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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지역 한국전쟁민간인인희생자 위령제에서 한 유가족이 희생자 이름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충남 공주지역 한국전쟁민간인인희생자 위령제에서 한 유가족이 희생자 이름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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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0월 공주 왕촌 살구쟁이에서 수습된 희생자 유해. 이곳에서는 모두397구의 유해가 수습됐다.
 지난 해 10월 공주 왕촌 살구쟁이에서 수습된 희생자 유해. 이곳에서는 모두397구의 유해가 수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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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한국전쟁 시기 충남 공주지역에서 군경에 학살된 희생자들의 9번째 위령제가 11일 열렸다.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공주유족회는 11일 오후 2시 공주대 산학협력관 강당에서 9번째 공주지역 민간인 희생자 합동위령제를 개최하고 고인들의 넋을 위로했다.

이날 위령제에서 박수현 국회의원은 추도사를 통해 "국가만이 공권력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된 희생자들의 원한을 풀고 유족들의 눈물을 그치게 할 수 있다"며 "정부가 나서 유족들의 명예회복과 손해 배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희생자 암매장지인 공주 왕촌 살구쟁이는 평화와 인권 교육의 터전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우금티(고개) 동학 갑오년 영령들과 함께 왕촌이 평화와 화해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앞장서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수현 의원 "평화와 인권 교육 터전 만들 것"

곽정근 공주유족회장은 인사말에서 "처참한 모습으로 묻혀 있던 유골도 작년까지 모두 397구 발굴했다"며 "하지만 희생터에 위령공원을 조성하고 위령비를 세우고 유적지로 조성 보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오시덕 공주시장(새누리당)은 위령제에 불참했다. 지금까지 전·현직 공주시장은 지난 해 서면으로 보내온 의례적인 추도사 외에 단 한 번도 위령제에 참석하거나 유가족들을 만나 위로의 말을 건넨 적이 없다.

11일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공주유족들이 위령제에 참석해 헌화하고 있다.
 11일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공주유족들이 위령제에 참석해 헌화하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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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국회의원이 추도사에서 "공주 왕촌 살구쟁이와 우금티를 평화와 인권 교육의 장으로 만들겠다"고 말하고 있다.
 박수현 국회의원이 추도사에서 "공주 왕촌 살구쟁이와 우금티를 평화와 인권 교육의 장으로 만들겠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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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시장도 이날 서면 추도사에서 "이런 불행한 사건이 되풀이 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지만 위령제에는 시청 실무자조차 참석하지 않았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미리 추도사를 보냈으나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안 지사도 공주는 물론 충남도내 민간인희생자 위령제에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고 있다.

지수걸 공주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왕촌 학살사건은 전쟁과 같은 비상 시기에도 최소한의 인권은 보장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우고 있다"며 "이를 위해 평화감수성을 기르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위령제 형식을 역사축제 형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유족과의 대화, 증언 및 답사, 역사재판, 모의수업 등을 통해 사건 자체에 대한 사유의 수준을 높여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위령제에는 유가족을 비롯해 김광년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전국유족회 공동대표 의장 등 약 100여 명이 참석했다.

한편 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 2010년 공주 상왕동 살구쟁이에서 1950년 7월 9일께 공주형무소 재소자와 국민보도 연맹원 등 최소 400여 명을 공주 CIC분견대, 공주파견헌병대, 공주지역 경찰 등이 집단학살한 일은 '진실'이며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 희생자 위령제 봉행 및 위령비 건립 등 위령사업 지원 ▲ 유해발굴과 유해안치장소 설치 지원 등을 권고했다.

공주유족회 사단법인 된다
11일 오후 발기인 총회

공주유족회는 위령제가 끝난 직후 (가칭) '사단법인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공주유족회 발기인총회'를 개최하고 사단법인 설립 추진을 결의했다.
 공주유족회는 위령제가 끝난 직후 (가칭) '사단법인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공주유족회 발기인총회'를 개최하고 사단법인 설립 추진을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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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유족회가 사단법인으로 거듭난다.

공주유족회는 11일 오후 위령제가 끝난 직후 (가칭) '사단법인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공주유족회 발기인총회'를 개최하고 사단법인 설립 추진을 결의했다. 유족회는 이날 총회에서 설립취지문과 정관 채택, 임원선출, 사업계획서 등을 심의 의결했다.   

이들은 사단법인을 설립하고 주요사업으로 위령공원 조성사업, 위령제 봉행사업, 전국합동 추모관 건립 협조, 미신고 유족의 활동선도를 벌여나가기로 했다. 유족회는 곤련 절차를 밟아 충남도에 사단법인 설립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유족회는 이날 채택한 설립취지문에서 "왕촌 살구쟁이를 위령공원으로 만들어 억울한 영혼을 위무하고 화합과 상생을 다짐하는 역사적인 유적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또 "아직도 참여하지 못하는 90% 유족에게도 적극 알려 인권보장과 사회정의 구현에 힘쓰겠다"며 "이를 위해 사단법인을 설립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태그:#공주 왕촌, #위령제, #사단법인, #박수현 의원, #학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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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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