단일 노동자 후보가 17일 오전 경기도 평택 청북119안전센터를 찾아 구조대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 김 후보는 국회의원에 당선된다면 소방대원들의 근로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평택을 선거구에 출마한 김득중 무소속 진보단일 노동자 후보가 17일 오전 경기도 평택 청북119안전센터를 찾아 구조대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 김 후보는 국회의원에 당선된다면 소방대원들의 근로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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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대규모 빌딩, 절망의 공장이 아니라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연대와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라며 "평화의 도시, 인간적인 삶이 있는 평택을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쌍용차 지부장의 출마... "살리는 정치 하겠다"

김 후보는 지난해 10월부터 김정우 전 지부장의 뒤를 이어 쌍용차지부를 이끌었다. 지난 2012년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 관련 국회 청문회가 열리는 등 문제해결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는 듯했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사회통합을 부르짖었고, 쌍용차 사태 해결을 최대 현안으로 꼽았다. 그러나 정치권은 선거가 끝나자 언제 그런 논의가 있었냐는 듯 입을 싹 닦았다.

김 후보가 지부장이 되면서 지부는 동시에 2년 가까이 유지했던 서울 대한문 농성장에서 철수했다. 당시 김 후보는 흐트러진 전열을 가다듬고 무급 휴직자들이 돌아간 공장에서 새로운 싸움을 준비했다.("'해고자 복직' 목표 변함없다") 그리고 지난 2월 쌍용차의 정리해고가 부당했다는 판결이 나왔다.(서울고법 항소심 "쌍용차 해고는 무효") 5년 동안 계속된 투쟁의 정당성을 인정받은 순간이다.

평택을 선거구에 출마한 김득중 무소속 진보단일 노동자 후보가 17일 오후 경기도 평택역 앞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자신의 선거운동을 돕기 위해 나선 용산참사 유가족과 밀양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함께 손바닥을 펼쳐보이며 기호 5번을 알리고 있다.
▲ 김득중 후보 "기호 5번 기억해주세요" 평택을 선거구에 출마한 김득중 무소속 진보단일 노동자 후보가 17일 오후 경기도 평택역 앞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자신의 선거운동을 돕기 위해 나선 용산참사 유가족과 밀양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함께 손바닥을 펼쳐보이며 기호 5번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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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에게 가해진 47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가압류를 계기로 '노란봉투' 운동이 시작됐다. 단지 쌍용차뿐 아니라 손배가압류로 고통 받는 노동자들을 위한 마음이 순식간에 확산됐다. 노란봉투는 한 사람이 4만7000씩 기부해 10만 명이 47억 원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였다. 실제로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4만7000명가량이 참여해 14억 원을 마련했다. 이 기금은 쌍용차를 포함해 손배가압류에 시달리는 노조와 노동자에게 도움이 됐다. 

문제는 법원의 판결과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도 사건 해결이 난망하다는 점이다. 회사는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상고했다. 그러던 사이 지난 4월 또 한 명의 해고노동자가 세상을 떠났다.('해고무효' 판결받은 쌍용차 해고자 사망) 정리해고 사태 이후 25번째 희생자다. 이제 공장밖에는 비정규직을 포함해 186명의 해고노동자가 남았다. 이 외에도 용산참사와 강정마을 해군기지, 밀양 송전탑 건설 강행으로 사회 곳곳에서 갈등이 계속됐다.

김 후보는 이러한 사건들을 "사회적 살인"이라고 규정하고 "목숨 뺏는 정치를 끝내고 살리는 정치를 만들겠다"라며 출마를 선언했다. 손배가압류 문제를 많은 사람들이 함께 풀자며 진행된 '노란봉투'처럼, 김 후보는 이번 선거를 통해 쌍용차를 비롯한 사회 여러 현안들을 함께 해결하는 "'노란봉투 기적'을 재현하겠다는 각오다.

7·30 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7일 오후 경기도 평택역에서 열린 김득중 무소속 진보단일 노동자 후보 출정식에서 선거운동원과 지지자들이 김 후보의 연설을 경청하며 환호하고 있다.
▲ 평택을 김득중 후보 출정식 7·30 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7일 오후 경기도 평택역에서 열린 김득중 무소속 진보단일 노동자 후보 출정식에서 선거운동원과 지지자들이 김 후보의 연설을 경청하며 환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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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득중, #재보궐, #평택을, #쌍용차, #쌍용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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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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